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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물의 도시 입력 : 2009-07-24 18:07:33ㅣ수정 : 2009-07-24 18:07:34 낭만이 넘쳐나는 ‘물의 도시’ 베네치아에는 ‘이탈리아의 진주’ ‘아드리아 해의 여왕’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 같은 최상급 수식어가 늘 뒤따른다.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의 무대이자 세기의 탕아 카사노바가 태어난 곳이기도 한 베네치아를 찾은 독일의 문호 괴테는 ‘비버의 도시’라고 불렀다. 역사상 유례없는 ‘1000년 공화국’ 베네치아를 멸망시킨 나폴레옹이 이곳을 소유하고 싶어 했던 이유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고 훌륭한 거실’이기 때문이라고 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5세기 중엽만 해도 베네치아는 오늘날처럼 수려하고 세련된 ‘물의 도시’가 아니었다. 물새와 갈대뿐인 늪지였다. 서기 452년 포악한 훈족 아킬라군이 .. 더보기
[여적]서민 마케팅 입력 : 2009-07-17 18:02:31ㅣ수정 : 2009-07-17 18:02:32 1990년대 이후 미국 대통령 선거 때마다 승부를 가르는 서민 유권자계층이 존재했다. 가장 가까운 2008년 대선에서는 ‘큐비클 맨’의 표심을 예비선거 때부터 잡은 버락 오바마 현 대통령이 승전가를 불렀다. ‘큐비클 맨’(Cubicle Man)은 칸막이(큐비클) 사무실의 좁은 공간에서 일하는 사무직 봉급생활자를 가리킨다. 오바마 후보는 건강보험이 없는 이들에게 정부가 보조금을 주는 방안을 공약으로 내놓았다. 소시민층을 형성하고 있는 이들에게는 일자리, 은퇴 이후, 자녀들의 장래는 물론 의료비 걱정이 지대한 현안의 하나였다.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이 2004년 재선에 성공할 때는 ‘나스카 아빠’와 ‘시큐리티 엄마’의 마.. 더보기
정치산물 헌법, 개혁을 논하라 2009.07.17 17:36 Keyword Link | x 헌법은 별나게 재즈, 야구와 더불어 미국의 3대 발명품으로 꼽히기도 한다. 미국은 1776년의 독립선언문을 바탕으로 1787년 인류 역사상 최초로 성문헌법을 만들었다. 미국 헌법은 시대 흐름에 맞춰 여러 차례 수정을 거쳤지만 200여년 동안 단 한 번도 헌정 중단 사태 같은 큰 굴곡 없이 작동하고 있다. 미국 독립의 기초를 닦은 정치사상가이자 작가인 토머스 페인은 헌법을 “자유의 문법이며 정치의 성서”라고 숭앙한다. 19세기의 한 미국인은 “헌법은 미쳤을 때 자살적 행동을 하지 않을 수 있도록 맑은 정신이었을 때 스스로를 묶어 놓는 사슬”이라고 흥미롭게 비유했다. 사회철학자이자 경제학자 프리드리히 하이에크의 표현도 유사하지만 가슴에 다가든다. .. 더보기
[책과 삶]“자본주의는 사탄의 맷돌 ‘자기조정 시장’은 없다” 입력 : 2009-07-10 17:46:02ㅣ수정 : 2009-07-10 22:59:28 ㆍ국가가 개입…진정한 경제는 인간의 ‘자유’에 토대 둬야 ▲거대한 전환 칼 폴라니 | 길 진정으로 바른 생각은 위기를 맞아서야 비로소 빛을 발한다. 요즘 들어 새삼 주목받는 비주류 경제학자 칼 폴라니가 그렇다. 전 세계적 경제위기 속에서 기존 시장경제에 대한 회의가 피어오르자 많은 이들이 오랫동안 서가에서 먼지만 잔뜩 머금고 있던 폴라니의 노작을 다시 꺼내들기 시작했다. 폴라니의 대표작이 1991년 (원제 The Great Transformation)이란 제목으로 국내에서 번역 출간된 뒤 곧 절판됐으나 개정판이나 새로운 번역본이 나오지 않았던 것도 수요가 많지 않는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영문판 해제를 쓴 프레드 블록.. 더보기
[여적]정책보고서 입력 : 2009-07-10 18:01:29ㅣ수정 : 2009-07-10 23:00:25 똑같은 과제를 다룬 국책연구소의 정책연구보고서가 정반대의 결론을 내리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진 적이 있다. 불과 3년 사이의 일인데다 그리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웃지 못 할 소극이었다. 정책보고서를 만든 기관은 교육부 산하의 한국교육개발원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었다. 체육·음악·미술 과목에 대한 학생평가방법이 주제였다. 교육개발원이 2007년 교육부에 제출해 정책개선안으로 채택된 보고서는 체육·음악·미술에 한해 ‘우수, 보통, 미흡 3등급’으로 생활기록부에 기록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개선안의 근거는 대국민 설문조사와 전문가 면담에 기초한 것이었다. 이와는 달리 교육과정평가원이 2004년 교육부에 낸 체육·음악·미술 교.. 더보기
[여적]그린댐 입력 : 2009-07-03 18:06:11ㅣ수정 : 2009-07-03 18:06:12 공산당 일당독재체제인 중국에서 야당이 처음 결성된 것은 1998년이었다. 민주화운동 인사들이 공산당 체제에 맞서는 ‘중국민주당’을 창당한 것이다. 하지만 장쩌민 주석의 중국정부는 그 해 6월 14개의 성과 시에서 민주당 등록을 시도했던 수백명을 체포, 구금하는 등 곧바로 엄청난 탄압을 가하기 시작했다. 당 의장 쉬원리(徐文立)와 왕유차이(王有才)를 비롯한 대부분의 민주당 지도자들이 99년 말까지 잡혀가 예외 없이 장기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중국민주당이 즉시 금지됐음은 물론이다. 중국 정부와 공산당이 가장 우려한 것은 민주당이 통제 불가능한, 새로운 네트워크를 조직하는 것이었다. 민주당이 인터넷, 휴대폰 문자메시지, 이.. 더보기
신분상승 욕망의 덧없음 2009.07.03 17:37 ‘서민화가’ 장 프랑수아 밀레는 아버지의 땅을 물려받아 농사를 지으며 틈틈이 그림을 그렸다. 빈한했던 밀레가 절친한 친구인 화가 테오도르 루소의 지혜로운 도움을 받았던 우정의 일화는 눈물겹다. 밀레는 귀족중심의 장식적이고 기념비적인 초상이 주류였던 종전의 화풍에서 벗어나 서민 계층의 농부를 주로 그려 ‘농부화가’란 별명도 얻었다. ‘우유 짜는 여인’ ‘씨뿌리는 사람’ ‘저녁기도’ ‘이삭줍기’ ‘만종’ 등이 모두 그렇다. 이 같은 화풍은 그가 사회주의자라는 비난까지 감수했을 만큼 당시로선 충격적이었다. 한국의 대표적인 ‘서민화가’ 박수근은 양구공립보통학교에 다니던 12살 때 ‘만종’을 보고 깊은 감동을 받아 밀레와 같은 화가가 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박수근은 평생 동안 이름.. 더보기
[책과 삶]詩한 수 茶한 잔 그 삽상한 풍류 입력 : 2009-06-26 17:43:38ㅣ수정 : 2009-06-26 17:43:38 ㆍ조선후기 차와 더불어 삶을 음미하던 선비들의 향기 한국의 차 문화 천년 1, 2…정약용·김정희·초의선사 외 | 돌베개 제주도에 있는 도순다원 전경. 야트막하게 줄지어 앉아있는 차나무들 너머로 멀리 한라산이 보인다.(사진 위) 다산 정약용이 유배생활을 했던 전남 강진의 다산초당 다조(차부뚜막·아래). 정약용은 다산초당 뒤꼍에 흐르는 약천에서 맑은 물을 떠다가 앞마당에 있는 이 널찍한 바위 위에서 지펴 끓인 물로 차를 마셨다. 사진제공 돌베개 차향(茶香)이 물씬 풍겨나는 사람이라면 필시 멋과 여유가 배어있으리라. 그윽하고 청아한 격조는 더 말할 것도 없겠다. 유유자적 차중선(茶中仙)의 경지는 우리네 옛 선비 문화가 궁.. 더보기
[여적]트위터 열풍 입력 : 2009-06-19 17:37:16ㅣ수정 : 2009-06-19 17:37:17 ‘CNN, 짧고 빠른 트위터에 두 손 들다.’ 이란 대통령 선거 결과에 대한 항의시위 상황을 전하는 한 신문의 제목이다. 걸프전 이후 속보의 상징으로 자리잡은 미국 CNN방송이 일반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소식을 전하는 트위터에 속보와 기사의 질에서 모두 완패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붙인 것이다. 1억5000만명의 시청자를 자랑하는 CNN이 진 것은 이번뿐만 아니다. 영화배우 데미 무어의 16세 연하 남편 애시튼 커처와의 ‘트위터를 이용한 등록 수신자 모으기’ 경쟁에서도 패해 작은 화제가 됐다. CNN의 ‘브레이킹 뉴스 트위터’는 실시간으로 뉴스 속보를 개개인의 휴대폰을 통해 알려주기 때문에 커처가 턱없이 불리한 조건이었.. 더보기
정치에도 ‘스프레차투라’가 필요하다 2009.06.19 17:24 데코로, 스프레차투라, 그라지아. 이탈리아 음악가들은 17세기부터 이 세 가지가 어우러져야 감동적이고 장려한 연주가 완성된다고 여겼다. 데코로는 준비와 노력을 의미한다. 이는 연구, 확인, 리허설, 반복 같은 쓸데없어 보이기도 하는 힘든 작업을 통해 준비하는 외로운 과정이다. 스프레차투라는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무척이나 쉬운 것처럼 세련되게 해내는 것을 뜻한다. 스프레차투라는 데코로 없이 불가능하다. 데코로와 스프레차투라가 완벽한 조화를 이루면 자연스레 나타나는 게 우아한 아름다움인 그라지아다. 이 가운데 스프레차투라는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인들이 높이 샀던 미덕이자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이탈리아 장인 정신의 뿌리다. 스프레차투라는 원래 ‘거만하게 굴다’ ‘경멸하다’ ‘싼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