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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주고 욕먹는 훈장 1998-02-07 산악인 안드레아스 헤크마이어는 알프스의 아이거 북벽을 세계 최초로 오른 뒤 나치정권이 주는 훈장 「산악운동의 영웅상」과 축하금 3백마르크를 받고 카 퍼레이드까지 벌였다. 이를 두고 세계 산악계에선 숭고한 산악정신을 나치정권에 팔아넘긴 행위라고 극렬하게 비난했다. 헤크마이어는 그렇다 치더라도 나치정권 또한 훈장을 주고 욕얻어 먹은 대표적인 사례의 하나로 손꼽힌다.우리나라도 8,000m이상 고봉과 7,000m급 거벽을 정복한 산악인에겐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체육훈장을 준다. 1977년 고상돈씨가 한국인으로는 처음 8,848m의 에베레스트를 등정한 뒤부터다. 이 훈장을 탄 사람만 이미 150명에 가깝다. 그러자 훈장을 마구 나눠주듯하는 처사를 마뜩찮아하는 산악인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훈장.. 더보기
[여적] 새 정부의 작명 1998-01-14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많은 이름을 가진 사람은 김정희였다. 그가 스스로 지은 예명이나 호는 무려 503개나 된다. 귀양살이의 서러움이 담긴 노구가 있는가 하면 취흥이 도도할 때 문득 떠올린 취옹, 공자를 생각하면서 붙인 동국유생도 있다. 그가 가장 좋아한 것은 단연 우리 귀에 익은 추사였다.비록 김정희가 아니라도 이름에 대한 애착은 누구나 강렬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이름의 상징성을 너무 신비화하다 보면 「이름의 미신」이라는 것이 생겨나게 된다. 고대 로마인들이 이름 좋은 사람부터 전쟁터에 보낸 것도 미신 탓이다.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아무런 전공이 없던 스키피오를 일약 지휘관으로 발탁한 것은 단지 이름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라는 일화까지 전해지고 있다. 요즘 김대중 대통령당선자 진영이 .. 더보기
[여적] 장애인과 정치 1997-11-12 3년전 뉴욕의 관광명소인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장애인 차별 빌딩」으로 낙인찍혀 미국사회의 화젯거리가 된 적이 있다. 미국 장애인권익보호협회가 법무부에 고발했기 때문이다. 사실 이 빌딩은 장애인 편의시설은 상상조차 할 수 없던 1931년에 완공돼 시빗거리가 되지 않을 법도 하다. 하지만 예외를 인정할 수 없다는 연방정부의 판정이 나와 막대한 예산을 들여 100층이 넘는 빌딩의 개수공사를 할 수밖에 없었다.우리나라에서라면 생각하기조차 어려운 일이 아닌가 싶다. 하기야 하버드대가 지난 9월 케네디 스쿨에 입학한 한국인 척추마비 학생을 위해 60년이 넘은 유서깊은 건물의 출입문을 뜯어고쳤다는 소식을 상기해보면 그리 놀랄 만한 일이 아닌지도 모른다. 머지않아 세계 중심국이 되겠다고 어쭙잖..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