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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에서 <논어> 열풍이 부는 진짜 이유 지난해 초반 이후 최근까지 대기업에서 열풍이 불고 있는 건 여간 흥미로운 일이 아니다. 몇 년 사이에 기업에서도 인문학 바람이 거센데다 동양 최고의 고전 가운데 하나인 를 기업 임원들이 새삼 즐겨 읽는다고 이상할 건 없지만 유례 없는 현상이어서 눈길이 갈 수 밖에 없다. 몇몇 대기업의 경우 전 사원이 를 읽고 토론했으며, 더욱 주목할 만한 일은 국내 최고 글로벌기업인 삼성 그룹의 수뇌부와 핵심간부들이 이 책으로 ‘열공’ 중이라는 사실이다. 특히 2년 6개월 만에 복원된 삼성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 직원들이 를 읽는 것은 ‘기본으로 돌아가자’(back to the basics)는 취지라고 한다. 하긴 조르주 클레망소 전 프랑스 총리 같은 지도자도 정국이 난마처럼 헝클어져 해법을 찾기 어려울 때면 홀로 .. 더보기
멸종위기의 ‘대화’ 그 참 가치를 돌아본다 의 저자 데일 카네기가 아프리카 여행에서 막 돌아온 한 부자 여성을 축하하는 파티에 초대받았다. 그 부자 여성이 카네기에게 물었다. “선생께서 뉴욕에서 가장 말을 잘하시는 분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러자 카네기가 말문을 열었다. “고맙습니다, 부인. 최근 아프리카 여행을 다녀오셨다고 들었습니다. 그곳으로 여행을 떠나신 이유가 궁금하군요.” 이 여성이 아프리카 여행 이유를 자세히 설명하자 카네기는 곧바로 다른 질문을 연이어 던졌다. “누구와 함께 여행하셨습니까?” “언제 아프리카로 떠나셨나요?” “언제 돌아오셨습니까?” “어디 어디를 돌아보셨는지요?” 질문이 거듭되자 이 부자 여성은 대답만 계속할 수밖에 없었다. 20여분간의 대화에서 그녀가 대답한 시간은 95%인 반면 카네기가 이야기한 시간은 5%.. 더보기
[책과 삶]우리 시대의 일그러진 자화상 ‘집’ 어디 사세요?-부동산에 저당잡힌 우리 시대 집 이야기…경향신문 특별취재팀 | 사계절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 호숫가 오두막은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요소로 지은 집의 전형이다. 그의 집짓기 명세서를 보면 건축비가 불과 28달러 12.5센트밖에 들지 않았다. 당시 인근 하버드대 1년 기숙사비가 30달러였다니 단박에 알 만하다. 14㎡(약 4.2평)의 오두막에는 나무 침대와 의자, 벽난로, 창가의 책상이 전부다. 화가 장 프랑수아 밀레의 ‘만종’ ‘이삭줍기’ 같은 풍경화가 배경으로 깔리면서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볼 수 있는 집이 있었기에 화가 밀레가 탄생했을지 모릅니다”라는 카피가 흐른다. “집이 사람을 만듭니다”라는 말로 화룡점정한다. 국내의 한 고급 아파트 광고다. 또 다른 고급 아파트의 .. 더보기
자서전 이야기 삶 자체나 작품보다 솔직담백한 자서전 덕분에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대표적인 인물이 르네상스 예술가 벤베누토 첼리니(1500~71)다. 미켈란젤로의 제자인 그의 자서전은 우리나라에서도 번역돼 있을 정도다. 기행(奇行)을 일삼은 그의 자서전은 르네상스라는 시대적 상황에 걸맞게 진솔하게 써내려간 문체로 인해 오늘날까지 뛰어난 자서전의 하나로 평가받는다. 첼리니의 자서전을 처음 독일어로 번역한 문호 괴테는 낯 뜨거운 정사 장면들은 아예 빼버렸을 정도다. 이렇듯 자신의 이름에 치명적인 사실도 솔직하고 대담하게 드러낸다. 심지어 적과 경쟁자를 살인한 사실도 숨김없이 기록했다. 괴테는 첼리니야말로 르네상스 정신의 실체를 보여준다고 여겼다. 첼리니는 자서전의 집필 자격을 언급하기도 했다. “상당한 업적을 남긴 사람이라.. 더보기
[책과 삶]변화에 반동하는 보수의 3가지 논리 ▲ 보수는 어떻게 지배하는가… 앨버트 O 허시먼 | 웅진지식하우스 “복지도 결국 생산과 연결돼야 하는데 과잉복지가 되다보니 일 안하고 술 마시고 알코올 중독이 되곤 한다.” 김황식 국무총리가 지난달 하순 일괄적인 노인 지하철 무임승차 반대의사를 피력할 당시 덧붙인 말이다. 북유럽 복지국가 형태는 역동적인 성장과 낮은 실업률 등 그동안의 눈부신 경제적 성공을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는 글로벌 보수진영의 견해를 뒷받침하는 것 같아 보이지 않는가. 기실 이 정도는 약과다. 신자유주의의 정신적 지주인 프리드리히 하이에크는 복지국가가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협한다고 경고할 정도였다. 프랑스 혁명 직후 자유·평등·박애라는 혁명 정신이 공안위원회의 독재로, 나중에는 나폴레옹 독재로 바뀌자 ‘자유를 추구하는 시도는 전제정치를.. 더보기
‘저신뢰 사회’ 한국을 되돌아 본다 2000년 2월 아프리카 남동부의 모잠비크에 강타한 태풍으로 말미암아 50년 만의 최대 홍수가 발생했을 때의 일이다. 수도 마푸토 북쪽 200㎞쯤 떨어진 초크웨라는 도시에는 교도소까지 물이 밀려와 초비상이 걸렸다. 교도관들은 긴급회의를 열어야 했다. 그대로 있을 경우 자신들은 물론 재소자들까지 수장될 위험에 처했기 때문이다. 교도관들은 고심 끝에 45명의 재소자 전원을 풀어 주기로 결정했다. 홍수가 지나간 뒤에도 살아남아 있으면 다시 돌아오라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 하지만 살인 혐의자들까지 있었던 터라 이들이 약속을 지킬 것이라곤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다. 초크웨 교도소와 경찰서까지 휩쓴 홍수가 잦아든 열흘 후 기적에 가까운 일이 일어났다. 떠났던 재소자들이 하나 둘 돌아오기 시작했다. 6명의 재소자들이 .. 더보기
[책과 삶] 다른 듯 닮은, 오롯이 외길을 걸은 ‘영원한 영웅’ 현대 육종을 창시한 바빌로프의 탐사… 5대륙 거쳐간 길 답사하며 일대기 추적 록펠러의 비리 파헤친 탐사기자 타벨, 거대권력에 홀로 맞선 삶 논픽션 조명 ▲ 지상의 모든 음식은 어디에서 오는가…게리 폴 나브한 | 아카이브 ▲ 아이다 미네르바 타벨…스티브 와인버그 | 생각비행 보통사람에겐 낯선 이름인 니콜라이 이바노비치 바빌로프(1887~1943)와 아이다 미네르바 타벨(1857~1944)은 공통분모가 별로 없어 보인다. 바빌로프는 러시아의 남성 식량학자이고, 타벨은 미국의 여성 언론인이어서 차이점이 더 많을 정도다. 하지만 같은 시대를 치열하게 살면서 자신의 분야에서 전인미답의 경지를 개척했다는 점은 무척 닮았다. 식물학자이자 환경운동가인 게리 폴 나브한이 쓴 는 바빌로프가 20세기 초 인류의 미래를 위해.. 더보기
한시를 보는 또 다른 시각 중국 지도자들의 한시 외교는 세계적으로 주목받을 만큼 유별나다. 후진타오 주석은 2008년 4월20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주최한 오찬 때 건배 답사를 하면서 두보(杜甫)의 시 ‘망악(望岳·태산을 바라보며)’을 인용했다. ‘반드시 산 정상에 올라, 뭇 산의 작음을 한 번에 보리라(會當凌絶頂, 一覽衆山小).’ 무역 불균형, 위안화 절상 등의 현안에서 두 나라의 견해가 다르지만 상생할 수 있다는 점을 은유한 것이었다. 추이톈카이(崔天凱) 외교부 부부장은 지난 6월8일 베이징에서 천영우 외교통상부 차관(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에게 소동파(蘇東坡)의 시가 담긴 액자를 선물했다. ‘세상에 큰 용기를 지닌 이는/ 돌연 일을 당해도 놀라지 않으며/ 억울하고 당혹해도 노여워하지 않으니/ 그가 가슴에 품은 것이 .. 더보기
[책과 삶]세계 경제 위기의 대응기구 ‘G20보다 유엔’ ‘위기 주범’들이 주도한 G20 대표성 없고 최대 피해자인 약소국 배제는 후안무치 ▲ 스티글리츠 보고서-세계 경제의 대안을 말하다…조지프 스티글리츠 외 | 동녘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가 열흘 남짓 앞둬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이명박 정부는 당면한 범세계적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거의 유일한 경제기구로 자처하는 G20의 중재자 역할로 들떠있다. 하지만 조지프 스티글리츠 유엔총회 전문가위원회 의장을 비롯한 세계적인 석학그룹은 G20이 세계경제의 대표 자격이 없을뿐더러 중병을 근본적으로 치유할 수도 없을 것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인다. G20이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75%를 차지한다 하더라도 대표성이나 정치적으로 정당성이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더구나 세계경제를 망친 주범인 미국과 유럽.. 더보기
전태일과 경향신문 조영래의 (돌베개·전태일기념사업회)은 전태일과 경향신문 이야기를 매우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어 이채롭다. 그것도 드라마나 영화로 치면 클라이맥스로 돋움 닫는 대목에서 하이라이트로 언급된다. 오프라인(종이신문)의 한정된 지면 때문에 ‘서재에서’ 칼럼에 생략했던 부분에는 때로는 가슴 아프고, 때로는 감격적인 장면이 적지 않다. 그 시작은 청년노동자 전태일이 1970년 11월13일 분신, 산화하기 바로 한 달여 전인 10월7일부터다. 경향신문사 신문 게시판 앞에서 가슴을 조이며 기다리던 전태일은 방금 나온 석간신문 한 부를 사들고 미친 듯이 평화시장으로 달렸다. ‘인간시장’(평화시장 노동자들은 그곳을 이렇게 슬픈 이름으로 불렀다)에서 기다리고 있던 삼동회(전태일이 만든 평화시장 종업원 친목회) 회원들은 바라던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