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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첫 인상의 허실 입력 : 2006-09-10 18:06:17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은 젊은 시절 연방수사국(FBI) 직원 채용시험 때 낙방의 쓴 잔을 들어야 했다. 최종 면접 시험관은 29살때 국장이 된 뒤 무려 48년간 닉슨을 포함해 8명의 대통령을 보좌한 신화를 남긴 에드거 후버였다. 낙방 이유는 첫인상이 음울해 보인다는 것이었다. 닉슨이 그때 합격했더라면 훗날 대통령이 되지 못했을 개연성이 높지만 시험에 떨어져 기분 좋을 리 없었다. 세상을 유혹한 세기의 스타 마릴린 먼로에게서도 흡사한 예화가 전해진다. 먼로는 18살 때 사진모델을 지망했다. 하지만 당시 캐스팅 전문가들은 먼로의 첫인상에 한결같이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한 모델 에이전시는 “당신은 실무를 배워 비서가 되거나 아니면 결혼하는 편이 낫겠다”고 .. 더보기
[김학순 칼럼] 강과 바다의 ‘만리장성’ 입력 : 2006-08-29 18:49:35 일행 가운데 누군가가 중얼거리듯 한마디를 던졌다. “중국에는 지율스님이 안 계신가 보네.” 지난주 극히 짧은 답사기간 동안 양쯔강 중류의 3개 협곡 물줄기를 틀어막은 싼샤(三峽)댐을 통과할 때였다. 중국인들이 ‘새 만리장성’(新長城)이란 별명을 붙인 대역사(大役事)에 입을 다물지 못하다가 한국의 환경운동이 불현듯 떠올랐던 모양이다. 듣던 대로 수려무비한 풍광을 자랑하는 120㎞ 길이의 협곡을 ‘괴물’처럼 막아선 싼샤댐은 다목적이긴 하지만 개발지상주의를 고스란히 웅변하는 오늘의 중국을 상징하고 있었다. 만리장성 이래 최대 역사라는 싼샤댐은 사실상 서부대개발의 출발선이기도 하다. 지난 5월20일 완공된 싼샤댐은 중국 경제성장의 최대 기념물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 더보기
[여적] ‘기회의 언어’ 입력 : 2006-08-27 18:20:30 1848년 ‘아테네움’이란 영국 잡지에 이런 글이 실렸다. “영어는 문법 구조가 쉽고 변형이 거의 없다. 자연에 나타나는 성(性) 외에는 성의 구분도 별로 없다. 어미와 보조동사가 간단명료하면서도 장엄함이나 표현의 강도, 풍부함에서 어떤 언어에도 결코 뒤지지 않는 우리 모국어는 구조상 세계어가 될 자격이 충분하다.” 저명한 현대 영어학자 데이비드 크리스털은 이런 주장을 한마디로 일축한다. “애초부터 핵심을 잘못 짚었다.” 크리스털은 미적 가치, 효과적 표현력, 문학적인 힘, 종교적 의미 같은 거창한 것을 국제어의 본보기로 내세우는 다수의 단견을 꼬집는다. 영어에 관한 책만 60여 권을 쓴 그의 탁견(卓見)을 들어보면 고개가 끄덕여질 수밖에 없다. 역사상 특정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