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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한 해의 끝자락 입력 : 2006-12-29 17:08:39 세밑의 강추위가 손돌바람처럼 살천스럽다. 헌 달력은 ‘마지막 잎새’처럼 을씨년스럽다. 가년스러운 서민들의 애옥살이가 한층 힘겨워 보인다. 지도자와 정치인들은 앵돌아진 민초들의 마음을 보듬기보다 제 몸 챙기기에 더 부산하다. 본업은 뒷전인 채 여줄가리 말싸움에나 열을 올린다. 콩팔칠팔 지껄이는 정치의 언어가 콩켸팥켸 같은 상황을 연출한다. 끝이 없는 지청구에 기가 질린다. 정치판만 보면 시간의 경계를 가늠하기 어렵다. 시간은 ‘동작 그만’ 구령을 단 한번도 따라주지 않는다. 시간은 시나브로 걸음을 옮기면서 만물의 운명을 옥죈다. 시경(詩經)도 “시작을 잘하지 못하는 사람은 없어도 끝맺음을 잘하는 사람은 드물도다”라는 영탄조의 읊조림을 담고 있는 걸 보면 회한은 .. 더보기
[여적] 엽기독재자 입력 : 2006-12-22 18:02:05 이름조차 생소한 나라 투르크메니스탄에 대한 한국인들, 특히 스포츠 팬들의 유일한 기억은 축구경기에서의 아물기 어려운 상처로 남아 있을 게다. 한국 대표팀이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에서 세계 랭킹 100위권의 약체 투르크메니스탄에 2대 3으로 역전패했던 악몽이 그것이다. 당시 대표팀은 최용수, 이동국, 최성용, 유상철, 김병지 등 최정예 멤버로 짜여 있었다. 허정무 감독은 투르크메니스탄에 이어 태국에도 져 8강에서 탈락하는 바람에 이를 잊지 않기 위해 ‘패전기념 시계’를 사서 찼을 정도다. 인구 6백만 명의 투르크메니스탄은 석유 매장량 세계 5위, 가스와 광물자원 매장량이 각각 3위다. 세계에서 기름 값이 가장 싼 것은 너무나 당연한 지도 모른다. 값싼 석유 .. 더보기
[여적] 부시맨의 귀향 입력 : 2006-12-15 18:02:41 아프리카의 부시맨은 독특한 생활 철학을 지녔다. 동작이 굼뜬 사슴이나 토끼 같은 동물은 절대로 사냥하지 않는다. 노인들에게 사냥할 기회를 주기 위해서다. 야생 열매를 딸 때는 반드시 씨앗이 될 만큼 남겨둔다. 벌집이 꿀을 딸 정도로 크지 않으면 건드리지 않는다. 물을 마시러 오는 동물들을 위해 우물 근처에는 절대 덫을 놓지 않는다. 아프리카 남부 칼라하리 사막 주변에 살던 부시맨들과 생활한 적이 있는 한 인류학자가 관찰한 결과다. 부시맨은 2만 여년 동안 문명과 격리되어 석기시대의 삶을 지속해 왔다. 지금까지 조금도 발전하지 않았다는 것은 기적에 가깝다. 부족 전체합의제는 부시맨을 원시상태로 잡아둔 원인 가운데 하나다. 찰스 다윈은 이를 ‘세상의 가장 이상적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