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표절의 정치 2004-03-31 총선을 앞두고 며칠 사이에 펼쳐지고 있는 정치권의 '따라하기'를 보면 언젠가 곁눈질로 읽었던 인상적인 시구가 문득 떠오른다. "하늘을 표절한 땅/낮을 표절한 밤의 송사/우리는 긴긴 어둠을 서로의 살 속에 말아 넣는다./그것들은 저희끼리 얽혀 가다가/우리 온 정신의 성감에서 만난다/끈과 단추는 모두 풀어 헤치고/우리는 서로를 표절한다./다만 기쁘도록/다만 어울리도록/그런 아침과 밤을 만나게 하는 까닭,/그것을 표절하는 남자와 여자,/자연과 인간은 표절투성이다/태초, 하늘이 나를 표절하듯/신이 나를 표절하듯."'표절'이라는 낱말이 일곱번이나 나오는 이규호(李閨豪)의 시 '만나게 하는 까닭'은 은근한 사랑을 그리면서 인간사를 표절의 역사로 묘파하는 절창이다. 기자는 요동치는 탄핵정국 속에서.. 더보기 <아침을 열며...> 인재할당제의 거울 中國科擧 2004-03-03 최근 정부가 제시한 지방인재 채용목표제에 위헌론과 역차별론을 들이대며 반대하는 이들은 중국의 과거제도 역사를 보면 한번쯤은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까 싶다. 사법고시니 행정.외무.기술고시니 하는 것들도 모두 따지고 보면 중국 과거제도가 그 원조이기 때문이다.과거제도의 발상지인 중국에서는 송나라 때부터 인재의 지역분배 논쟁이 치열했다. 당나라 때 안사(安史)의 난 이후 중국의 북방은 치명타를 입어 경제.문화가 남방에 비해 날이 갈수록 낙후된 탓이다. 오늘날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가 점점 벌어져 지역균형발전문제가 심각한 사회현안으로 떠오른 우리 현실과 흡사하다. 송나라 때 저명한 학자인 사마광(司馬光)과 구양수(歐陽脩)의 대논쟁은 오늘날까지 전해 내려오는 예화의 하나다. 사마광은 '축로취사'(.. 더보기 <아침을 열며...> 미국 시스템에 깃든 유럽정신 2004-02-04 청와대가 미국 백악관의 의자에 사람만 한국인이 앉아 있는 모양새와 크게 다를 바 없다고 하면 참여정부 사람들은 화부터 벌컥 낼지 모른다. 정부 전체의 시스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조목조목 따지고 보면 그리 자신있는 반박이 나오기 어렵다.청와대 비서실의 직제와 시스템은 레이건 행정부 1기와 거의 빼닮았다. 노무현 정부의 말썽많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부터 백악관 따라잡기의 선두주자다. 분야별 보좌관 제도와 홍보 시스템은 '붕어빵' 수준이다. 브리핑 제도, 취재 시스템에서 케이블과 인터넷 방송 생중계 체제에 이르기까지 한결같이 미국 것을 베낀 것이다. 인사보좌관과 인사 파일은 백악관 인사실과 인재자료뱅크를 본떴다. 더 들어가면 미국 행정부의 업무 매뉴얼까지 같다. 비서관들의 업무 목표와.. 더보기 이전 1 ··· 259 260 261 262 263 264 265 ··· 29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