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순 칼럼] 투표일 아침의 단상 입력 : 2006-05-30 18:07:02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그레셤의 법칙이 여전히 통한다고 인식되는 곳이 정치판이다. 적어도 한국인들의 뇌리에는 오랫동안 그렇게 각인돼 왔다. 여기엔 선거야말로 차악(次惡)의 선택이라는 비관주의가 바탕에 도도히 흐른다. 다른 한편으로 좋은 것의 적(敵)은 나쁜 것이 아니라 더 좋은 것이라는 역설도 선거전에서 흔히 나타나는 양상이다. 이번 지방선거 과정에서 드러난 흥미로운 현상의 하나도 이런 역설적인 적(敵)개념이다. 보다 적확하게 얘기하자면 인기있는 후보의 적은 더 인기있는 후보인 셈이다. 이미지가 이미지를 눌렀다는 시선도 맥락은 흡사하다. 이런 현상은 지방선거의 하이라이트인 서울시장 선거운동 과정에서 극명하게 표출됐다. 초기에는 한동안 여야를 통틀어 한나라.. 더보기 [김학순 칼럼] 공자와 마부, 그리고 평택기지 입력 : 2006-05-02 18:08:17 공자(孔子)가 타고 다니던 말이 어느날 한 농부의 밭으로 들어가 농작물을 망쳐 버렸다. 화가 머리끝까지 난 농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말을 끌고 가 버렸다. 공자가 제자들에게 물었다. “누가 가서 말을 찾아오겠느냐?” “제가 가서 찾아오겠습니다.” 말재주가 좋다고 소문난 제자 자공(子貢)이 선뜻 나섰다. 그러자 마부도 함께 나서서 말했다. “아닙니다. 제가 말을 잘 지키지 못해서 생긴 일이니 제가 찾아오겠습니다.” “그래도 자공이 가는 것이 좋겠다.” 공자의 말에 자공이 휘파람을 불며 농부에게 갔다. 하지만 자공이 손이 닳도록 빌고 설득해도 농부는 말을 돌려 주지 않았다. 그렇다고 농부의 손에 잡혀 있는 말고삐를 강제로 빼앗아 올 수도 없는 일이었다. 자.. 더보기 [김학순칼럼] 정주영과 신문대학 입력 : 2006-04-04 17:59:37 고인이 된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의 신문 사랑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남달랐다. 이런 일화를 들으면 금방 머리를 끄덕일 수밖에 없을 게다. 박정희 대통령이 경부고속도로 건설에 관한 의견을 듣기 위해 정회장을 청와대로 불렀을 때였다. “소(초등)학교밖에 안 나온 분이 어떻게 우리나라 최고 명문을 나온 직원들을 그렇게 잘 다루십니까?” “제가 왜 소학교밖에 안 나왔습니까? 저도 대학을 나왔습니다.” 정회장이 섭섭한 듯한 얼굴로 말했다. “저는 정회장께서 소학교만 졸업했다고 들었는데요. 그렇다면 대체 어느 대학을 나왔습니까?” “신문대학을 나왔지요.” “신문대학이라뇨?” 박대통령은 정회장의 입에서 예상하지 못한 대답이 나오자 약간 당혹스러운 얼굴로 되물었다. .. 더보기 이전 1 ··· 243 244 245 246 247 248 249 ··· 28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