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7-08-10 15:46:33
▲88만원 세대…우석훈·박권일|레디앙
“20대여, 토플 책을 덮고, 바리케이드를 치고 짱돌을 들어라.” 이성과 합리성을 존중하고 권면해야 할 책의 메시지가 마치 시위를 선동하는 듯하다. ‘88만원 세대’라는 기발한 제목이 붙은 이 책을 읽어나가다 보면 실제로 가슴이 뛴다.
‘세대 간 불균형’이라는 구조적인 현안을 다룬 우리나라 초유의 ‘세대 경제학’ 책이라고 해도 좋을 듯하다. ‘88만원 세대’라는 도발적이고 상징적인 이름은 저자들이 짜낸 독특한 아이디어다. 비정규직 평균 임금 119만원에 20대 급여의 평균 비율인 74%를 곱하면 88만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이 88만원이 기껏해야 편의점과 주유소를 전전하는 한국 20대의 슬픈 ‘알바 인생’을 표징하는 것이다. 현재의 20대는 상위 5%만이 그럴 듯한 일자리를 가질 뿐 나머지는 비정규직의 삶이 불가피하다고 전제한다.
대부분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에 비해 20대의 자립이 터무니없게 늦어지는 이유가 한국 자본주의의 특수성과 경제 시스템의 문제라고 저자들은 진맥을 먼저 한다. ‘첫 섹스의 경제학’이라는 다소 야한 제목이 붙은 1장부터 동거를 상상하지 못하는 한국의 불행한 10대를 다른 나라 사정과 조목조목 살갑게 비교하며 논점을 설파해 나간다.
저자들은 한국에서 가장 저급하면서 장기적으로 경제시스템에 치명적인 해를 끼치는 두 가지 악재로 ‘1318 마케팅’과 ‘다단계 판매’를 지목한다. 이 두 가지 모두 10, 20대에게는 마약 같은 존재이며,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이후 급성장한 신규 산업이라는 공통점을 지녔다. ‘1318 마케팅’ 때문에 한국은 소녀들이 전 세계에서 가장 일찍 화장을 시작하는 나라, 가장 많은 화장품을 10대가 집단적으로 소비하는 나라가 되고 말았다. ‘불법 다단계 판매’의 최대 피해자도 10, 20대다. 저자들은 ‘1318 마케팅’을 ‘세대 착취 자본주의’ ‘인질경제’라고 과격하게 몰아붙인다. 중첩한 경제적 불균형이 낳은 결과도 한 문장으로 압축한다. ‘40대와 50대 남자가 주축이 된 한국 경제의 주도세력이 10대를 인질로 잡고 20대를 착취하는 형국이다.’
그렇다면 구조적인 문제 해결책으로 왜 하필 바리케이드이고 짱돌인가. 경제적 약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처음으로 갖기 시작한 것은 바리케이드라는 물리적 장치를 통해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들이 10, 20대들에게 주문하는 바리케이드와 짱돌은 시위 현장에 필요한 실물이 아니라 상징적인 것이다. 독자적으로 설 수 있는 저항정신과 자세다.
책은 10대 문제를 다루는 한국 사회가 초보적인 까닭이 자본주의 운영방식을 서양에서 껍데기만 들여왔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이제 노동자·농민 문제는 어느 정도 익숙해졌고, 노하우가 축적돼 있지만 10대 문제는 그렇지 못하다. 세대간 불균형 문제를 다루는 데는 좌파나 우파나 모두 미숙하다고 싸잡아 비판한다.
저자들은 궁극적으로 대한민국 경제에 대한 접근 방식을 세대 간의 문제와 다음 세대의 문제라는 ‘새로운 축’으로 바꿀 것을 촉구한다. 기성 세대 대부분은 성장률이 낮기 때문이라고 여기고 일부에서는 양극화 문제로 진단하지만 그처럼 단순하지 않다는 것이다.
문제를 해결할 돈은 어디서 나오느냐고? 회의가 끝난 뒤 저녁 먹는 데 쓰는 사업집행비, 수조 원씩 아무 이유도 없이 사용되는 정부 예산만 합쳐도 상황을 훨씬 개선할 수 있고, 최소한 일본이나 프랑스 수준을 따라갈 수 있다고 장담한다.
10, 20대가 맞은 위기상황이 386세대에게 상당한 역사적 책임이 있음을 엄중하게 추궁한다. 386세대는 어느 나라, 어느 세대보다 자신들의 목소리를 강력하게 반영하는 사회적 장치와 흔들리지 않는 단결력을 지녔다. 하지만 프랑스의 68세대와는 달리 386은 대학개혁에 대해서도 아무런 청사진을 제시하지 않은 것은 물론 오히려 학벌사회를 강화시켜 역사에 대한 배신을 행한 세대라고 비판한다.
주 저자 우석훈은 프랑스에서 생태경제학을 공부한 진보적인 소장경제학자다. 스스로 C급 경제학자라고 늘 낮추지만 내공은 만만찮다. 그의 글쓰기에 매료된 독자들이 적지 않은 것이 방증한다.
저자들 스스로 밝혔듯이 10대 후반의 청소년들이면 충분히 읽을 수 있도록 세밀한 주의를 기울였다. 특히 차기 정부를 이끌어 보겠다고 나선 대통령 후보와 정책 참모들에게도 권하고 싶다.
주류 경제학자의 입장에서 보면 방법론에 관한 생각이 다르다는 대목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문제의식에는 고개를 끄덕이리라 믿는다. 적어도 이 책이 세대 간의 불균형 문제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의 토대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경제 대안 연작 시리즈로 ‘88만원 세대’와 함께 나온 같은 공저자들의 두 번째 책 ‘샌드위치론은 허구다’(개마고원)는 한국 기업의 위기 본질이 외부가 아닌 기업 내부에 도사리고 있다고 호루라기를 분다. 미국·일본 등 선진국과 후발 개도국 중국의 협공에서 원인을 찾는 샌드위치 위기론은 경제 논리가 아니라 정치적 담론일 뿐이라고 일축한다. 이 책은 조직론이라는 관점에서 한국 기업이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다섯 가지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역설한다. 캐비아 자본주의, 엘리트 신입사원만 선발하는 귀공자 자본주의, 여성들과 일하는 데 익숙하지 않은 마초 자본주의, ‘토호들의 짝패’ 자본주의, 중소기업을 배려하지 않는 조폭 자본주의의 문제가 그것이다. 여기서 캐비아란 경제행위를 하는 개인들이 기대하는 경제수준으로 임금, 부동산, 조기유학, 과외 등을 의미한다. 각 권 1만2000원.
“20대여, 토플 책을 덮고, 바리케이드를 치고 짱돌을 들어라.” 이성과 합리성을 존중하고 권면해야 할 책의 메시지가 마치 시위를 선동하는 듯하다. ‘88만원 세대’라는 기발한 제목이 붙은 이 책을 읽어나가다 보면 실제로 가슴이 뛴다.
대부분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에 비해 20대의 자립이 터무니없게 늦어지는 이유가 한국 자본주의의 특수성과 경제 시스템의 문제라고 저자들은 진맥을 먼저 한다. ‘첫 섹스의 경제학’이라는 다소 야한 제목이 붙은 1장부터 동거를 상상하지 못하는 한국의 불행한 10대를 다른 나라 사정과 조목조목 살갑게 비교하며 논점을 설파해 나간다.
저자들은 한국에서 가장 저급하면서 장기적으로 경제시스템에 치명적인 해를 끼치는 두 가지 악재로 ‘1318 마케팅’과 ‘다단계 판매’를 지목한다. 이 두 가지 모두 10, 20대에게는 마약 같은 존재이며,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이후 급성장한 신규 산업이라는 공통점을 지녔다. ‘1318 마케팅’ 때문에 한국은 소녀들이 전 세계에서 가장 일찍 화장을 시작하는 나라, 가장 많은 화장품을 10대가 집단적으로 소비하는 나라가 되고 말았다. ‘불법 다단계 판매’의 최대 피해자도 10, 20대다. 저자들은 ‘1318 마케팅’을 ‘세대 착취 자본주의’ ‘인질경제’라고 과격하게 몰아붙인다. 중첩한 경제적 불균형이 낳은 결과도 한 문장으로 압축한다. ‘40대와 50대 남자가 주축이 된 한국 경제의 주도세력이 10대를 인질로 잡고 20대를 착취하는 형국이다.’
그렇다면 구조적인 문제 해결책으로 왜 하필 바리케이드이고 짱돌인가. 경제적 약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처음으로 갖기 시작한 것은 바리케이드라는 물리적 장치를 통해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들이 10, 20대들에게 주문하는 바리케이드와 짱돌은 시위 현장에 필요한 실물이 아니라 상징적인 것이다. 독자적으로 설 수 있는 저항정신과 자세다.
책은 10대 문제를 다루는 한국 사회가 초보적인 까닭이 자본주의 운영방식을 서양에서 껍데기만 들여왔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이제 노동자·농민 문제는 어느 정도 익숙해졌고, 노하우가 축적돼 있지만 10대 문제는 그렇지 못하다. 세대간 불균형 문제를 다루는 데는 좌파나 우파나 모두 미숙하다고 싸잡아 비판한다.
저자들은 궁극적으로 대한민국 경제에 대한 접근 방식을 세대 간의 문제와 다음 세대의 문제라는 ‘새로운 축’으로 바꿀 것을 촉구한다. 기성 세대 대부분은 성장률이 낮기 때문이라고 여기고 일부에서는 양극화 문제로 진단하지만 그처럼 단순하지 않다는 것이다.
문제를 해결할 돈은 어디서 나오느냐고? 회의가 끝난 뒤 저녁 먹는 데 쓰는 사업집행비, 수조 원씩 아무 이유도 없이 사용되는 정부 예산만 합쳐도 상황을 훨씬 개선할 수 있고, 최소한 일본이나 프랑스 수준을 따라갈 수 있다고 장담한다.
10, 20대가 맞은 위기상황이 386세대에게 상당한 역사적 책임이 있음을 엄중하게 추궁한다. 386세대는 어느 나라, 어느 세대보다 자신들의 목소리를 강력하게 반영하는 사회적 장치와 흔들리지 않는 단결력을 지녔다. 하지만 프랑스의 68세대와는 달리 386은 대학개혁에 대해서도 아무런 청사진을 제시하지 않은 것은 물론 오히려 학벌사회를 강화시켜 역사에 대한 배신을 행한 세대라고 비판한다.
주 저자 우석훈은 프랑스에서 생태경제학을 공부한 진보적인 소장경제학자다. 스스로 C급 경제학자라고 늘 낮추지만 내공은 만만찮다. 그의 글쓰기에 매료된 독자들이 적지 않은 것이 방증한다.
저자들 스스로 밝혔듯이 10대 후반의 청소년들이면 충분히 읽을 수 있도록 세밀한 주의를 기울였다. 특히 차기 정부를 이끌어 보겠다고 나선 대통령 후보와 정책 참모들에게도 권하고 싶다.
주류 경제학자의 입장에서 보면 방법론에 관한 생각이 다르다는 대목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문제의식에는 고개를 끄덕이리라 믿는다. 적어도 이 책이 세대 간의 불균형 문제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의 토대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경제 대안 연작 시리즈로 ‘88만원 세대’와 함께 나온 같은 공저자들의 두 번째 책 ‘샌드위치론은 허구다’(개마고원)는 한국 기업의 위기 본질이 외부가 아닌 기업 내부에 도사리고 있다고 호루라기를 분다. 미국·일본 등 선진국과 후발 개도국 중국의 협공에서 원인을 찾는 샌드위치 위기론은 경제 논리가 아니라 정치적 담론일 뿐이라고 일축한다. 이 책은 조직론이라는 관점에서 한국 기업이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다섯 가지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역설한다. 캐비아 자본주의, 엘리트 신입사원만 선발하는 귀공자 자본주의, 여성들과 일하는 데 익숙하지 않은 마초 자본주의, ‘토호들의 짝패’ 자본주의, 중소기업을 배려하지 않는 조폭 자본주의의 문제가 그것이다. 여기서 캐비아란 경제행위를 하는 개인들이 기대하는 경제수준으로 임금, 부동산, 조기유학, 과외 등을 의미한다. 각 권 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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