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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평양 구경 2003-09-17 "뭇 물줄기 모였으니 강 이름이 대동이라, 해맑고 굼실굼실, 번쩍여 출렁출렁, 깨끗하긴 흰 비단을 깐 듯, 해맑기는 청동 거울 같은데, 양편 언덕 수양버들은 온종일 춤을 추며, 질펀한 모래벌판, 넓은 들에 날아 우는 기러기들, 푸른 매가 성(城)을 둘러 사면이 드높은 데, 굽어보면 가랑비에 누역을 쓴 어옹(漁翁)들, 멀리 들으면 석양녘에 피리 부는 목동들, 그림으로도 그릴 수 없고 노래로도 다할 수 없네"'보한집'으로 문명(文名)을 드날린 고려 무신정권시대의 개혁적 지식인 최자(崔滋)는 당시 서경이었던 평양을 필설로 다 묘파하기 어렵다며 이처럼 안타까워했다. 고려때 문인 조위(趙瑋)가 읊은 '평양 8경'은 시정(詩情)이 듬뿍듬뿍 묻어난다. 을밀대의 봄경치(密臺賞春), 부벽루와 대동강물.. 더보기
[여적] 옷의 기원 2003-08-21 소설가 웰레스의 '노벨상'이라는 작품에는 민족에 따라 가장 수치스럽게 여기는 신체 부위가 다르다는 사실을 설명하는 대목이 나온다. '만약 벌거벗은 스웨덴.프랑스.미국 여성이 길에서 사람을 만나면 맨 먼저 손으로 치부를 가릴 것이며, 아랍 여성이라면 얼굴을, 중국 여성이었다면 발을, 사모아 여성이면 예외없이 배꼽을 가장 먼저 가릴 것이다'원시종족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이런 사실을 창세기 신화에서 옷의 기원을 찾으려는 주장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근거로 삼는다. 아담과 이브가 뱀의 유혹으로 지혜의 나무 열매를 먹은 뒤 나신을 부끄럽게 생각한 나머지 나뭇잎으로 치부를 가리게 됐다는 성서의 기록을 사실로 믿지 않는 학설은 적지 않다. 몇 가지 실례를 보자. 브라질 무구라의 여성들은 '사이아'란 .. 더보기
[여적] 모유 먹이기 2003-08-06 몽골족의 시조는 개의 젖을 먹고 자랐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그래선지 몽골족의 조상 짐승은 개다. 우리 민족의 곰에 해당한다. 전설과는 달리 칭기즈칸은 갓난아이 때 말젖을 주로 먹었다는 속설이 전해진다. 몽골인들이 말젖을 일상적으로 즐기는 것과 무관하지 않은 듯하다. 고구려를 건국한 주몽이 어려서부터 좋은 말을 구별할 수 있었던 게 말젖으로 양육된 덕이라는 구전도 있다.로마 건국신화의 주인공인 로물루스와 레무스는 늑대의 젖을 빨며 컸다. 이탈리아에서 늑대의 젖을 물고 있는 쌍둥이 그림이나 동상을 쉬이 찾아볼 수 있는 것도 이런 신화가 바탕에 깔렸다. 인류가 동물의 젖을 짜먹기 시작한 것은 이미 1백만년 전인 홍적세 때부터다. 아기에게 동물의 젖, 특히 우유를 본격적으로 먹이기 시작한 것..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