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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거짓말 탐지기 2003-05-05 옛날 인도 왕이 거짓말을 하는 신하를 가려내기 위해 의심스런 사람들을 캄캄한 마구간에 들어가게 했다. 그 안에는 당나귀 한 마리가 있었다. 왕은 이렇게 말했다. "거짓말한 사람이 당나귀 꼬리를 만지면 손이 검어진다". 그 뒤 왕은 신하들에게 빠짐없이 당나귀의 꼬리를 만지도록 명령했다. 마구간을 나온 신하들 중 한 사람의 손만 깨끗했다. 왕은 손이 깨끗한 신하를 거짓말쟁이로 잡아냈다. 왕은 당나귀 꼬리에 몰래 숯칠을 해 놓았던 것이다.당나귀 꼬리는 요즘으로 치면 거짓말 탐지기였다. 거짓말 탐지기는 '현대과학의 탈을 쓴 마술'이라고 불리기도 하지만 이젠 대부분의 나라에서 과학수사 도구로 더없이 유용하게 쓰인다. 미국경찰의 박스터라는 이 분야의 전문가가 우연히 식물에도 감정이 있다는 사실을.. 더보기
[여적] 과학자의 망명 2003-04-22 "자신의 조국이 달콤하게 느껴지는 사람은 아직 어린아이와 같다. 타국이 다 조국처럼 느껴지는 사람은 이미 성숙한 사람이다. 세계가 다 타국처럼 느껴지는 사람이야말로 완성된 인간이다"'오리엔탈리즘'의 저자 에드워드 사이드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망명 생활 속에서 예술과 학문이 꽃피는 까닭을 이런 명언으로 묘파한다. 팔레스타인 출신의 망명자이기도 한 그가 변경인(邊境人)으로서 뼈저리게 체화한 담론을 함축하고 있는 듯하다. 과학의 최고 경지 가운데서 탄생한 핵무기도 공교롭게 망명자와 이들을 둘러싼 경쟁이 직결돼 있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에게 원자폭탄을 개발하라고 건의한 앨버트 아인슈타인은 독일에서 망명한 유대인이며, 최초의 핵무기 개발계획인 '맨해튼 프로젝트'에 참여한 과학자들 .. 더보기
<경향의 눈>빗나간 전쟁영웅 만들기 2003-04-08 가상현실을 표상하는 영화의 세계에서도 한 나라나 사회의 분위기와 정신건강상태가 곧잘 그대로 묻어난다. 이라크 침략전쟁을 함께 벌이고 있는 미국과 영국은 문화적으로 같은 뿌리를 지녔음에도 대비된다.미국 영화 속의 영웅은 문명과 사회, 미덕을 위해 처절하게 싸우는 고독한 전사로 분장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슈퍼맨' '터미네이터' '람보' '포레스트 검프'를 비롯한 수많은 할리우드 영화들이 이런 속성을 띤다. 영국의 영화는 이와 대조를 이루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를테면 도덕적으로 다소 중립적인 영웅이 등장하는 '007' 시리즈의 제임스 본드가 대표주자다. 슈퍼맨이 이상주의적이고 청교도적인 미국 영웅이라면 본드는 즐길 줄 알면서도 냉소적인 영국 영웅인 셈이다. 전쟁이라는 현실세계에서도 영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