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경향의 눈>빗나간 전쟁영웅 만들기 2003-04-08 가상현실을 표상하는 영화의 세계에서도 한 나라나 사회의 분위기와 정신건강상태가 곧잘 그대로 묻어난다. 이라크 침략전쟁을 함께 벌이고 있는 미국과 영국은 문화적으로 같은 뿌리를 지녔음에도 대비된다.미국 영화 속의 영웅은 문명과 사회, 미덕을 위해 처절하게 싸우는 고독한 전사로 분장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슈퍼맨' '터미네이터' '람보' '포레스트 검프'를 비롯한 수많은 할리우드 영화들이 이런 속성을 띤다. 영국의 영화는 이와 대조를 이루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를테면 도덕적으로 다소 중립적인 영웅이 등장하는 '007' 시리즈의 제임스 본드가 대표주자다. 슈퍼맨이 이상주의적이고 청교도적인 미국 영웅이라면 본드는 즐길 줄 알면서도 냉소적인 영국 영웅인 셈이다. 전쟁이라는 현실세계에서도 영화.. 더보기
여적] 기자와 애국심 2003-04-02 미국 애틀랜타에 있는 CNN 본사에는 '전설적인 종군기자' 피터 아네트가 1991년 걸프전 때 바그다드에서 입었던 점퍼와 화염에 그슬린 모자가 신주 모시듯 전시돼 있다. 시청자들이 CNN 하면 걸프전과 아네트를 먼저 떠올리니 그럴 만도 하다. 그 이전까지 1%에 불과하던 CNN의 시청률이 걸프전을 통해 무려 11%로 껑충 뛰어 대박을 터뜨렸고 그 한복판에 아네트가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걸프전 당시 아네트가 기사를 보내던 알 라시드 호텔까지도 세계적인 명물이 돼 있다. 로비에는 조지 W 부시 현 대통령의 아버지 얼굴이 큼지막하게 그려져 있어 이곳에 묵는 사람은 누구나 그 얼굴을 밟지 않고서는 들어갈 수 없다. 일흔을 바라보는 아네트(68)는 거의 한평생을 전장에서 살았다. 60년대 베트.. 더보기
<여적>골목대장 2003-03-28 김대중 전 대통령의 셋째아들 홍걸씨에게 용돈 명목 등으로 9억원을 주었다고 폭로했던 최규선씨가 돈의 대가성을 부인하면서 이렇게 해명했다. "나에게 9억원은 아무 것도 아니다. 골목대장이 동네 꼬마에게 딱지 빌려주듯 준 돈이다"골목대장이 어린이들의 딱지치기나 병정놀이와 함께 떠올려진다면 낭만적 추억거리가 되겠지만 어른들, 특히 정치인들에게 옮겨 놓으면 한결같이 비아냥으로 표변하고 만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측근들을 자택 앞에 줄세우고 골목성명을 발표해 골목대장이라는 별명을 얻었던 일을 우리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풍경으로 간직하고 있다. 엊그제 김희상 청와대 국방보좌관이 이라크전쟁 파병 결정의 당위성을 설명하면서 골목대장론을 펼쳐 눈길을 끌었다. "골목이 조용해지려면 강한 골목대장이 나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