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란 단어를 떠올리면서 이보다 찬란한 수사를 본 적이 없다. ‘햇빛에 바래면 역사가 되고, 달빛에 물들면 신화가 된다.’ 소설가 이병주가 대하소설 <산하>에 풀어놓은 탁월한 상상력의 산물이다. 학문적으로 폭넓은 지지를 받는 말은 J F 비얼레인의 정의가 아닐까 싶다. ‘신화는 과학의 시초이며, 종교와 철학의 본체이고, 역사 이전의 역사다.’

 일본 최고의 신화인류학자인 지은이가 신화를 ‘인간정신의 종합적 구현’으로 파악한 것은 비얼레인의 정의와 그리 다르지 않다. 신화는 인간이 호모 사피엔스로 진화한 3만년 전부터 쌓아온 지성의 산물이어서 고대 그리스로 거슬러 올라가는 철학의 역사보다 훨씬 앞선다고 생각한다. ‘인류 최고의 철학으로서의 신화’라는 표현은 사실 프랑스 인류학자 클로드 레비-스트로스의 등록상표다. 지은이가 무한한 존경심을 담아 책 제목으로 삼았다.
                                                              

 중심을 이루는 신데렐라 이야기를 이처럼 다각적이면서 인문학적 품격과 흡인력으로 다잡아 낸 책은 드물다. 이 책은 채록된 것만 450여종에 이르는 신데렐라의 지역별 버전을 흥미롭게 해부한다. 저자가 캐낸 신데렐라 신화의 핵심은 놀랍게도 삶과 죽음을 중개하는 힘이다. 신데렐라는 망자의 영역을 자유로이 왕래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기 때문이다.

 가장 감흥 깊은 해석은 북아메리카 원주민 미크마크족 버전의 신데렐라 이야기다. 아름다운 외모와 마음씨를 무기로 백마 탄 왕자를 만나 ‘인생 역전’을 이뤄내는 다른 버전들과는 판이하다. 화상 흉터가 있는 얼굴을 한 미크마크족 신데렐라는 겉모습이 아니라 내면의 가치로 승부한다. 아무도 시도해 보지 않은 걸 역발상한, 1만여년 전 베링해를 건너간 이들의 지혜가 놀랍다. 외면을 꾸미기 위해선 성형도 마다하지 않는 현대의 신데렐라 신봉자들에겐 ‘오래된 미래’의 경종 같다.


Posted by 김학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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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우 지원, 아주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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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늘이 무너지고 바다가 말라가도 내 사랑은 변하지 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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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삶을 바꿀 가능한 모든 기회를 포착해야한다는 후회하고 후회 왼쪽으로 생명을 방지하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