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9-07-17 18:02:31ㅣ수정 : 2009-07-17 18:02:32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이 2004년 재선에 성공할 때는 ‘나스카 아빠’와 ‘시큐리티 엄마’의 마음을 얻어냈다. ‘나스카 아빠’(NASCAR Dad)는 전미자동차경주협회가 주관하는 자동차 경주에 열광하는 백인 육체노동자들을 일컫는다. ‘시큐리티 엄마’(Security Mom)는 9·11 테러 발생 후 자녀의 안전을 걱정하는 30~40대 엄마들을 상징한다. 2004년 미국 대선 예비선거는 누가 더 가난하게 살았는지 겨루는 서민 후보 대결장 같았다.
1996년 대선에서 빌 클린턴 대통령이 ‘사커 엄마’들의 마음을 읽어낸 게 재선의 결정적 승인이었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사커 엄마’(Soccer Mom)는 방과후 아이들을 차에 태워 각종 레슨과 행사장으로 실어 나르는 극성엄마의 별명이다.
<정치 마케팅과 선거>라는 책을 펴낸 필립 존 데이비스는 미국 정치현장에서 ‘서민 마케팅’ 전략이 광범위하고 뿌리 깊게 정착해 있다고 분석했다. 우리나라에서도 2006년 지방선거 때 너도나도 “내가 진짜 서민 후보”라고 나서는 바람에 ‘서민 마케팅’이라는 조어까지 생겨났다.
재래시장에서의 오뎅·떡볶이 이벤트에다 330억원대의 재산 기부 등으로 ‘서민 마케팅’의 깃발을 올린 이명박 대통령은 검찰총장 후보의 낙마로 그 동안 벌어놓은 점수를 몽땅 잃어버렸다고 여권 내부에서조차 한숨이 흘러나올 정도다. 그러자 엊그제 어린이집 방문으로 ‘서민 마케팅’의 시동을 다시 걸었다. 하지만 이런 행보와는 달리 막상 정책에서는 서민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여전하다. ‘서민 마케팅’이라면 어김없는 언행일치의 원자바오 중국 총리쯤은 돼야 진정성을 인정받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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