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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부자들의 부유세 청원 한국 같은 풍토라면 약간은 의아해할 단체가 1997년 미국에서 만들어졌다. ‘책임지는 부자’(Responsible Wealth)란 이 단체는 척 콜린스 전 코닥 사장의 아이디어에서 나왔다. 콜린스는 변호사, 교수, 대기업 임원을 지낸 윌리엄 게이츠 시니어에게 공동회장을 맡아달라고 요청해 흔쾌한 동의를 이끌어냈다. 빌 게이츠 전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의 아버지다. 콜린스는 “게이츠 시니어가 처음 상속세 폐지를 막아야 한다는 말을 건넸을 때 농담인 줄 알았다”며 놀라워했다. 게이츠 시니어는 상속세가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세금이라고 믿는 사람이다. 그는 “부자들이 계속 욕심을 부리면 미국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는 망한다. 부자를 없애자는 것이 아니라 부자가 계속 이어지도록 하자는 것”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닌다. .. 더보기
뒤틀린 문화국가 2009.10.23 16:58 역사학자 폴 케네디는 명저 에서 “한 나라가 세계무대에서 한 시대의 주역으로 성장할 때에는 경제력, 군사력의 성장과 더불어 반드시 문화의 융성이 이루어졌다”고 갈파했다. 백범 김구 선생이 생전에 ‘아름다운 문화국가’를 그토록 희구했던 것도 기실 이 같은 연유일 게 분명하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9일 라디오 연설에서 “내가 꿈꾸는 선진일류국가도 경제적 수준에 걸맞은 문화수준을 가진 문화국가를 만드는 것”이라고 역설한 것은 ‘문화의 달’을 맞아 격조 있는 지도자로서의 위상 제고를 겨냥한 듯하다. 이명박 정부는 심지어 반대 여론이 거센 4대강 살리기도 ‘문화국가’와 연결고리를 짓는다. 화면을 장식하는 홍보영상은 “2011년 활기찬 문화국가로 변모합니다… 자주 침수되지 않는 상.. 더보기
[책과 삶]사과하세요, 늦지 않았습니다 입력 : 2009-10-16 17:50:18ㅣ수정 : 2009-10-17 02:09:02 ▲사과 솔루션…아론 라자르 | 지안출판사 19세기 미국 시인 랠프 에머슨이 분별력 있는 사람은 결코 사과하는 법이 없다고 했을 만큼 진정한 사과는 쉽지 않은 일이다. 북한도 좀처럼 사과하지 않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체면을 중시하는 체제의 특성상 잘못을 원천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다. 그런 북한이 지난 14일 남북 임진강 수해방지 실무회담에서 황강댐 방류로 다수의 인명피해가 발생한 것에 대해 유감과 조의를 표명한 것은 드문 일에 속한다. 남측이 이를 사과로 받아들임으로써 남북관계 개선의 기대감이 부풀고 있다. 이렇듯 사과는 관계 회복의 열쇠이자 갈등과 위기를 풀어나가는 상생의 소통법 가운데 하나다.. 더보기
[여적] 인천대교 천대교 입력 : 2009-10-16 17:58:27ㅣ수정 : 2009-10-16 17:58:28 다리의 역사는 길의 진화와 호흡을 같이한다. 미국 의사이자 선교사였던 호레이스 알렌은 에서 1900년 조선의 다리 모습을 이렇게 묘사했다. “조선의 다리는 놓았다 떼었다 할 수 있기 때문에 장마철이 되면 걷어치운다. 그렇지 않으면 호우에 떠내려간다. 장마철이 되면 누구나 그만한 불편쯤은 각오해야 한다.… 비가 쏟아지는 날이면 다리가 놓여있던 자리에 삯배가 있다. 물이 빠져 배도 띄울 수 없고, 그렇다고 다리도 부설되어 있지 않을 경우에는 대체로 징검다리로 건넌다. 이것도 저것도 없을 때엔 바지를 걷어붙이고 건너갈 수밖에 없다.” 이제 100여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문명과 문명을 이어주는 장대교량은 더 이상 교통.. 더보기
[여적]은행나무 입력 : 2009-10-09 18:17:02ㅣ수정 : 2009-10-09 18:17:04 가을이면 황금빛으로 물들어 사랑과 낭만, 희망과 장수의 상징인 은행나무는 모든 나무들의 시조 격이다. 3억년 전쯤 등장해 지구촌의 생명체들이 빙하기와 재해로 깡그리 사라질 때도 꿋꿋하게 은행나무는 살아남았다. 일본에 원자폭탄이 떨어져 폐허가 됐을 때도 은행나무는 너끈히 생존해 이듬해 싹이 돋았다고 한다. 그래선지 ‘살아 있는 화석’으로 불린다. 혈액순환제인 ‘징코민’이라는 약은 넘치는 생명력을 갖고 있는 은행나무의 추출액을 이용해 만든 것이어서 이런 이름이 붙여졌다. 은행나무가 ‘징코 빌로바’(Ginkgo Biloba)라는 학명을 얻게 된 데는 어이없는 이유가 있다. 스웨덴 식물학자 카를 폰 린네는 은행나무에 ‘Gi.. 더보기
한글의 오늘에 얽힌 사연 2009.10.09 17:41 영상의 힘이 탁월한 복제능력이라면 문자의 힘은 무한한 상상력이다. 문자는 생각을 담는 그릇이라는 말도 그래서 나왔을 것이다. 의 저자로 널리 알려진 오스트리아 작가 슈테판 츠바이크의 언급은 이를 잘 뒷받침한다. “인류는 공간 활동에서는 바퀴, 정신 활동에서는 문자라는 두 가지 발명에 의해 획기적인 발전을 이루었다.” 오늘날 한글이 서양 알파벳을 비롯한 다른 문자를 능가한다는 사실은 전문학자들 사이에서도 큰 이견이 없다. 의 저자인 퓰리처상 수상 진화생물학자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한글은 독창성이 있고 기호·배합 등 효율성에서 각별히 돋보이는, 세계에서 가장 합리적인 문자다”라고 격찬한다. 독일 함부르크대 베르너 삿세 교수는 “서양이 20세기에 비로소 완성한 음운이론을 세종대왕.. 더보기
[여적] 북한 헌법 입력 : 2009-09-25 18:10:01ㅣ수정 : 2009-09-25 18:10:03 북한 헌법은 이념적인 조항들을 제쳐두고라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 적지 않다. 우선 수도와 국가(國歌)를 헌법조항에 담은 게 남한 헌법과의 차이점이다. 수도의 경우 1948년 제정된 북한 헌법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수부(首部·수도)는 서울시다’라고 규정했으나 1972년 개정 헌법부터 ‘서울’에서 ‘평양’으로 바꿨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 행정수도 건설 문제가 ‘관습헌법’이란 용어를 동원한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에 따라 화젯거리로 떠오른 것도 수도 규정이 없는 헌법 때문이었다. 또 국민소환, 망명권, 선거 연령, 의무교육 연한의 11년 규정 등을 명시한 게 남한 헌법과 다르다. 반대로 영토조항을 규정하지 않은 것도 우.. 더보기
‘주고 받음’의 미학, 선물 선물의 유래가 그리 낭만적인 것만은 아니다. 부족간의 전쟁을 피하기 위한 방편이었기 때문이다. 귀한 소금을 둘러싸고 부족 간의 약탈과 전쟁을 방지하기 위해 물물교환이 이뤄졌던 것이 선물의 시초라는 학설이 유력하다. 남아도는 가죽과 소금의 물물 교환이 인심과 실리를 동시에 얻는, 세련된 방식인 선물로 발전했다는 것이다. 선물의 기원이 원시시대에 남자가 식량으로 여자의 환심을 사려했던 것으로 거슬러 올라간다는 설도 있다. 호감을 사기 위해 주는 선물은 특정집단에서 자연스레 문화적 관습이 됐다고 한다. 선물 문화는 아프리카 갈로족에서 유래됐다는 설도 전해온다. 갈로족은 땅을 공평하게 나누어 농사를 지었지만 빈부격차를 막을 수 없어 3년에 한 번씩 명절 때 곡식을 나눴다. 토질, 날씨, 농부의 정성에 따라 개인.. 더보기
[책과 삶]서양건축사 그 계단의 욕망 입력 : 2009-09-18 17:44:08ㅣ수정 : 2009-09-18 17:44:09 ㆍ바벨탑·이집트 피라미드·베니스 팔라초… ㆍ문화유적 통해 인간의 수직속성을 읽다 계단, 문명을 오르다(전 2권)임석재 | 휴머니스트 일과를 시작하고 마무리할 때는 말할 것도 없고 하루에도 셀 수 없이 마주치는 계단의 함의는 실로 무궁무진하다. 가히 종교적 상징성, 정치적 기념비성, 사회적 공공성, 경제적 욕망, 심리적 섬세함, 생리적 육체성에 이르기까지 인간을 둘러싼 개인적, 집단적, 정신적, 육체적 문명 작용의 집합체이다. 계단의 의미는 본질적으로 오름이다. 계단은 인간의 수직 욕망을 자극하는 것을 존재 이유로 삼는다. 계단은 정치권력을 상징하는 아이콘이며, 하늘에 이르는 종교적 길이다. 계단은 인생살이의 비유에도.. 더보기
[여적]노동 3권 입력 : 2009-09-18 17:55:57ㅣ수정 : 2009-09-18 17:55:57 천재화가 빈센트 반 고흐는 낯선 사람은 피하고 아는 사람만 모델로 초상화를 그렸다고 한다. 외형을 똑같이 그리는 기술이 중요한 게 아니라 모델의 내면을 생생하게 표현하는 게 관건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고흐는 무엇보다 그 사람의 내면 빛깔을 손 모양 속에 담았다. 고흐가 그린 ‘감자먹는 사람들’에서 농부들의 손을 보면 소박한 밥상 위로 감자를 나누는 손이 선명하게 보인다. 굳은살이 박인 농부들의 손에서 노동의 신성함이 배어 나온다. 고흐는 노동을 가장 신성한 주제로 삼았다. ‘베짜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고흐가 노동과 농민, 노동자에게 애정을 쏟은 데는 프랑스 탄광지역을 다룬 에밀 졸라의 장편소설 과 서민화가 장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