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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거꾸로 쓰는 핵무기 역사 2002-03-13 냉전의 막바지 숨이 끊기던 무렵인 11년 전, 워싱턴 특파원으로 일하던 기자는 난생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백악관 전세기를 타고 모스크바에 출장가는 행운을 얻었다. 1991년 7월31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이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을 조인하는 현장을 취재하기 위해서였다. 두 나라의 장거리 핵무기를 30%씩 줄이기로 한 이 협정은 역사적 의미가 자못 심장(深長)했다. 초강대국이었던 양국이 군부 강경파의 반대를 무릅쓰고 핵동결 수준을 넘어 사상 처음으로 감축에 합의했기 때문이다. 핵미사일을 녹여 만든 펜으로 서명하면서 "다시는 냉전이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하던 두 정상의 모습은 정치적인 제스처를 감안하더라도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그런 아버지 부.. 더보기
<데스크칼럼> 희망박물관을 짓자 2002-01-16 카이사르, 네로, 루이14세, 나폴레옹, 카스트로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권력자들의 이상형이 된 마케도니아의 영웅 알렉산더 대왕. 그는 왕위 계승자도 남겨놓지 않은 채 권좌를 섭정자에게 물려주고 20살때 동방정복 원정길에 오른다. 떠나기 전에 재산도 몽땅 친지들에게 나눠주어 버린다. 그러자 측근 중 한 사람이 이렇게 물었다. "폐하께서는 무엇을 가지고 가시렵니까". 알렉산더 대왕의 대답은 가위 영웅의 풍모를 엿볼 수 있는 걸작이었다. "난 '희망'을 가지고 간다네"'희망'을 얘기하자면 그리스 신화의 판도라 상자를 빼놓을 수 없다. 잘 알려진 대로 제우스가 보낸 이 상자에는 노화, 질병, 악덕, 슬픔을 비롯한 인간의 모든 고통이 담겨 있었다. 프로메테우스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궁금증을 참지 .. 더보기
<데스크칼럼> 고도의 지성과 村婦의 상식 2001-11-14 국악인들은 거문고를 '백악지장'(百樂之丈)이라고 주저 없이 부른다. 거문고가 모든 국악의 으뜸이라는 것이다. 남성적 악기의 대표주자인 거문고는 그런 만큼 '천하의 고집불통'으로 불리기도 한다. 가야금이 오늘에 이르면서 다양한 개량이 가능했던 반면 거문고는 더 이상 개량이 불가능하다는 판정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김대중 대통령을 우리나라 악기에 비유하면 거문고에 해당한다고 이색적인 주장을 내놓는 사람도 있었다. 김대통령은 우리 역사상 최고 수준의 지성을 갖춘 지도자의 한 사람으로 손꼽힌다. 이는 나라 안팎에서 모두 인정하는 부분이다. 다른 한편으로 김대통령은 오기와 고집도 알아줘야 할 정도라는 세간의 평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그는 정치행태나 정책, 인사를 비롯한 거의 모든 분야에서 나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