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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톺아보기-칼럼

넘치는 충성, 딱한 역량 한국의 민주화 이후 최고 권력자에 대한 공개적인 아부가 이처럼 잦고 희화화했던 시절이 있었던가 싶다. 세계스카우트 잼버리대회 부실 운영으로 윤석열정부가 코너에 몰리자 정부와 여당이 책임회피와 과잉충성 발언을 쏟아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전 정권 탓하기에 바빴고,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여성가족부는 잼버리를 주도하지 않고 지원만 했다”고 발뺌했다. 박 의장의 아부는 윤 대통령의 수능 킬러문항 배제 지시에 관한 지원사격 때가 압권이었다. 그는 "(윤 대통령이) 조국 일가 대입 부정 사건을 수사 지휘하는 등 대입 제도에 누구보다도 해박한 전문가"라고 추어올렸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저도 전문가지만 특히 입시에 대해서는 수사를 하면서 깊이 고민하고 연구도 하면서, 저도 진짜 많이 배우는 상황”이라고 아첨.. 더보기
법조·경제관료 카르텔이 강고한 병폐다 ‘전관예우’라는 용어는 지구촌에서 한국에만 존재한다. 전관예우라는 말로는 모자라 ‘후관예우’ ‘쌍관예우’라는 말까지 생겼다. 한국이 모방한 일본의 사법체계에도 전관예우라는 말은 없다. 한국 인터넷사이트에는 유명한 ‘전관예우 변호사’를 찾는 글이 끊임없이 올라온다. ‘전관예우 방지법’과 ‘후관예우 방지법’이 마련됐지만 형식적이어서 실효성을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한국 국민 10명 가운데 8명이 법 집행을 믿지 않는다는 통계가 나올 만큼 사법 신뢰도가 땅에 떨어졌다. 영국 싱크탱크 레가툼이 발표한 ‘2023 번영지수’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167개국 중 사법시스템 신뢰지수가 155위였다. 사법불신의 가장 큰 원인은 대부분 전관예우가 제공한다. 말이 전관예우이지 사법거래이자 사법비리나 다름없다. 대법.. 더보기
대한민국은 분명 1919년에 태어났다 친일·보수세력의 대한민국 원년 쟁취를 향한 집념이 눈물겹다. 이종찬 새 광복회장이 "대한민국의 원년은 1919년"이라고 못 박자 친일·보수진영 인사들이 득달같이 공격하고 나섰다. 1919년은 상해임시정부가 수립(4월 11일)된 해다. 이 회장 공격에 나선 인물로는 역사학자인 이인호 서울대 명예교수를 필두로 또 다른 학자들, 중견 언론인 등이 줄을 잇는다. 이인호 교수는 ‘이종찬 신임 광복회장께 보내는 공개서한’에서 “상해임시정부 출범이 우리 대한민국의 수립이었다는 주장은 분명한 역사왜곡"이라고 공박했다. 1919년 원년설이 "맹목적 통일지상주의자들 일부가 대한민국의 국가적 정체성을 훼손하고 국민의식을 마비시키기 위해 내놓은 주장”이라는 극언까지 덧붙였다. 뉴라이트 성향의 이인호는 박근혜정부 때 친일·독재.. 더보기
‘심리적 G8국가’가 먼저 해야 할 일 한국만큼 등수나 서열에 민감한 나라를 찾아보기 어렵다. 한국인이 지위 순위를 중시하는 문화·정서적 경향이 강하다는 점은 국내 사회학자들도 인정한다. 외국인은 더 말할 것도 없다. 한국인들이 학생 시절 시험점수와 등수로 평가되고 사회생활에까지 이어지는 것을 보고 ‘미친 듯하다’고 표현한 외국인이 있을 정도다. 연봉 재산 수능점수처럼 구체적인 숫자로 나타나는 것에는 한결 예민하다. 한국의 비교의식은 개인뿐만 아니라 나라 단위로도 유난스럽다. 세계 10위권 경제대국, 세계 7대 우주강국, 세계 6위 군사력 같은 경성권력(하드파워)을 더없이 자랑스럽게 여긴다. 여름올림픽 겨울올림픽 월드컵축구대회 3대 스포츠 행사를 모두 개최한 일곱번째 나라여서 뿌듯하다고 한다.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이상, 인구 5000만명.. 더보기
편리함 과잉시대 우리 동네 지하철역 에스컬레이터는 고장이 잦기로 악명이 높다. 사흘이 멀다고 멈춰서곤 한다. 지난해에는 장애인이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다가 추락해 숨지는 사고도 일어났다. 고장이 날 때마다 사람들은 투덜거리면서 장애인이나 노약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승강기(엘리베이터)로 몰린다. 걸어서 올라가는 이들은 극소수다. 편리함에 익숙해지자 점점 불편함을 견디기 어려워한다. 고층건물에서 단 한층을 오르내릴 때도 사람들은 계단을 외면한다. 5분을 넘게 기다려서라도 승강기를 타고 만다. 젊은이일수록 그렇다. 버스 한 정거장 거리도 좀처럼 걷는 법이 없다. 편리하다 못해 운동부족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고대의 우리 조상들은 사냥하느라 하루 20km 정도 걸었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집안 청소는 일반 청소기로 하는 것조차 귀.. 더보기
곡선에서 배워야 할 정치의 지혜 “직선은 인간의 선이고, 곡선은 신의 선이다.” 스페인의 전설적인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1852~1926)가 남긴 명언은 건축·예술 철학의 정수다. 그가 만든 일곱 건축물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될 만큼 독보적이다. 141년째 건축중인 성당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미완공 상태에서 등재될 정도로 상찬을 받는다. 완공되면 세계 최고층 성당(172.5m)으로 기록될 이 성당은 세계 최초의 ‘현수선 아치’ 초고층 건물이 된다. ‘뒤집힌 현수선’의 이 건축물은 독립적인 아치 구조가 취할 수 있는 가장 안정적인 형태를 띤다. ‘신의 곡선’이라고 불리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곡선의 마에스트로’로 일컬어지는 디자이너 루이지 콜라니(1928~2019)도 "자연은 각을 만들지 않으며 자연에는 직선이 없다"고 외쳤다.. 더보기
‘선택적 자유’와 함께 한 1년 윤석열 대통령만큼 ‘자유’를 부르짖는 국가지도자는 전세계에서도 찾아보기 드물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5월 10일 취임사부터 1년 동안 나라 안팎에서 500번 넘게 ‘자유’를 역설했다. 대통령실이 공개한 기념사 축사 격려사 같은 모든 메시지를 합하면 1000번에 가깝다고 한다. 빼앗긴 자유를 쟁취하려는 투사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윤 대통령이 ‘자유’라는 말에 깊이 꽂힌 것은 미국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의 ‘선택할 자유’라는 책 때문이라고 한다. 자신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이 ‘인생의 책’이 경제학자였던 아버지(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가 대학입학 선물로 준 것이라고 밝혀 더욱 눈길을 끌었다. 윤 대통령이 그토록 예찬하는 자유가 현실에서는 뒷걸음질하는 모습을 보여 역설이 느껴진다. 자유와 민주주의에서 가장.. 더보기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의 영업손실 위험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현직 시절 독도 방문은 긁어 부스럼을 만든 외교실책으로 남았다. 그는 전·현직 대통령을 통틀어 처음 독도땅을 밟았으나 외교적 자충수를 뒀다는 비판이 지금까지 이어진다. 2012년 광복절을 닷새 앞두고 느닷없이 독도에 간 이 전 대통령은 독도수호 의지를 강렬하게 드러냈다. "독도는 진정한 우리의 영토이고 목숨 바쳐 지켜야 할 가치가 있는 곳이다." 독도를 자기네 영토라고 우겨온 일본이 총리까지 나서 반발한 것쯤이야 예상대로였지만, 한국 내부의 반응은 "실익에 대한 고려가 없었다"라는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컸다. 추락한 지지율을 올리려는 정치적 의도가 개입된 독도 방문이 끈질기게 분쟁지역화를 노리는 일본의 전략에 말려들었다는 판단 때문이다. 한일관계가 더 나빠진 것은 물론 한국이 실익을 챙.. 더보기
고위공직자 재산의 정치학 "기자가 버스를 타고 다니느냐, 비싼 자가용 승용차를 타고 다니느냐에 따라 필치가 달라진다." 뉴욕타임스의 신화적인 칼럼니스트 제임스 레스턴의 명언은 언론인의 경제력이 기사 내용과 관점을 바꿀 수 있다는 경구다. 최근 고위공직자 재산 공개를 보면서 문득 레스턴의 소회가 떠올랐다. ‘처지가 다르면 생각도 달라질 수 있겠구나.’ 대통령비서실 고위공직자의 평균 재산은 무려 50억원에 가깝다. 정확하게 48억3000만원으로 일반 국민 평균의 10배가 넘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대통령비서실 고위공직자 37명의 재산신고서를 분석한 결과다. 윤석열 대통령도 76억9725만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전 정부에서 논란거리였던 과다부동산 보유 고위공직자도 15명에 이른다. 일반 국민 가구의 평균 재산은 4억600.. 더보기
평균실종 시대의 ‘최소량 법칙’ 독일 식물학자이자 화학자인 유스투스 폰 리비히는 식물의 성장을 연구하다가 놀라운 현상을 목격했다. 나무랄 데 없이 좋은 환경에 있는 식물이 예상 밖으로 잘 자라지 못하는 사례가 발견됐다. 의아하게 여긴 리비히는 원인을 캐기 시작했다. 마침내 필요한 영양소 가운데 양이 가장 적은 한가지 요소 때문에 성장이 더디어지거나 심지어 멈출 수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식물은 가장 부족한 영양소의 양 만큼 같은 비율로 다른 영양소를 사용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다른 영양소가 100%씩 공급돼도 가장 부족한 영양소가 10%면 나머지 역시 10%만 사용된다. 식물은 종(種)이나 장소에 따라 필요한 양분을 적절한 수준으로 얻어야 잘 생육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를테면 다량 수확이 필요한 환경에서는 풍부한 이산화탄소나 물과 같..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