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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과거청산과 민생 함수관계 2004-07-28 스페인 영화 '까마귀 기르기'(원제 Cria Cuervos)는 프랑코 독재의 잔영을 그린 명작으로 꼽힌다. 이 영화는 한 부르주아 가정의 삶을 통해 프랑코 시대가 스페인 사회에 드리운 상흔을 오묘하게 교직해 냈다. 카를로스 사우라 감독이 1976년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을 만큼 주목도가 높았던 까닭도 여기에 있는 듯하다. 독재를 상징하는 아버지의 죄는 물론 이모의 위압적 태도까지 심판하려는 주인공 아나의 행동은 스페인의 새로운 세대가 프랑코를 죽이고 과거의 상처에서 벗어나려는 '신원(伸寃)의 알레고리'라는 평판을 얻는다.요즘 한국사회의 뜨거운 감자 가운데 하나인 과거 청산과 역사바로세우기 작업을 보면서 이 영화를 떠올리게 된다. 다른 한편으론 지난날 리영희 선생의 마음을 .. 더보기
<아침을 열며...> 시스템보다 중요한 철학 2004-06-30 프로라고 자긍하는 이들에게 아마추어라는 비판은 때론 수치나 모욕으로 받아들여진다. 그것도 우군이 그랬다면 강도는 한결 높다.엊그제 열린우리당의 한 젊은 국회의원이 참여정부의 '아마추어 외교'를 도마 위에 올린 것은 더없이 통렬한 채찍이자 자성의 목소리이다. 김선일씨 납치 피살사건은 노무현 정부의 아킬레스건이 화살을 맞은 셈이다. 좁게는 교민보호의 문제점과 정보라인의 한계를 절감한 사건이지만, 외교.안보정책을 원점에서 되짚어볼 수 있는 호기이기도 하다. 한 젊은이의 안타까운 죽음이 외교.안보시스템을 두루 점검하는 계기가 된 것은 노대통령에겐 역설적인 행운인지도 모른다. 노대통령의 큰 취약점 중 하나가 외교.안보분야라는 사실은 취임 초기부터 제기돼온 터여서 새삼스러울 게 없다. 대통령 자.. 더보기
<아침을 열며...> 대통령의 성공 신드롬 2004-06-02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소추기간에 고집이 남다른 한 선배와 자신있는 내기를 걸었다. "두고 보십시오. 탄핵이 기각된 뒤에는 대통령이 아주 멋진 지도자는 아닐지라도 제법 괜찮게 환골탈태해서 돌아올 게 틀림없습니다. 나라 장래를 위해선 잘된 일인지도 모릅니다."노대통령에 대한 믿음이라곤 손톱만큼도 보여주지 않는 그 선배는 감옥 아닌 감옥생활을 했다고 대통령의 스타일이 바뀐다면 손가락에 장을 지지겠다고 극단 어법까지 썼다. 개과천선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며 막말까지 동원하는 선배에게 술 힘을 빌려 세상을 너무 각박하게 살지 말자는 어쭙잖은 충고를 했던 객기는 지우고 싶은 추억이 됐다. 내 장담은 이제 부질없는 일이 될 확률이 더 높아진 게 아닌가 싶다. 헌법재판소가 일부 유죄를 인정한 대목은 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