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정치와 문학의 거리 2003-12-31 독일의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귄터 그라스만큼 정치참여로 치열하게 사는 사람도 찾아보기 드물다. 정치참여에 관한 한 '못 말리는'이라는 표현이 어울리지 않을까 싶다. 그는 1961년 빌리 브란트 사회민주당 총리 후보 선거전 지원 이래 40여년을 줄기차게 현실정치에 일정 부분 발을 담가왔다. 지난해 9월 총선 때는 70대 중반의 고령임에도 좌파 여당인 사민당 지원유세에 발벗고 나선 것은 더 말할 것도 없다. 독일사회의 정치적 쟁점이 있는 곳엔 어김없이 그라스가 등장한다고 봐도 그리 틀리지 않는다. 그는 황석영, 김지하 등 한국의 저항 문인들이 구속됐을 당시 국제연대를 통해 석방운동을 주도하기도 했다.그라스는 작가의 정치참여를 일관되게 몸소 실천하면서도 문학이 단순히 정치의 도구로 전락하는 .. 더보기 <아침을 열며...> '종남산 지름길'과 총선 2003-12-10 중국 고사 '종남산 지름길'은 출세와 영달의 첩경을 상징한다. 종남산은 당나라 수도였던 장안(長安) 남서쪽 교외에 자리잡고 있는 명산 중의 명산이다. 종남첩경(終南捷徑)은 깊디깊은 산중에 은거하면서 이름값을 올린 뒤 높은 벼슬자리를 차지하는 우회전술을 쓰는 선비들이 많았던 데서 유래한다. 종남산은 깎아지른 듯한 절벽이 비단병풍처럼 둘러싸 신비감을 자아내기에 안성맞춤이어서 은둔자들에게 자연스레 인기가 높았다. 중국에서는 은둔자가 현인으로 여겨졌고, 깊이 은거할수록 명성의 높이는 그에 비례하는 경향마저 있었다.종남산 지름길에 관해서는 재미있는 일화가 전해진다. 당나라 현종 때 노장용(盧藏用)은 진사 시험에 급제한 뒤에도 쉽게 임용되지 않아 초조한 나날을 보냈다. 당나라에서는 과거급제가 곧.. 더보기 [여적] 평양 구경 2003-09-17 "뭇 물줄기 모였으니 강 이름이 대동이라, 해맑고 굼실굼실, 번쩍여 출렁출렁, 깨끗하긴 흰 비단을 깐 듯, 해맑기는 청동 거울 같은데, 양편 언덕 수양버들은 온종일 춤을 추며, 질펀한 모래벌판, 넓은 들에 날아 우는 기러기들, 푸른 매가 성(城)을 둘러 사면이 드높은 데, 굽어보면 가랑비에 누역을 쓴 어옹(漁翁)들, 멀리 들으면 석양녘에 피리 부는 목동들, 그림으로도 그릴 수 없고 노래로도 다할 수 없네"'보한집'으로 문명(文名)을 드날린 고려 무신정권시대의 개혁적 지식인 최자(崔滋)는 당시 서경이었던 평양을 필설로 다 묘파하기 어렵다며 이처럼 안타까워했다. 고려때 문인 조위(趙瑋)가 읊은 '평양 8경'은 시정(詩情)이 듬뿍듬뿍 묻어난다. 을밀대의 봄경치(密臺賞春), 부벽루와 대동강물.. 더보기 이전 1 ··· 257 258 259 260 261 262 263 ··· 288 다음 목록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