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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아마추어 국정" VS "관료주의 발호" 2005-06-06 천주교 신자인 데다 불교에 대한 이해가 일천했던 소설가 춘원 이광수가 법화경(法華經)을 번역하겠다며 발벗고 나섰다. 그러자 춘원의 사촌동생이자 역경사(譯經師)였던 운허(耘虛) 스님이 청담(淸潭) 스님에게 득달같이 달려갔다. 형의 번역작업을 만류해 달라는 것이었다. 춘원이 법화경을 소설가적인 식견으로 잘못 번역해 놓더라도 그의 명성 때문에 독자들이 옳다고 받아들이지 않을까 크게 염려해서다. 청담은 춘원을 찾아가 그가 지금 법화경을 번역해서는 안되는 이유를 설명해 주면서 중단을 간곡히 요청했다. 한문 실력이라면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고 불교에 대한 공력도 나름대로 갖추었다고 자부하던 춘원은 물러설 줄 몰랐다. 춘원은 "그러면 1주일이든 2주일이든 결론이 날 때까지 토론하자"며 끈질기게 물고.. 더보기
<아침을 열며> '어영부영 40%'의 균형자론 2005-05-09 '지지계층 30% 반대계층 30% 어영부영 40%'. 문희상 열린우리당 의장이 지난 재.보선 패배 직후 차기 대선전략을 위한 유권자 계층의 역학구도를 분석하면서 운위한 '어영부영 40%'는 용어선택에 문제가 있었지만 애교로 봐줘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문의장의 표현대로 선거판에서 '어영부영 40%'를 잡는 것이 승부의 관건이라는 점은 비율에 차이는 있겠지만 대부분의 민주국가에 적용되는 선거구도다. 부정적으로 보자면 기회주의자랄 수도 있으나 중도성향의 유권자들이야말로 변화를 위한 균형자인 셈이다. 논란의 대상으로 따지자면 말도 많은 동북아 균형자론보다 '어영부영 40%'의 균형자론이 훨씬 더 설득력을 지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당 내부에서는 40%를 잡는 방법론을 둘러싼 노선갈등의 불씨.. 더보기
<아침을 열며> 일본편만 드는 미국 2005-04-11 한국과 일본 사이에 사활적인 문제가 생기거나 개입될 때마다 미국이 알게 모르게 일본편에 서는 역사적 악몽에 우리는 시달리곤 했다. 오늘날 한국과 일본의 역사문제가 끝내 미결인 채로 남게 된 것도 2차 세계대전 직후 미국의 대일본정책이 결정적인 요인 가운데 하나다. 바로 미국정부를 대표한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의 전후처리방식 때문이다. 맥아더는 히로히토(裕仁) 일왕의 협력을 점령정책 성공의 열쇠로 여겼다. 해서 일왕의 전쟁책임을 면책하는 대가로 미국의 일본점령정책에 전적으로 협력한다는 약속을 얻어냈다. 잠시 축출되었던 일본 전범들이 한국전쟁을 계기로 미.일관계가 변화하면서 정계에 복귀하는 바람에 일본정치의 우경화를 부채질했다. 미국이 패전국 일본의 전쟁책임을 희석시킨 일이 과거사문제 해결..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