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빼앗긴 분수대 낭만 1998-03-27 시인 조병화(趙炳華)는 분수(噴水)를 이렇게 노래한다. 『분수야 쏟아져 나오는 정열을 그대로 뿜어도/소용이 없다/차라리 따스한 입김을 다오/저녁 노을에/무지개 서는/섬세한 네 수줍은 모습을 보여라』. 그가 아니라도 분수는 세계 어느 나라 예술인들에게든 더없이 친근한 소재임에 틀림없다. 우리나라에는 70년대 초반부터 「시가 있는 분수」를 만들어온 「분수동인」까지 생겨났다.실제로 분수대와 광장을 빼놓곤 도시를 생각할 수 없을 게다. 둘은 따로 존재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 바늘과 실의 관계나 다름없다. 분수없는 도시는 영혼없는 인간과 같다고 비유한 사람도 있을 정도다. 서울의 명물 세종문화회관도 그 자체로서는 물론 분수대 광장때문에 직장인과 외국관광객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90년부터는 .. 더보기 <정동칼럼> YS와 후버 1998-02-28 김대중 새 대통령이 프랭클린 루스벨트와 닮은 점이 많다면 김영삼 전 대통령은 허버트 후버와 여러 면에서 비슷하다. 미국의 31대 대통령이자 루스벨트의 바로 전임자인 후버는 「실패한 대통령」의 상징처럼 돼 있다. 그는 사상 최고의 호황을 누리던 경제를 임기 시작 7개월만에 파국으로 몰아넣어 세계역사상 가장 먼저 대통령제를 도입한 미국에서 무능지도자의 표본으로 낙인이 찍혔다. 그가 현직에서 물러날 때 미국의 경제사정은 거의 정지된 상태였다. 현재의 한국 경제사정보다 더 나빴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미국 역사가들은 후버를 가장 많은 박수를 받으며 등장했다가 비난 또한 가장 많이 받으며 퇴장한 대통령으로 기록하고 있을 정도다. 취임 초기 90%대의 인기를 유지했던 김 전 대통령이 퇴임 무렵.. 더보기 [여적] 들러리 위원회 1998-02-17 미국만큼 위원회가 많은 나라도 드물다. 한동안 터무니없이 늘어나 골칫덩이가 될 정도였다. 그러자 위원회를 누구 못지않게 좋아하던 리처드 닉슨 전대통령도 하는 수 없이 크게 손질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어떤 방법으로 위원회 수를 줄일까 고민하던 닉슨은 구체적인 방책을 짜도록 한 참모에게 지시했다. 이 참모가 며칠 뒤 보고해온 방안이란 게 이랬다. 『위원회를 정리하기 위한 위원회를 새로 만드는 게 좋겠습니다』. 위원회를 좋아하는 미국인들의 관행을 빗대 누군가 우스갯소리로 지어낸 것이려니 하겠지만 거짓말같은 사실이다. 위원회라면 일본도 세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만큼 좋아한다. 「위원회 정치」라는 말까지 생겨났으니 그럴 만도 하다.제도나 법안을 만들어보라고 지시하면 미국이나 일본 것을 .. 더보기 이전 1 ··· 275 276 277 278 279 280 281 ··· 28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