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분류 전체보기

[여적]어느 외국인의 한옥 지키기 입력 : 2009-06-05 17:45:23ㅣ수정 : 2009-06-05 17:45:24 데이비드 에드워즈 SC제일은행장은 1년 반 전쯤 한국에 부임한 뒤 두 달여 만에 서울 성북동 한옥마을로 이사한 한옥 애호가다. 대부분의 한국인 행원들이 아파트에 살고 있는 실정이지만 사내 블로그에는 그의 한옥 예찬까지 뜰 정도다. “아름답게 휘어진 지붕의 선과 햇살, 세심하게 장식된 창호문과 실내와 실외가 단절되어 있지 않아 자연과 맞닿은 한옥은 정말 멋진 가옥 형태다.” 서울 가회동에 사는 영국인 데이비드 킬번은 별명이 ‘한옥 지킴이’다. 한옥은 한국인뿐만 아니라 인류 전체의 건축 보배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한옥은 수백 년에 걸쳐 발전해온 건축 양식으로 나무, 종이, 돌 등 자연친화적인 소재로 한국의 정신을 잘.. 더보기
역사를 알아야 난세 이긴다 2009.06.05 17:40 마오쩌둥이 장제스의 국민당을 패퇴시키고 베이징에 입성했을 때 그의 행낭에는 네 권의 책이 들어 있었다. 고난의 대장정 동안 침대 옆에 놔두고 틈날 때마다 지혜의 샘물을 마신 책들이다. 사마천의 , 사마광의 , 중국어휘사전인 , 어원사전인 이 그것이다. 공산주의자 마오쩌둥에게 카를 마르크스나 블라디미르 레닌의 책이 한 권도 없었다는 것은 의외다. 그는 그 뒤에도 어딜 가든 와 을 거의 빼놓지 않았다고 한다. 마오쩌둥에게 역사책은 방향을 일러주는 나침반이었고 현재를 해석하는 거울이었다. 중국 근대 문학의 거장 루쉰(魯迅)은 를 “역사가의 절창이요, 운(韻)이 없는 이소(離騷)”라고 격찬했다. ‘이소’는 초나라 굴원이 쓴 중국 문학 요람기의 걸작시다. 중국 근대의 계몽사상가 량치.. 더보기
[책과 삶]이데올로기와 미학의 접점 ‘몸은 역사다’ 입력 : 2009-05-31 17:24:28ㅣ수정 : 2009-05-31 17:24:28 ㆍ예술속에서 몸이 어떻게 표현돼 왔나…작품 실례들며 다양한 문화 담론 제시 몸과 문화 홍덕선·박규현 | 성균관대 출판부 지난해 5월13일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는 생존 작가 가운데 최고 낙찰가 신기록이 나와 세계 미술계가 잠시 술렁거렸다. ‘생존하는 가장 위대한 사실주의 화가’로 불리는 루치안 프로이트(87)의 누드화 이 무려 3364만1000달러(약 352억원)에 팔렸던 것이다. 프로이트는 정신분석학의 창시자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친손자여서 더욱 화제가 되고 있는 화가다. 이 누드화의 인물은 아름다운 몸매를 상징하는 전통적인 여성 누드화와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푸줏간의 고깃덩어리에 가까운 모습으로 늘어져 태평.. 더보기
[여적]상록수 입력 : 2009-05-29 16:18:31ㅣ수정 : 2009-05-29 16:18:32 1977년 5월 군에서 제대한 김민기는 선배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부평의 한 봉제공장에 취직한다. 창고 재고관리 업무를 담당하던 그는 여공들의 고단한 삶을 가까이서 체험할 수 있게 됐다. 이를 지켜보다 공장 여공들을 불러모아 새벽마다 조학(朝學)을 시작한다. 원단에 쓰인 간단한 영어 단어조차 읽지 못해 애로를 겪는 여공들이 가슴아파서였다. 거의 날마다 계속되는 야근 때문에 밤 공부는 불가능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야학(夜學)이 아닌 조학이었다. 그 사이 김민기는 함께 생활한 노동자들의 합동결혼식을 주선하고 축가를 작사·작곡했다. 여공들에게는 친구 송창식이 만들어준 노래라고 둘러댔다. 그게 숱한 이들의 심금을 울리고.. 더보기
[여적]갑부들의 비밀회동 입력 : 2009-05-22 17:47:20ㅣ수정 : 2009-05-22 17:47:20 1907년 네덜란드 이민자들이 설립한 거대 신탁회사 니커보커 트러스트가 구리 회사를 인수한 뒤 구리 가격을 한껏 부풀리다 거품이 꺼지면서 파산하고 말았다. 수십개의 은행과 8000여개의 기업이 덩달아 도산하면서 혼란은 극에 이르렀다. 뉴욕증권거래소의 주식 거래까지 중단되자 궁지에 몰린 은행가와 갑부들이 모여 비상대책회의를 열었다. 참석자들은 ‘우리만이라도 은행에서 더 이상 돈을 빼지 말자’고 결의한다. 하지만 회의가 끝나자마자 인출사태가 벌어졌다. 그러자 ‘금융황제’ JP 모건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그는 모건 박물관의 서재에 갑부들을 다시 불러모았다. 자기 이익만 생각하면 공멸한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환기시켰다... 더보기
지금 필요한 건?… 관용 2009.05.22 17:34 서열이 분명한 늑대 무리에서는 우두머리를 가리기 위해 해마다 수컷들의 피비린내 나는 싸움이 벌어진다. 여러 수컷이 힘을 모아 우두머리에게 도전하기도 한다. 그러나 결코 패자를 죽이지는 않는다. 승자가 송곳니로 패자의 목을 무는 시늉으로 싸움을 끝낸다. 거듭되는 싸움이 종족의 명맥을 끊을까봐 살육을 금지시킨 것이다. 식물과 동물은 정글에서 살아남기 위해 경쟁하지만, 이처럼 더불어 살기 위해 욕심을 잠재우고 관용을 베풀 줄 안다. 인간은 다른 생물을 멸종시킬 수 있는 유일한 생물이다. 프랑스 식물학자 장 마리 펠트가 쓴 (이끌리오)의 한 토막이다. ‘관용(톨레랑스)의 나라’다운 프랑스에서 전해오는 일화에는 이런 것도 있다. 조르주 클레망소 프랑스 총리가 정치적 이념을 달리하는 .. 더보기
[책과 삶]‘그림자 금융’ 도려내야 세계경제 풀린다 입력 : 2009-05-15 17:45:20ㅣ수정 : 2009-05-15 17:45:21 ㆍ불황전도사 폴 크루그먼 따끔한 처방 ▲불황의 경제학…폴 크루그먼 | 세종서적 걱정은 태산처럼 높지만 신통방통한 묘책은 잘 보이지 않는다. 신종인플루엔자 A가 그렇듯이 북미 대륙에서 발생한 경제독감이 지구촌을 뒤덮고 끝을 알 수 없어 그저 답답할 뿐이다. 너도나도 명의라고 나서고는 있지만 들리느니 그 소리가 그 소리다. 한 독특한 경제의사는 다른 의사들과는 질적으로 다른 진단과 처방을 내놓는다. “이 질병은 전혀 새로운 게 아니오! 익히 보아 오던 고질일 뿐이오”라며. 세계경제는 결코 공황에 빠지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지만 불황은 오랫동안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이 의사의 극언을 들으면 끔찍하다. 이제 불황은 .. 더보기
[여적]기(氣) 카드 입력 : 2009-05-15 17:46:37ㅣ수정 : 2009-05-15 17:46:38 구소련의 최고 전기 기술자였던 세미온 키를리안은 1939년 고주파 고전압의 전기를 물체에 가했을 때 이상한 흔적이 사진에 찍히는 것을 우연히 발견했다. 이를 단순한 고압방전으로 보기 어려웠던 것은 사람을 대상으로 할 경우 생각이나 건강상태에 따라 다른 모습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기(氣)를 찍는 ‘키를리안 사진’은 이렇게 시작됐다. 그 뒤 한 과학자가 키를리안에게 같은 식물의 잎 두 장을 가져와 ‘키를리안 사진’을 찍어달라고 요청했다. 촬영 결과 한 장은 선명하고 밝은 빛을 보이는 데 반해 다른 한 장은 군데군데 희미한 빛만 나타났다. 마치 다른 종류의 잎처럼 보였다. 알고 보니 잎 하나는 병에 감염.. 더보기
[여적]흰 코끼리 입력 : 2009-05-08 18:04:39ㅣ수정 : 2009-05-08 18:04:41 불교에서 흰 코끼리를 더없이 귀중한 존재로 여기는 까닭은 석가모니의 어머니인 마야부인이 태몽으로 6개의 상아가 달린 흰 코끼리가 옆구리에 들어오는 꿈을 꾸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흰 코끼리는 어떠한 일도 시키지 않을 만큼 신성시한다. 불교국가인 태국에서는 흰 코끼리가 국가의 수호신으로까지 대접받는다. 흰 코끼리는 역설적이게도 ‘처치 곤란한 물건’을 의미하기도 한다. 애물단지나 계륵 같은 존재로 변하는 경우다. 인도에는 흰 코끼리와 관련된 그럴 듯한 이야기가 전해진다. 고대 인도의 국왕은 불편한 관계에 놓인 신하에게 흰 코끼리 한 마리를 선물한다. 흰 코끼리를 하사받은 신하는 가문의 영광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 더보기
걸려라, 딱 한 사람만 2009.05.08 17:41 두 마리의 쥐를 배전망 위에 함께 올려놓고 전기충격을 가하면 서로를 공격한다는 실험결과가 있었다. 고통을 느끼는 쥐들이 상대방에게서 잘못을 찾으려는 본능이 발동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라는 명언을 남긴 전설적인 야구 영웅 요기 베라도 공이 잘 맞지 않을 때는 야구 방망이를 탓할 뿐이라고 고백한 적이 있다. 자기 실수로 망치를 손가락에 내리친 사람이 망치에 화풀이를 하듯이. “불행한 사건 이후에 사회는 희생양을 절실히 요구한다. 만인의 죄를 뒤집어쓰고 광야로 보낼 사람을 찾아 위안을 얻으려 한다.” 미국에서 남북전쟁이 한창이던 1862년 여름 어느 날 뉴욕타임스는 이런 기사를 실었다. 북부군 사령관 조지 B 맥클레런이 ‘7일 전투’에서 패하자 불..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