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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국군 포로의 비극 1997-06-13 전쟁만큼 걸작을 낳는 문학적 소재도 드물게다. 최인훈을 우리 문단의 거목으로 평가받게 했던 「광장」 역시 6·25전쟁이 아니었으면 가능했을까 싶다. 주인공 이명준은 월북한 아버지때문에 시달림을 당하다 북으로 올라가 그곳 정치체제에 가담해 보지만 북의 「광장」, 남의 「밀실」 어디에도 소속감을 느끼지 못한다. 그러다 전쟁포로가 되어 제3국행을 택하지만 결국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는 게 소설의 줄거리다. 이렇듯 전쟁과 포로는 바늘과 실에 비유될 만큼 숙명적인 관계다. 극적인 장면이라면 6년6개월동안 공산 베트남의 포로수용소에서 전기고문 등 엄청난 가혹행위를 당한 적이 있는 미 공군조종사 더글러스 피터슨이 베트남주재 미국대사로 부임한 사실을 빼놓을 수 없다. 바로 지난달 9일의 일이다.인류 .. 더보기
[여적] 미·일 방위협력지침 1997-06-10 주일미군의 유지이유와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막는 명분으로 미국은 「병마개 이론」이란 걸 내세웠다. 미국이 병마개 역할을 하지 않으면 일본의 군국주의 망령이 언제 또다시 병속에서 솟아 나올지 모른다는 논리가 미국민과 이웃나라들에 적잖은 설득력을 지녀왔다. 미국의 병마개 이론이 여전히 유효하지만 동아시아지역 국가들에는 이제 우려될 만큼 느슨해졌다. 소련과의 냉전을 구실로 일본의 군사력 증강을 묵인해 온 미국이 탈냉전이후 한층 병마개를 헐렁하게 만들었다.오는 9월 최종확정을 앞두고 엊그제 일본이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들에 사전 설명하는 친절(?)을 베푼 미·일 방위협력지침 중간보고서만 봐도 그렇다. 군사비를 줄여서 좋고 중국도 견제할 수 있어 꿩먹고 알까지 먹게 되는 카드로 생각하는 미국. .. 더보기
[여적] 코아비타시옹 1997-06-03 변화에 대한 인간심리는 언제나 양면성을 지닌다. 상당수의 산업심리학자들은 「인간성은 변화를 싫어한다」는 걸 통설로 내세운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창조물 가운데 인간만큼 새 것을 좋아하는 동물은 없다」는 주장도 만만찮다. 프랑스 총선에서 좌파 연합이 집권 우파를 꺾고 승리를 거머쥔 것은 변화를 갈구하는 유권자 심리의 산물이다. 결국 제5공화국 들어 세번째의 코아비타시옹(좌우 동거 정부)이 불가피해졌다.지난 86년 우파의 총리로 입각해 집권 사회당의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을 견제했던 시라크 대통령이 이번에는 형편이 뒤바뀌었다. 사회당소속 총리가 될 리오넬 조스팽 제1서기(당수)의 견제를 받게 된 것이다. 돌고 도는 역사의 아이러니로만 표현하기엔 부족한 느낌을 준다. 「변하면 변할수록 옛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