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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톺아보기-칼럼

박근혜와 엄호세력의 협박과 계략

 국민에게 법과 질서, 원칙을 그토록 역설하고, 때론 강요하다시피 하던 그 대통령과 지지세력이 맞나 싶다. 탄핵심판에서 막다른 골목에 몰리자 침대축구 전략도 모자라 이제 국민을 향해 협박과 판깨기 술수까지 동원하는 그들이다.

 

   대통령 대리인들은 막말 퍼레이드로 헌법재판을 능멸하기에 이르렀다. 대한변호사협회장을 지낸 김평우 변호사는 탄핵심판 변론 과정에서 “내란”을 운운하고 “아스팔트길이 피로 덮여 버릴 것”이라는 자극적인 발언으로 위협했다. 김 변호사는 지난 주말 태극기 집회에도 참석해 “조선 시대도 아니고 무조건 승복하는 것은 헌재에게 복종하는 노예가 되라는 것”이라고 을러댔다.


 대통령탄핵기각을위한국민총궐기운동본부(탄기국)가 김 변호사의 변론을 인터넷에 퍼 나르면서 감정적인 댓글을 유도하자 일부 극우단체 회원들 사이에서는 암살단, 할복단 모집이라는 공고가 나돌기도 한다. 태극기 집회 참석자 가운데서는 “평화롭게 집회를 열고 목소리만 내서는 헌재가 우리의 의견을 들어주지 않는다.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선동하는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급기야 경찰이 헌법재판관 8명의 신변을 24시간 근접경호 요원을 투입해 보호하지 않으면 안 될 지경에 이르렀다. 출퇴근 시간과 주거지는 더 말할 것도 없고 재판을 진행할 때도 경호하기로 했다. 박근혜 대통령 대리인단이 재판관들을 향해 거친 언행을 표출한 직후부터 이 같은 조치가 취해진 건 매우 상징적이다. 박영수 특별검사 자택 앞에서도 친박단체가 특검 화형식을 한 뒤 야구방망이를 들고 “특검을 처단해야 한다” “목을 쳐야 한다”는 과격한 언행도 서슴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을 옹위하는 ‘태극기 세력’은 이미 탄핵이 인용되면 “평화적인 방법을 넘어 결사 항전하겠다”고 선언했다.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대통령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한다”고 맹세한 대통령과 그 엄호세력들은 벌써부터 헌법재판소를 능모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대통령 탄핵이 극심한 사회 혼란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여론 왜곡 전쟁도 도를 넘었다. 마치 똑같은 힘을 지닌 물체가 정면충돌해 빚어낼 엄청난 결과처럼 호도하는 것이다. 탄핵소추안 통과 직후와 현재의 민심이 거의 달라지지 않았음에도 탄핵반대 여론이 몰라보게 높아진 것처럼 눈속임 모략을 펴고 있다.

                                                                                      


 국회 탄핵소추안 가결 직전인 2016년 12월초 한국갤럽의 여론조사에서 탄핵 찬성률은 81%였고, 탄핵 기각은 14%였다. 한국갤럽이 가장 최근인 2월 7일부터 9일까지 실시한 탄핵여론조사에서도 탄핵 찬성률은 79%였고 탄핵 기각은 15%였다. 다른 기관의 여론조사에서도 탄핵 찬성률은 최소한 70% 중반을 유지하고, 기각은 10%대를 단 한 번도 벗어나지 못했다. 더 주목할 만한 것은 보수적이라는 60대 이상 연령층에서도 탄핵 찬성이 60%, 반대 31%였다.


 태극기 집회의 눈치를 살피는 일부 제도권 언론의 무책임한 보도도 갈등을 부추기는 요인의 하나다. 탄핵 찬성 여론이 압도적임에도 철저하게 양비론을 펴거나 기계적 중립으로 대등하게 편집·보도하면서 사태를 악화시킨다는 비판이 많다.


 청와대의 부인에도 탄핵심판 선고 직전의 ‘하야 선언’ 카드를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흘려들어서는 안 될 듯하다.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같은 전문가는 박근혜 대통령의 자진사퇴 ‘꼼수선언’을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것이 계략이 될 수 있다는 경고다. 한 교수는 SNS에서 “헌재가 (사퇴 선언을 선의로 믿고) ‘각하’했다가 완전히 농락당하게 된다”고 주의를 당부한다.

 

  사퇴 선언을 해도 법적 처리가 완결되는 것은 아니어서 핑계를 대며 눌러 앉으면 그만이라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만약 “국민들 사이에 사퇴서 수리 방법에 대해 이견이 적지 않으므로, 당분간 대통령직을 유지하도록 하겠습니다”고 하면 헌법재판소도 번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폭력을 선동하는 대리인들과 지지자들에게 이성적인 대응을 요청하는 게 국민에 대한 도리다. 하기야 그런 양식이 있는 대통령이었다면 이 지경에 이르는 일을 저지르지 않았을지 모른다. 박 대통령 측은 모략으로 헌법재판소와 국민의 이성을 호도할 수 있다고 오판해서는 안 된다.

 

                                                             이 글은 내일신문 칼럼에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