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데스크칼럼> 정치언어 살생부라도 만들자 2002-10-14 극단적으로 '정치=말'이라는 등식이 성립한다면 한국의 정치개혁은 말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절감하는 요즘이다. 그렇잖아도 한국이 정치판에서 말이 가장 거친 나라 가운데 하나로 정평이 나 있지만 연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벌어지는 추태를 보면 마치 욕설 경연대회장 같다. 국민의 대표를 뽑는 기준이 쌍스런 말을 잘하는 사람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다. 최근엔 대선을 앞두어선지 정당의 국회 운영 책임을 맡고 있는 원내총무들이 의원들의 발언을 자제시키기는커녕 한술 더 뜨는 경향까지 보인다.정치권에서는 국회 밖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어떻게 하면 말의 자극성을 높일까 궁리하는 데 여념이 없는 듯하다. 정당의 대변인들이 지금까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여러 차례 신사협정을 맺고 품격있.. 더보기
<데스크 칼럼> 부시의 '마니교 정치학' 2002-09-09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마니교 정치학'의 신봉자인 듯하다. 그는 어떤 사안이든 극도로 단순화하길 즐긴다. 우선 잘 알려진 대로 세계를 선과 악으로 명쾌하게 나눠 버리곤 한다. 테러와의 전쟁에 동참하거나 협력하는 나라는 '친구'이고 그렇지 않은 국가는 '적'으로 여긴다. 마니교도 세상이 대립하는 두 진영으로 이뤄지고 두 진영 사이의 싸움이 세계사를 규정한다고 믿는다. 두 진영은 바로 빛과 어둠, 착한 편과 악한 쪽이다.마니교 정치학을 탁월하게 개념화한 사람은 독일의 카를 슈미트였다. 그는 나치의 독재국가체제를 학문적으로 정당화한 덕분에 국가사회주의의 대표적인 법학자로 일컬어진다. 슈미트는 정치 본질이 친구와 적으로 구분하는 데 있다는 생각을 뇌리에서 결코 떨쳐 버리지 않았다. 피.. 더보기
<데스크 칼럼> 頓悟漸修논쟁과 제3후보 2002-08-12 올해 대선후보들을 보면서 중국 선불교의 6조 대사 법통잇기 과정을 떠올리게 된다. 시공(時空)의 격차까지 겹쳐 있는 정치와 종교를 직접 견주는 것은 무리가 따를 수 있고 상황전개가 다른 측면도 없진 않지만 흥미로운 비교대상임이 분명하다.달마(達磨)대사가 중국에 들어온 뒤 선종(禪宗)의 5조 대사가 된 홍인(弘忍)의 유력한 법통승계자로 신수(神秀)와 혜능(慧能)이라는 두 제자가 있었다. 출신 배경과 학벌, 인생역정 등을 살펴보면 신수는 이회창(李會昌) 한나라당 후보, 혜능은 노무현(盧武鉉) 민주당 후보와 닮은 점이 적지 않다. 귀족출신인 신수는 오래전부터 자타가 인정하는 홍인대사의 정통파 수제자(首弟子)였다. 상대적으로 유복한 집안에다 학벌 엘리트 코스를 거쳐 대법관과 감사원장, 국무총..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