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9-07-10 18:01:29ㅣ수정 : 2009-07-10 23:00:25
교육개발원이 2007년 교육부에 제출해 정책개선안으로 채택된 보고서는 체육·음악·미술에 한해 ‘우수, 보통, 미흡 3등급’으로 생활기록부에 기록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개선안의 근거는 대국민 설문조사와 전문가 면담에 기초한 것이었다. 이와는 달리 교육과정평가원이 2004년 교육부에 낸 체육·음악·미술 교과 평가체제 개선 정책연구보고서는 정반대 의견이었다. 다른 교과목과 같은 등급 평가기록방법을 채택하자는 것이다. 이런 결과에 대해 당시 일부 교육단체는 청와대의 정치논리에 휘둘린 것이라고 꼬집었다.
더욱 기가 막힌 정책보고서는 제2 롯데월드 건설과 경인운하 사업처럼 지난날 상당한 문제점이 드러나 추진이 거부되거나 보류된 경우다. 한국개발연구원이 경인운하에 대해 경제성을 다시 분석한 결과 편익이 발생한다고 발표한 것은 어처구니없는 일이었다. 경인운하의 경제성이 없다는 것은 오래전에 판정이 난 데다 압력을 넣어 연구내용의 왜곡과 조작을 시도했다가 감사원 감사를 받기도 했던 사안이다. 제2 롯데월드의 안전평가 용역보고서도 그동안 군 당국이 안보위협을 이유로 반대해 오던 것을 국무총리실이 논리적으로도 맞지 않게 밀어붙인 결과라는 사실은 온 국민이 안다.
민자고속도로 건설과정에서 교통수요예측 결과가 터무니없이 부풀려지는 사례가 대부분인 것도 정부나 지역구 국회의원의 입김이 작용한다는 의구심을 뒷받침한다. 우리나라 정책연구 보고서는 발주, 생산, 활용되는 전 과정에서 사실상 정부의 입맛에 맞춰 왜곡·변질되고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온 적도 있다.
국책기관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방송규제완화의 경제적 효과분석’ 정책보고서가 일자리 창출 통계 조작이라는 사실을 부처 책임자가 시인하고도 미디어법 관철을 강행하겠다고 밝혀 놀랍기 그지없다. 정책용역보고서들을 검증할 연구용역이라도 발주하면 못된 버릇이 고쳐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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