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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장애인과 정치 1997-11-12 3년전 뉴욕의 관광명소인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장애인 차별 빌딩」으로 낙인찍혀 미국사회의 화젯거리가 된 적이 있다. 미국 장애인권익보호협회가 법무부에 고발했기 때문이다. 사실 이 빌딩은 장애인 편의시설은 상상조차 할 수 없던 1931년에 완공돼 시빗거리가 되지 않을 법도 하다. 하지만 예외를 인정할 수 없다는 연방정부의 판정이 나와 막대한 예산을 들여 100층이 넘는 빌딩의 개수공사를 할 수밖에 없었다.우리나라에서라면 생각하기조차 어려운 일이 아닌가 싶다. 하기야 하버드대가 지난 9월 케네디 스쿨에 입학한 한국인 척추마비 학생을 위해 60년이 넘은 유서깊은 건물의 출입문을 뜯어고쳤다는 소식을 상기해보면 그리 놀랄 만한 일이 아닌지도 모른다. 머지않아 세계 중심국이 되겠다고 어쭙잖.. 더보기
<정동칼럼> 대권실험의 비극 1997-10-25 매화 옆의 바위는 예스러워야 제격이다. 소나무 아래 바위는 거친 듯해야 제맛이 난다. 대나무 곁에 놓인 바위는 앙상한 것이라야 어울린다. 화분 안에 얹는 돌은 작고 정교해야 좋다. 중국 고사에 적실하게 묘사된 명장면이다. 이렇듯 삼라만상이 제자리에 있을 때라야 저절로 격조가 배어나게 마련이다. 아무리 우아하고 품격이 넘쳐나도 있을 자리가 아니면 어딘가 어색해 보인다. 하물며 대자연의 으뜸인 사람이야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적재적소라는 말이 생겨난 연유도 이 때문이 아닐까 싶다. 올 대선정국을 관전하면서도 새삼 제자리의 소중함을 느끼게 된다. 낡아빠진 정치풍토에 한줄기의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를 모아온 이른바 영입지도자들이 보여주고 있는 한계성은 단지 본인들의 안쓰러움에 그.. 더보기
[여적] 월드컵 본선 4연속 진출 1997-10-20 박찬호선수와 월드컵 축구대회 예선경기가 없었다면 올 한해를 어떻게 넘겼을까 한번쯤 자문해보지 않은 우리 국민은 없음직하다. 정치, 경제, 사회 어느 구석을 찾아봐도 실낱같은 희망조차 찾기 어려울 만큼 집단우울증에 시달려온 우리 국민에게 박찬호와 월드컵축구 대표팀은 구세주였다 해도 무리가 아니다. 더구나 축구는 우리국민 전체의 자존심까지 걸린 스포츠다.월드컵 본선 4회 연속진출이라는 쾌거를 사실상 결정지은 우즈베키스탄과의 어웨이경기는 한국축구의 최대약점이었던 골 결정력 부재를 너무나 속시원하게 해소시켜 준 한판이기도 하다. 온 국민이 희열하는 모습을 보느라면 국민대통합의 청량제가 달리 없지 않나 싶다. 대리만족, 카타르시스 등 심리학에서 등장하는 효과들이 우리에겐 어쩌면 부수적인지도 모..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