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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餘滴)

[여적]사랑 온도

입력 : 2008-02-01 17:36:49수정 : 2008-02-01 17:36:54

프랑스의 거장 장자크 베넥스 감독의 영화 ‘베티 블루’의 원제목은 ‘37.2도의 아침’이다. 이 영화는 1986년 3시간5분짜리로 제작됐지만 프랑스를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주로 120분짜리로 개봉됐다. 한국에서는 89년 외설적이고 너무 길다는 이유 등으로 100분짜리 영화로 상영됐다가 2000년 185분짜리로 재개봉되는 곡절을 겪어야 했다.

원제에 붙은 ‘37.2도’는 여자가 임신할 수 있는 최적의 온도로 알려져 있다. 가장 격정적인 사랑을 나눌 때의 남녀 체온이기도 하다. 보통 사람의 체온인 36.5도보다 0.7도 높은 수치다. 그래선지 국내 상영 때 ‘사랑의 온도’라는 부제가 붙었다.


작가 전경린씨는 ‘30도’를 또다른 ‘사랑의 온도’로 제시한다. 작품 ‘나비’에서다. ‘나비는 아무 때나 막무가내로 날지 않는다. 나비는 날기 위해서는 몸이 뜨거워져야 한다. 30도 이상의 체온을 유지해야 비상이 가능하다. 30도는 대상에 대한 사랑의 온도이다. 모든 비상하는 자는 다른 무엇을 사랑하는 자이다. 가슴에 사랑이 없으면 아무리 큰 날개를 가졌다 해도 흙바닥을 벌벌 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감성이 자극받고 몸과 마음이 따뜻해지는 감정들이 전해질 때 ‘사랑의 온도’를 느끼게 된다고 의사들은 말한다.

‘사랑 온도 20도 지키기’는 에너지 절약 캠페인 차원에서 나온 사랑 공식이다. ‘내복 입으면 사랑 온도 올라가요’란 구호에는 환경도 살리고 경제도 살리는 ‘사랑 온도 20도’를 지키자는 정신이 담겼다.

희망나눔 모금 캠페인의 ‘사랑의 온도’는 이웃사랑의 척도다. 엊그제 마감된 올해 사랑의 온도계가 사상 최고인 107.4도까지 올라갔다고 한다. 기부액수에 따라 올라가는 사랑의 온도가 지난해에는 100도를 간신히 넘겼다. 이를 7.4도 초과한 것이다. 62일 동안 이어진 정성은 모두 1919억원으로 잠정 집계돼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달라진 기부문화를 상징하는 길조임에 틀림없다. 지난해에 비해 개인들의 이웃사랑 모금은 오히려 늘어났지만 기업들의 비중이 줄어든 게 한편으론 긍정적이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아쉽다. ‘사랑의 온도’가 함께 나누고 서로 배려할 때 올라가는 또다른 체온으로 자리잡으면 더할 나위가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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