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썸네일형 리스트형 <데스크 칼럼> 일본의 숙제 1998-10-14 일본이 숨기고 싶어하는 치부(恥部) 가운데는 이런 것도 있다. 2차 세계대전 패전 직후 일본 정부가 가장 먼저 손 댄 일의 하나가 미군을 위한 국가공인의 매춘조직과 시설을 만들었다는 사실이다. 히로히토(裕仁) 일왕의 항복 방송이 있은지 불과 3일만인 45년 8월18일. 일본 경시청은 화류(花柳)업계 대표들을 불러 진주군을 위한 위안시설 마련에 관해 협조를 요청한다. 일본 정부는 이날중 내무성 경보국장 이름으로 각 부·현에 「진주군 특수위안시설에 대해서」라는 제목의 무전을 보낸다. 곧 이어 8월28일에는 화류계 업자들에 의한 「특수위안시설협회」가 만들어진다. 이들은 국고보조금을 받아 대대적으로 미군 위안부를 모집한다. 「전후 처리의 국가적 긴급시설, 신 일본여성을 구한다」는 신문광고는 .. 더보기 <데스크 칼럼> 자본주의와 지도층의 위기 1998-09-16 날씨마저 제정신을 잃어버린 요즘 우리는 나라 안팎에서 일어난 가치관의 처연한 일탈(逸脫)장면을 참담한 가슴으로 체험한다. 더 말할 것도 없이 입에 담기도 거북스런 세계 최강국 지도자의 성추문과 보험금을 타기 위해 아들의 손가락을 자르는 것조차 주저하지 않은 우리네 아버지의 비정한 모습이 그것이다. 두 사건은 가장 원초적 욕망인 성(性)과 돈의 노예가 된 인간의 벌거벗은 원형을 더없이 극명하게 보여준다. 둘은 동·서양 덕목의 동반타락을 상징하는 것이기도 하다. 서양을 표상하는 근대적 시대정신인 청교도 윤리와 동양의 대표적인 철학이자 신앙인 유교정신의 몰락을 의미한다. 또 다른 측면에서 두 사건은 유행어가 되다시피한 「자본주의의 위기」의 한 단면을 드러내는 공통점을 지녔다. 청교도정신은 .. 더보기 <데스크 칼럼> 犬公과 국회의원 1998-08-05 유권자들의 분노가 극에 달하면 때론 상식을 훌쩍 뛰어넘는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부근에 있는 조그만 읍인 「수놀」의 주민들은 지난 83년 견공(犬公)을 읍장으로 뽑았다. 사람 읍장에 오죽 넌덜머리가 났으면 그랬을까. 요즘 우리 정치인들을 보면 이해가 가고도 남는다. 자신을 위해(危害)하지 않는 한 결코 주인을 배신하지 않는 개의 품성에서 암시를 얻은 유권자들이 1회성 시위 정도로 시작했다가 무려 여섯차례나 연임시켰다. 읍장으로 선출된 보스코 보스 라모스란 이름의 이 사냥개가 유권자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더없이 충직했기 때문임은 물론이다. 4년 전인 지난 94년 천수(天壽)를 다할 때까지 11년간이나 자신의 임무에 일로매진(一路邁進)했다. 비록 인구가 1,000여명밖에 되지 않는 작은.. 더보기 <데스크 칼럼> 日 국민의 냉엄한 심판 1998-07-15 한나라의 포괄적 건강상태를 단숨에 읽어내는 수단으로 증권시장을 능가하는 것이 없지 않을까 싶다. 정치·경제적 민심 감지에는 더욱 그렇다. 한결같이 경제적 위기에 시달리는 아시아국가들의 경우 외환시장을 추가하면 그만일 듯하다.엊그제 끝난 일본 참의원 선거결과에 대한 일본 국민의 생각도 주가와 엔화에 거의 그대로 투영됐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집권 자민당의 참패 직후 주가가 떨어지기는커녕 반등세를 나타냈다. 엔화 역시 초기엔 약세를 면치 못하다 회복세로 돌아섰고 하루가 지난 뒤엔 좀 더 강세로 접어들었다. 하루 이틀만 보고 모든 걸 판단하기 어려운 점도 부인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일본 정국은 단기적으로 여전히 불투명하다. 다만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郞)총리의 사임 발표가 국민에게 기대.. 더보기 <데스크 칼럼> 낯 간지러운 ‘정보化’ 1998-04-22 앨버트 고어 미국 부통령 부자의 선각(先覺)은 무릎을 치게 만드는 우연의 일치부터 우선 이채롭다. 그 성격은 다르지만 미국이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으로 온존하는 데 한몫을 하는 「고속도로」와 공교로운 인연을 맺고 있다. 고어 부통령의 아버지인 앨버트 고어 1세는 연방 상원의원으로 활약하면서 미국이 세계에서 가장 효율적인 고속도로망을 구축하는 일에 선구적인 역할을 했다. 미국의 자동차도로가 광대무변한 국토를 사통팔달하는 고속도로망으로 거듭난 것은 앨 고어 1세의 선견지명 덕분이라고 해도 무리가 아니다. 1956년 제정된 미국의 「고속도로법」은 대부분 그의 남다른 생각에서 비롯됐다. 그런 아버지를 닮아선지 고어 부통령은 미국이 지난 93년 세계에서 처음으로 최첨단 「정보초고속도로」 건설을 .. 더보기 <데스크 칼럼. 1인자와 2인자 1998-04-08 역사에 길이 남는 건국엔 으레 걸출한 지도자와 그에 버금가는 1등공신이 존재하게 마련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의 신생국 가운데 모범생으로 일컬어지는 싱가포르의 발전과정에서 가장 흥미로운 인간관계는 리콴유 초대총리와 고갱쉬 전제1부총리다. 두 지도자의 관계는 찾기 힘들 만큼 특이하다. 그들은 함께 손을 맞잡고 나라를 일으켜세운 주역이면서도 인간적인 친근함은 나눠갖지 못했다. 1인자와 2인자 사이였던 두 사람은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도 모른다. 부인 콰걱추를 제외하고는 리콴유의 행동을 제어할 수 있었던 사람은 고갱쉬가 사실상 유일했다. 고갱쉬는 다른 모든 사람들이 동의한 리콴유의 정책결정에 도전하거나 수정을 강요할 정도였다. 그렇지만 리콴유는 화를 내거나 무시하지 않았다. 그만큼 고갱쉬의 .. 더보기 [여적] 빼앗긴 분수대 낭만 1998-03-27 시인 조병화(趙炳華)는 분수(噴水)를 이렇게 노래한다. 『분수야 쏟아져 나오는 정열을 그대로 뿜어도/소용이 없다/차라리 따스한 입김을 다오/저녁 노을에/무지개 서는/섬세한 네 수줍은 모습을 보여라』. 그가 아니라도 분수는 세계 어느 나라 예술인들에게든 더없이 친근한 소재임에 틀림없다. 우리나라에는 70년대 초반부터 「시가 있는 분수」를 만들어온 「분수동인」까지 생겨났다.실제로 분수대와 광장을 빼놓곤 도시를 생각할 수 없을 게다. 둘은 따로 존재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 바늘과 실의 관계나 다름없다. 분수없는 도시는 영혼없는 인간과 같다고 비유한 사람도 있을 정도다. 서울의 명물 세종문화회관도 그 자체로서는 물론 분수대 광장때문에 직장인과 외국관광객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90년부터는 .. 더보기 <정동칼럼> YS와 후버 1998-02-28 김대중 새 대통령이 프랭클린 루스벨트와 닮은 점이 많다면 김영삼 전 대통령은 허버트 후버와 여러 면에서 비슷하다. 미국의 31대 대통령이자 루스벨트의 바로 전임자인 후버는 「실패한 대통령」의 상징처럼 돼 있다. 그는 사상 최고의 호황을 누리던 경제를 임기 시작 7개월만에 파국으로 몰아넣어 세계역사상 가장 먼저 대통령제를 도입한 미국에서 무능지도자의 표본으로 낙인이 찍혔다. 그가 현직에서 물러날 때 미국의 경제사정은 거의 정지된 상태였다. 현재의 한국 경제사정보다 더 나빴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미국 역사가들은 후버를 가장 많은 박수를 받으며 등장했다가 비난 또한 가장 많이 받으며 퇴장한 대통령으로 기록하고 있을 정도다. 취임 초기 90%대의 인기를 유지했던 김 전 대통령이 퇴임 무렵.. 더보기 [여적] 들러리 위원회 1998-02-17 미국만큼 위원회가 많은 나라도 드물다. 한동안 터무니없이 늘어나 골칫덩이가 될 정도였다. 그러자 위원회를 누구 못지않게 좋아하던 리처드 닉슨 전대통령도 하는 수 없이 크게 손질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어떤 방법으로 위원회 수를 줄일까 고민하던 닉슨은 구체적인 방책을 짜도록 한 참모에게 지시했다. 이 참모가 며칠 뒤 보고해온 방안이란 게 이랬다. 『위원회를 정리하기 위한 위원회를 새로 만드는 게 좋겠습니다』. 위원회를 좋아하는 미국인들의 관행을 빗대 누군가 우스갯소리로 지어낸 것이려니 하겠지만 거짓말같은 사실이다. 위원회라면 일본도 세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만큼 좋아한다. 「위원회 정치」라는 말까지 생겨났으니 그럴 만도 하다.제도나 법안을 만들어보라고 지시하면 미국이나 일본 것을 .. 더보기 [여적] 한국형 FBI 1998-02-14 주요 선진국들은 국내와 해외 분야를 담당하는 정보기관이 거의 나누어져있다. 미국은 해외정보를 중앙정보국(CIA)이 맡고 국내업무는 연방수사국(FBI)이 관장한다. 영국은 MI6과 MI5, 프랑스는 DGSE와 DST, 독일은 BND와 Bfv가 각각 나라 밖과 안을 맡고 있다. 나라는 작지만 정보에 관한 한 어디에도 뒤지지 않는다는 이스라엘도 해외담당 모사드와 국내담당 샤바크로 분리, 운영된다. 한 정보기관이 국내외 분야를 독점하는 나라는 독재체제 아래 놓여있거나 있었던 경우가 대부분이다.세계적인 추세 탓인지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가 이끌 새 정부도 미 FBI를 본떠 국내정보 전담기구를 새로 만드는 방안을 검토중이라는 소식이다. 이렇게 되면 안기부, 기무사, 검찰, 경찰에 흩어져있는 국내정.. 더보기 이전 1 ··· 81 82 83 84 85 8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