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판에서 과소비하는 박정희 향수 정지용의 시 ‘향수’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살갑다못해 애틋하게 스며온다. 순우리말로 그윽하게 우려낸 시어는 섬세하고도 독창적이다.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회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같은 표현은 미윤(美潤)하기 이를 데 없다. ‘향수(鄕愁)’는 고향과 과거를 그리워하는 감정을 뜻한다.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향수’는 치명적인 질병이었다. 이 병에 걸리면 스위스 용병이 몸져누웠고, 멀쩡하던 소녀가 사람을 죽인다. 스위스 의사 요하네스 호퍼는 ‘향수’를 뜻하는 단어를 ‘노스텔지어(nostalgia)’라고 명명했다. 조선으로 치면 숙종시대인 1688년에 쓴 박사논문에서다. 스위스에서 시작한 노스탤지어라는 질병은 미국 프랑스 등 서구 열강과 중남미 식민지로 퍼.. 더보기 ‘친윤’ ‘탄핵 반대’로 치르는 국민의힘 대선 정치에서 이보다 극적인 반전은 찾아보기 어렵다. 직전 집권당인 국민의힘 대선 최종후보는 막장드라마 같은 곡절 끝에 김문수 경선 승리 후보로 귀결됐다. 김 후보는 선출 일주일 만에 낙마 위기에서 기사회생했다. ‘친윤’ 지도부는 여론조사에서 앞선다는 이유만으로 당내 경선을 껍데기로 만들고 한덕수 전 총리를 후보로 무리하게 옹립하려다가 사달을 일으켰다. 이번 사태는 후보단일화를 명분으로 삼아 저지른 정당 민주주의의 퇴행을 경고한 선례로 남을 게 분명하다. 정치공학에 매몰돼 상식을 벗어난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면 탈이 나고 만다는 교훈적 사례로 안성맞춤이다. 불법 비상계엄으로 민주주의를 파탄한 전직 대통령의 소속 정당이 당내 민주주의까지 훼손했다는 비난을 면하기 힘들다. 대한민국의 정치 행태가 참담하게 다가오는 .. 더보기 신속한 김건희 수사가 중요하다 ‘윤석열 시대’를 제대로 마감하려면 필수불가결한 일의 하나가 김건희 여사 수사다. ‘검찰공화국’이었지만 ‘검사 위에 여사’라는 말이 유행할 만큼 김 여사의 권력은 더할 나위 없이 셌다. 대통령 윤석열조차 김 여사에게 꼼짝 못할 정도였다는 정황이 한둘이 아니다. ‘김이 곧 국가다’라는 말이 나오지 않으면 이상했다. ‘김건희 대통령, 윤석열 영부남’이라는 조롱도 나왔다. 살아있는 권력에 유독 약했던 검찰이 온갖 의혹이 난무했던 김건희 관련 수사를 제대로 할 리 없었다. 수많은 사건 가운데 기소한 게 단 하나도 없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명품백 수수, 대통령실과 관저 리모델링 공사 수의계약,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 시도, 2022년 지방선거와 22대 총선 개입, 20대 대선 불법여론조사 등 선.. 더보기 이전 1 2 3 4 ··· 28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