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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철면피 정치학 2000-01-14 엊그제 발표된 한 유명서점의 신년초 베스트셀러 순위를 보면 약간은 흥미로운 현상이 발견된다.김용옥 교수의 '노자와 21세기'와 법정 스님의 '오두막 편지'가 각각 1, 2위를 차지했으며 미국인 스님 현각의 '만행-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와 원성 스님의 '풍경'이 나란히 4, 6위에 올라 있다. 불교철학이나 노장사상을 담은 이 책들은 언뜻 보기엔 인터넷, 정보화, 사이버사회 등 첨단주제의 담론이나 시대흐름과는 하나같이 거리감이 있는 것들이다. 나라 안팎에서 희망과 장밋빛 미래를 들먹이며 떠들썩하게 맞은 '새천년의 벽두'라는 분위기와도 어쩐지 동떨어진 느낌을 준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복잡다기하고 최첨단을 달리는 시대상이나 유행에 휩쓸리지 않고 차분하게 자신을 되돌아보려는 심리가 독서경향에.. 더보기
<데스크칼럼>문건유출 공화국 1999-11-26 옷로비 의혹사건은 적어도 3가지 측면에서 반면교사가 된다. 거짓말의 확대재생산 법칙,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 공직자의 문서관리수칙이 그것이다. 너무나 평범하지만 흘려들어선 안될 것들임에 틀림없다. 김태정 전 검찰총장이 엊그제 『 저희 부부의 처신이 반면교사가 되어 다시는 이러한 일이 없도록 간곡히 희망한다』며 국민 앞에 사죄한 성명서에도 3가지 측면은 어김없이 함축돼 있다.이번 사건은 무엇보다 공직자의 기본의무인 문서관리가 어느 정도 허술한지를 극명하게 보여준 전범(典範)이다. 국가 중추기관의 기밀사항이 사인(私人)의 손을 3번이나 거쳐 온국민에게 공개되도록 만든 장본인이 「법과 질서」를 수호하는 수장(首長)이라는 사실에 이르면 심장이 멎는 느낌을 받는다. 당시 검찰총.. 더보기
<데스크 칼럼>'거부의 美學' 1999-08-20 이번주 신문 사회면 기사의 백미(白眉)는 단연 두 가지의 반납사건이 아닐까 싶다. 씨랜드 수련원 화재로 아들을 잃은 하키 국가대표 출신 어머니의 훈장반납과 다일복지재단의 김현철씨 기부금 5억원 반납이 그것이다.똑같은 「거부의 미학(美學)」이지만 그 성격은 사뭇 대조를 이룬다. 앞의 일이 처절한 절규가 담겨 있는 극단적 감정의 표출이라면 뒷 사건에서는 폭염 속에 내리는 한줄기 소나기 같은 시원함이 배어난다. 옥의 티를 지적하는 이들이 없지 않으나 그들의 행동이 시선을 끌기 위한 제스처나 감정의 사치는 아닌 듯하다. 그러면서도 둘 다 국가와 정치권을 향한 분노의 공개적 표현이라는 공통분모와 적잖은 시사점을 내포하고 있다. 두 사례는 「향유할 수 있는 것에 대한 냉엄한 거부」를 통한 항의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