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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종남산 지름길'과 총선 2003-12-10 중국 고사 '종남산 지름길'은 출세와 영달의 첩경을 상징한다. 종남산은 당나라 수도였던 장안(長安) 남서쪽 교외에 자리잡고 있는 명산 중의 명산이다. 종남첩경(終南捷徑)은 깊디깊은 산중에 은거하면서 이름값을 올린 뒤 높은 벼슬자리를 차지하는 우회전술을 쓰는 선비들이 많았던 데서 유래한다. 종남산은 깎아지른 듯한 절벽이 비단병풍처럼 둘러싸 신비감을 자아내기에 안성맞춤이어서 은둔자들에게 자연스레 인기가 높았다. 중국에서는 은둔자가 현인으로 여겨졌고, 깊이 은거할수록 명성의 높이는 그에 비례하는 경향마저 있었다.종남산 지름길에 관해서는 재미있는 일화가 전해진다. 당나라 현종 때 노장용(盧藏用)은 진사 시험에 급제한 뒤에도 쉽게 임용되지 않아 초조한 나날을 보냈다. 당나라에서는 과거급제가 곧.. 더보기
[여적] 평양 구경 2003-09-17 "뭇 물줄기 모였으니 강 이름이 대동이라, 해맑고 굼실굼실, 번쩍여 출렁출렁, 깨끗하긴 흰 비단을 깐 듯, 해맑기는 청동 거울 같은데, 양편 언덕 수양버들은 온종일 춤을 추며, 질펀한 모래벌판, 넓은 들에 날아 우는 기러기들, 푸른 매가 성(城)을 둘러 사면이 드높은 데, 굽어보면 가랑비에 누역을 쓴 어옹(漁翁)들, 멀리 들으면 석양녘에 피리 부는 목동들, 그림으로도 그릴 수 없고 노래로도 다할 수 없네"'보한집'으로 문명(文名)을 드날린 고려 무신정권시대의 개혁적 지식인 최자(崔滋)는 당시 서경이었던 평양을 필설로 다 묘파하기 어렵다며 이처럼 안타까워했다. 고려때 문인 조위(趙瑋)가 읊은 '평양 8경'은 시정(詩情)이 듬뿍듬뿍 묻어난다. 을밀대의 봄경치(密臺賞春), 부벽루와 대동강물.. 더보기
[여적] 옷의 기원 2003-08-21 소설가 웰레스의 '노벨상'이라는 작품에는 민족에 따라 가장 수치스럽게 여기는 신체 부위가 다르다는 사실을 설명하는 대목이 나온다. '만약 벌거벗은 스웨덴.프랑스.미국 여성이 길에서 사람을 만나면 맨 먼저 손으로 치부를 가릴 것이며, 아랍 여성이라면 얼굴을, 중국 여성이었다면 발을, 사모아 여성이면 예외없이 배꼽을 가장 먼저 가릴 것이다'원시종족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이런 사실을 창세기 신화에서 옷의 기원을 찾으려는 주장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근거로 삼는다. 아담과 이브가 뱀의 유혹으로 지혜의 나무 열매를 먹은 뒤 나신을 부끄럽게 생각한 나머지 나뭇잎으로 치부를 가리게 됐다는 성서의 기록을 사실로 믿지 않는 학설은 적지 않다. 몇 가지 실례를 보자. 브라질 무구라의 여성들은 '사이아'란 .. 더보기
[여적] 모유 먹이기 2003-08-06 몽골족의 시조는 개의 젖을 먹고 자랐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그래선지 몽골족의 조상 짐승은 개다. 우리 민족의 곰에 해당한다. 전설과는 달리 칭기즈칸은 갓난아이 때 말젖을 주로 먹었다는 속설이 전해진다. 몽골인들이 말젖을 일상적으로 즐기는 것과 무관하지 않은 듯하다. 고구려를 건국한 주몽이 어려서부터 좋은 말을 구별할 수 있었던 게 말젖으로 양육된 덕이라는 구전도 있다.로마 건국신화의 주인공인 로물루스와 레무스는 늑대의 젖을 빨며 컸다. 이탈리아에서 늑대의 젖을 물고 있는 쌍둥이 그림이나 동상을 쉬이 찾아볼 수 있는 것도 이런 신화가 바탕에 깔렸다. 인류가 동물의 젖을 짜먹기 시작한 것은 이미 1백만년 전인 홍적세 때부터다. 아기에게 동물의 젖, 특히 우유를 본격적으로 먹이기 시작한 것.. 더보기
<경향의 눈>'카드모스의 승리'와 北核 2003-07-29 미국은 이라크전쟁 초반 바그다드의 방공망을 초토화하고 지상군을 투입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무렵 적군의 저항이 만만찮은 상황에 이르자 '피로스의 승리'(Pyrrhic Victory)를 떠올렸다. 베트남전의 재판(再版)이 되거나 이기더라도 '상처뿐인 승리'가 될 수 있다는 초조감이었다. 악몽같은 전황은 미군 수뇌부는 물론 세계의 군사전문가들과 언론의 예단까지 가세하면서 현실화되는 듯했다. '피로스의 승리'는 고대 군사강국 에피로스가 기원전 279년 로마군과 아드리아해 부근에서 벌인 혈전에서 엄청난 희생을 치른 끝에 얻어낸 승전보 이후 고사성어로 정착된 것이다. "이런 승리를 한번 더 거두었다간 우리나라가 망한다"고 피로스 왕이 자신의 운명을 예견하듯이 했다는 말은 오늘날엔 그의 상징이.. 더보기
[여적] 북핵 해결사 2003-07-24 기상천외한 우화(寓話)로 필명을 날린 프랑스 작가 마르셀 엠므의 단편소설들 가운데 단연 압권은 '해결사'다. 제목에서 연상되듯 주인공 말리코르느는 남의 빚을 대신 받아 주는 일이 직업이다. 그는 어느날 밤에 잠을 자다가 느닷없이 천국에 불려간다. "저놈은 당장 지옥에 보내야 한다"는 베드로의 강력한 건의에도 불구하고 향후 선행을 맹세한 뒤 간신히 죽음을 면한다. 개과천선해 이 세상으로 돌아온 그는 치부책에 차변.대변 대신 선행과 악행란을 만들어 잘잘못을 빠짐없이 적는다.성당 문앞에 웅크리고 앉은 거지에게 몇 푼을 던져 준 일은 선행란에, 개를 발로 찬 날은 악행란에 기록한다. 훗날 천국에 갔을 때 그는 자신있게 선행을 많이 했다고 자랑한다. 그러자 베드로가 나서서 "그리스도의 가르침에.. 더보기
[여적] 경호원 2003-07-22 러시아 대통령 경호를 맡고 있는 특수 잠수부대는 일반인들에게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지만 세계의 경호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명성이 자자하다. 1960년대 구소련 시절 창설된 이 정예부대는 모스크바의 강과 하수구 등 지하를 네트워크화해 대통령궁인 크렘린을 수중공격으로부터 보호하는 임무를 띠고 있다. 이 특수잠수부대가 동원되는 것은 크렘린이 강가에 자리한 지리적 특수성 때문이다. 이 부대원들의 경호기법이 철저히 비밀에 부쳐져 있음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단편적으로 알려진 것으로는 이들이 사용하는 주무기가 특수 설계된 반자동 수중권총과 칼이라는 정도다.세계 최고수준을 자랑하는 미국 대통령 경호실의 경호방법이 대부분 베일에 가려져 있음은 물론이다. 경호본부에서 K-9으로 불리는 근접경호팀과 백악관.. 더보기
[여적] 생선회 특구 2003-07-09 지구촌 어딜 둘러 보아도 한국인처럼 너나없이 '특'자를 즐기는 국민도 드물다는 사실은 이제 우리 스스로가 인정할 정도다. 설렁탕 집 차림표에 '보통'과 '특'으로 구별짓는 것은 상식이다. 병원에서는 몇달, 심지어 몇년을 기다리더라도 특진을 받아야 직성이 풀린다. 얼마나 특별한지는 모르지만 의사의 몇마디 얘기를 듣는 게 고작 3∼4분에 불과한 데도 말이다. 열차를 타면 특급도 모자라 특실에 앉아서 가야 체면이 선다. 특실 가운데도 특석이 있다면 기를 쓰고 그곳에 가야 자존심을 세운다고 여긴다. 작은 부탁을 하나 하더라도 '특별히' 해야만 잘 먹혀든다.사는 곳은 서울특별시라야 한다. 그 중에서도 강남특구가 아니면 알아주지도 않는다. 그래서 강남은 인재특구로 불리기도 한다. 거기서도 대치동.. 더보기
[여적] 산천어 2003-06-16 물고기 이야기를 누구보다 정감 어린 시어로 풀어내는 시인 안정옥의 '산천어'는 다소 애처롭게 다가온다. '봄이 되면 바다로 향하는 신경통을 앓아가며/ 산천어는 또 다른 산천어를 만들고 한 때는 송어였던 기억을 잊었다/ 황금색 몸에는 눈물점 그대로 있어 누구나 그 모습 한번만이라도 보면 탐하는(중략) /사랑을 품고는 오지 않는 물고기가 있었다 오지 않는 사람이 있었다'똑같이 송어로 태어나 바다 구경 한번도 못하는 불운에다 그 흔한 떡고물조차 구경하지 못한 채 평생을 한없이 깨끗한 물에서만 살아야 하는 운명이니 그럴 만도 하다. 태어날 땐 송어와 같은 어종이지만 연어처럼 바다로 나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송어와는 달리 계곡에 남아 그대로 자라면 산천어가 되고 만다. 너무 깨끗한 물에는 고기가.. 더보기
[여적] 가죽 수갑 2003-06-13 미국 샌프란시스코만 앞에 있는 자그마한 섬 알카트라즈는 전략적으로 더없이 뛰어난 요새였다. 이곳은 캘리포니아의 황금 수송 요충지이기도 했다. 알카트라즈는 미국의 악명높은 죄수들을 수감했던 곳이면서 인권침해로도 최악을 자랑했던 형무소로 명성이 자자하다. 금주법과 대공황으로 범죄가 기승을 부리자 미 연방수사국(FBI)은 '범죄와의 전쟁'에 나선다. 당시 알카트라즈 감옥에 투옥된 죄수들은 이름만 들어도 고개가 끄덕여질 정도로 쟁쟁한 인물들이다. 알 카포네, 존 딜링거, 앨빈 크리피 카푸스, 베이비 페이스 넬슨, 보니 파커, 클라이드 바로 등등.이곳은 탈옥성공 확률 0%를 자랑한다. 간수의 살해, 죄수들의 비인간적 취급, 자살, 자해 등의 감방 비화가 공개되면서 1962년 폐쇄될 때까지 29..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