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의 수석 편집장을 지낸 저널리스트가 쓴 책이니 날탕은 아닐 거라고 짐작은 했던 터이다. 지은이는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과 함께 <자유에의 먼 여정>이란 책도 썼기에 더욱 그랬다.
<아부의 기술>이란 번역판 제목은 낚싯줄에 가깝게 느껴진다. 원제가 <You‘re Too Kind : A Brief History of Flattery>이니 말이다. 구체적인 아부 지침까지 주니 전혀 근거 없는 과장은 물론 아니다. 하지만 이 책의 본류는 고대 이집트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수천 년 역사를 뒤지며 아부의 실체를 해부한 것이다.
지은이는 아부를 ‘전략적인 칭찬, 즉 특별한 목적을 추구하는 수단으로서의 칭찬’이라고 정의한다. ‘아부만큼 효과가 뛰어난 최음제는 없다’고 굳게 믿은 헨리 키신저가 리처드 닉슨 대통령에게 최상의 아부를 바친 게 대표적인 사례의 하나다.
‘미인에게는 지성을 칭찬하고, 지성을 갖춘 여성에겐 미모를 칭찬하라’는 신조를 만든 카사노바는 전략적 칭찬의 모델이다. 가수 휘트니 휴스턴에겐 취미인 그림 솜씨가 좋다고 칭찬하고, 농구선수 마이클 조던에겐 덩크슛을 칭찬하지 말고 ‘야구 실력도 뛰어나다’라고 슬쩍 치켜세우라는 충고도 마찬가지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인 조지 워싱턴은 식민지 시절 영국군의 상관에게 “저는 사령관 각하의 인격을 대단히 높이 평가하고 존경하고 있습니다. 저는 아부할 마음은 추호도 없습니다”라는 편지를 보냈다. 워싱턴은 곧바로 진급했다고 한다.
훗날 <아첨론: 원제 In Praise of Flattery>(이마고)이란 책을 쓴 윌리스 고스 리기어는 <아부의 기술>이 대단한 저작이라고 한껏 아부한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 간추린 ‘아부의 기술’을 참고하시길......
▣ 아부의 기술: 자연스럽고 세련되게!
▲구체적으로 칭찬하라. “정말 대단하십니다!”처럼 구렁이 담 넘어가듯 하지 말라. “당신의 첫 번째 작품이 아주 마음에 들어요. 한국에서만 출시되었는데도 벌써 매진이라니, 아주 훌륭하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라고 구체적으로 표현하라.
▲마음에 드는 부분을 애써 찾아라. 당신이 옷 고르는 일에 아주 까다로울지라도 잘된 부분을 열심히 찾아 솔직하게 칭찬하라. 그러면 그 옷이 더욱 마음에 들게 될 것이다.
▲칭찬과 동시에 부탁하지 말라. 칭찬하면서 동시에 부담을 주면, 칭찬받은 당사자는 무조건 조심스러워지는 법이다.
▲너무 멀리 나가지 않도록 체크해라. 지나치게 과한 아부는 바람직하지 않다. 또한 아부 받는 사람의 욕망을 100% 충족시키고 나면, 당신의 바닥이 곧 드러나게 된다.
▲특별한 점을 칭찬하라. 항상 상찬의 말을 들으며 잘 나가는 사람에게는 반드시 특별한 점을 찾아서 칭찬하라. 스타 톰 행크스에게 영화 <포레스트 검프>를 무척 좋아한다고 말하지 말라. 대신 <댓 싱 유 두 That Thing You Do>의 첫 장면이 너무나 인상적이어서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 있다고 말하라.
▲충분히 칭찬 받은 사람에게 아부하는 것을 두려워 말라.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더 잘 먹는다고 했다. 아부도 마찬가지다. 평소 아부를 많이 받아온 사람이라면 계속 아부를 받고 싶어 하는 법이다. 늘 새로운 내용으로 메뉴를 바꾸어가며 아부할 수 있다. 동전 한 닢도 들지 않는다.
▲당사자가 없는 곳에서 그를 치켜세워라. 이런 방식이라면, 당신이 목표로 삼는 그 사람은 당신이 아부한다고 전혀 의심하지 않는다. 그가 대단히 우수한 사람이라고 당신이 A에게 말한다면, A는 밖에 나와 그 사실을 말하게 될 것이다. 이로 인해 당신이 환심을 사야 할 대상은 당신에게 자연스러운 호감을 갖게 된다.
▲‘최고야’ ‘엄청나군’ 등의 칭찬은 절대 하지 말라. ‘당신 최고야!’ ‘정말 대단해!’ 등의 표현은 자칫 공허하고 거짓으로 보일 확률이 높다.
▲비교는 결코 나쁘지 않다. 평소 높게 평가받는 인물보다 당신이 잘 보이고 싶은 사람이 더욱 뛰어나다고 말하라. 그렇게 하면 상대방은 매우 만족해 할 것이다. 구체적인 사실에 근거한 칭찬에는 현실감이 따르기 때문이다. 모든 면에서 비슷비슷한 사람을 가장 부러워하고 질투하듯이, 인간은 자신이 알고 있는 인물보다 더 우수한 점에 대하여 늘 칭찬받고 싶어 한다.
▲‘생각보다 훨씬 좋군요’라는 표현은 사용하지 말라. 전에는 그 사람을 좋지 않게 생각하고 있었다는 식의 칭찬은 절대로 금물!
▲근거 없는 칭찬은 절대 금물. 친구가 감독한 영화가 형편없는데, 이때 거짓말을 하고 싶지 않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그 친구의 등을 슬쩍 치면서 “짜샤, 다시 한 번 해봐”라고 해보라. 입버릇처럼 “좋은데!”라고 말하면 오히려 그가 당신을 신뢰하지 않을 것이다.
▲여러 사람에게 같은 칭찬을 되풀이하지 말라. 같은 칭찬을 여럿에게 반복하면, 사람들은 당신의 칭찬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또 당신이 사람을 가리지 않고 언제나 아부나 늘어놓는 형편없는 인간으로 보일 우려가 있다.
▲칭찬할 때 좋지 않은 면도 살짝 언급하라. 엄청나게 센 칭찬을 할 때는 약간의 비판도 가미하라. “1막에서는 연극이 약간 늘어지는 듯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진 오닐의 <밤으로의 긴 여로>보다 훨씬 더 뛰어난 것 같아!”라고 말하라.
▲상대방이 솔직함을 요구하더라도 절대 솔직하게 답하지 말라. 이렇게 요구하는 사람은 사실 솔직함보다 칭찬을, 또 진실보다는 지원이나 지지를 바라고 있다. 따라서 아주 사소한 단점만 지적해도, 그는 이것을 혹독한 비난으로 받아들인다.
▲의견을 따르되 모든 의견에 무조건 동의하지 말라. 사회학자들이 말하는 ‘상대방 의견에 동조하기’ 자세를 취할 때, 사소한 것까지 무조건 찬성하지 말라. 사소한 몇 가지에 대하여 반대 의견을 나타내면, 핵심에 대해서는 진심어린 동의를 하고 있다고 상대방이 믿게 된다.
▲미소를 지으며 칭찬하라. 그러면 당신이 보다 쿨하게 보일 가능성이 높아지고, 상대편은 당신이 아부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을 거의 거두게 된다. 상대방을 기쁘게 해주면서 자신의 기쁨도 즐겨라.
▲처음에는 약하게, 시간이 지날수록 강하게 칭찬하라. 인간은 단기간에 자신을 좋아하게 된 사람보다 시간이 흐르면서 자신을 서서히 좋아하는 인물을 더욱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연구결과 밝혀졌다.
▲비밀을 말하라. 개인적인 무언가를 드러내라. 이 말은 곧 당신이 상대방을 좋아하고 신뢰하며, 또한 그가 이해력과 분별력이 강한 존재라는 사실을 말해주고, 서로의 관계가 더욱 긴밀해지기 바란다는 점을 암시하는 것이다.
▲조언을 구하라. 인간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권위를 인정해주는 사람을 좋아하는 법이다. “그린 씨, 저희 시카고 공장에서 이 제품을 생산하고 싶습니다. 현장 경험이 풍부한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놀려 먹고 약을 올려라. 조롱하는 듯 한 칭찬이다. “이 미련한 사람아, 당신이 이 엄청난 거래를 성공시켰단 말이지!” 일반적으로 이것은 남성적인 기법이다.
▲가벼운 부탁을 하라. 인간은 누구나 자신에게 호의를 보이는 사람보다 자신의 호의를 제공한 사람을 더욱 좋아하는 법이다. 그가 당신에게 친절을 베풀 기회를 만들라.
▲약점을 파악하고, 전혀 반대되는 자질을 칭찬하라. 지독한 구두쇠인 경우, 무척 관대하다고 칭찬하라. 잘난 체하는 여성에게는 대단히 겸손하다고 칭찬하라.
▲평소 칭찬과 친절을 저축하라. 상대방이 당신을 아부꾼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때 미리 칭찬과 호의를 예금하라. 나중에 그의 호의가 필요할 때, 저축한 계좌에서 그 보답을 찾아 쓸 수 있을 것이다.
▲사장이나 상무이사에게 ‘대단히 뛰어나다’고 칭찬하지 말라. 당신이 목표로 하는 인물과 당신의 신분 사이에 간격이 크면 클수록, 아부는 그만큼 더 세련되어야 한다.
▲아랫사람에게 ‘대단히 뛰어나다’ 라고 칭찬하라. 아래로 향하는 아부가 훨씬 더 쉽고 효과적인 법이다. 받는 사람은 더욱 크게 감사하고 의심을 적게 갖는다. 물이 아래로 흐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이치이니까.
▣ 아부 받는 기술: 다양한 상황에서 적절하게
▲“아, 비행기 태우지 마세요” 약간 비꼬면서 동시에 솔직한 심정을 표현하는 말이다. 한편으로 그에게 고마움을 느끼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그의 표리부동을 살짝 비난하는 것이다.
▲“이거, 완전히 비행기탄 기분이네.” 상대방의 친절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듯 호의적인 감정으로 답하는 것이거나, 아니면 음흉한 겸손으로 반응하는 것이다.
▲“나, 완전히 감동 먹었어!” 이 말은 찬사에 상당히 기분 좋은 느낌을 받았다는 뜻이다.
▲“이렇게 마음이 비단결 같다니까!” 이 말은 감사한 마음을 형식적이고 전통적이며 우아하게 잘 드러낸다. 동시에 자신이 뛰어나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다는 듯 약간 오만한 인상도 풍긴다.
▲“내 장례식장에서 그런 소리 들으면 여한이 없겠다” 칭찬의 내용을 인정하지만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쓸데없이 뭔소리야……” 이 표현은 어떻게 말하는가에 따라 뜻이 달라진다. 유머러스하게 반응하면 애교스러운 윙크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심각하게 반응한다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
▲침묵. 침묵도 어떤 방식으로 하는가에 따라 의미가 다르게 전해진다. 바닷물이 비를 빨아들이듯 아무렇지도 않게 편안하게 미소를 지으면 아주 좋다. 진지한 표정으로 무겁게 침묵하면서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 상대방을 아주 불편하게 만든다.
▲“말도 안 돼” 시치미를 뗄 때 사용하는 수법이다. 속마음을 보여주고 싶지 않거나, 그것이 사실일수도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싶지 않다는 뜻이다.
▲무시하되 당신이 아부 받았다는 사실은 알게 하라. 아무렇지도 않은 듯 빙긋 웃거나 아는 체하는 표정만으로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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