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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골목대장 2003-03-28 김대중 전 대통령의 셋째아들 홍걸씨에게 용돈 명목 등으로 9억원을 주었다고 폭로했던 최규선씨가 돈의 대가성을 부인하면서 이렇게 해명했다. "나에게 9억원은 아무 것도 아니다. 골목대장이 동네 꼬마에게 딱지 빌려주듯 준 돈이다"골목대장이 어린이들의 딱지치기나 병정놀이와 함께 떠올려진다면 낭만적 추억거리가 되겠지만 어른들, 특히 정치인들에게 옮겨 놓으면 한결같이 비아냥으로 표변하고 만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측근들을 자택 앞에 줄세우고 골목성명을 발표해 골목대장이라는 별명을 얻었던 일을 우리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풍경으로 간직하고 있다. 엊그제 김희상 청와대 국방보좌관이 이라크전쟁 파병 결정의 당위성을 설명하면서 골목대장론을 펼쳐 눈길을 끌었다. "골목이 조용해지려면 강한 골목대장이 나오.. 더보기
[여적] 전쟁과 소녀 2003-03-24 전쟁이 참혹과 잔인의 극치라면 소녀는 가냘픔과 순수의 대명사다. 극단(極端)의 대척점에 자리한 전쟁과 소녀가 어우러지면 어김없이 전 인류의 최루탄으로 변한다.주목받는 프랑스 작가 기용 게로의 소설 '어느 전쟁 영웅의 당연한 죽음'도 바로 전쟁과 소녀가 겹쳐 떠오르는 이미지 때문에 폭력성을 돋보이게 하는 수작으로 꼽힌다. 작가는 프랑스 병사에게 집안이 유린당한 베트남 소녀를 만나게 된 주인공이 그녀의 복수를 도와주는 줄거리를 설정해 전쟁의 어두운 그림자를 고발한다. 현실세계에서는 문학이나 예술세계의 감동을 성큼 뛰어넘는다. 1999년 '코소보의 안네 프랑크'로 일컬어졌던 알바니아계 16세 소녀 아도나의 e메일 편지가 대표적인 실례의 하나다. 아도나는 동갑내기인 미국 버클리 고교생 피네간.. 더보기
<데스크 칼럼>열린 정부와 알권리 2003-03-17 우리나라 언론의 취재방식과 시스템은 알게 모르게 일본을 닮아왔다. 순전히 일제시대의 잔재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겠지만 결정적인 영향을 받은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기사 취재를 대부분 출입처와 기자단에 의존하는 우리나라와 가장 흡사한 취재시스템을 가진 나라로는 일본이 유일하다는 점에서 어렵잖게 이를 유추해 볼 수 있다.'요미우리신문 80년사'에 따르면 일본에서는 이미 1882년 태정관이라는 곳에 '신문사원휴게소'가 생겨났다. 기자실의 효시인 셈이다. 1890년에는 의회의 탄생과 때를 같이해 의회출입기자단인 '공동신문구락부'가 처음 결성됐다는 기록도 나온다.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일본 국회기자회의 원조라고 해도 무리가 아니다. 우리나라는 일본이 2차 세계대전 이전에 사용하던 '기샤단..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