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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영국 재상의 근검 1997-05-08 영국왕이었던 헨리 3세는 국민들의 근검절약을 위해 「검소령」이란 걸 내린 적이 있다. 이 검소령의 뼈대는 의상에 황금이나 보석을 달지 말라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처음엔 왕의 말발이 제대로 서지 않았다. 왕은 궁리끝에 「매춘부나 도둑놈은 이 법령을 지키지 않아도 좋다」는 단서를 붙여 다시 공포했다. 그러자 다음 날부터 보석과 황금이 런던시민들의 치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얼마뒤 왕이 프랑스왕족의 딸을 왕비로 맞이하게 됐다. 영국법령을 알 리 없는 왕비는 갖가지 보석으로 몸단장을 하고 궁전에 나타났다. 헨리 3세는 자신이 공포한 법령을 설명했으나 왕비는 말을 듣지 않았다. 왕은 그 다음날 당장 검소령을 폐지하고 말았다. 왕비부터 법령을 지키지 않아 「매춘부」가 될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그.. 더보기
[여적] 충성 맹세 1997-04-25 『미아리의 공동묘지는 자연이 인간을 사멸하게 한 것이며, 동작동의 국군묘지는 인간의 역사, 말하자면 인간 그것이 인간의 생명을 빼앗은 흔적으로 남아있다. …자연이 일으키는 사건 그것의 책임은 신이 져야한다. 그러나 역사가 저질러놓은 이 현실의 모든 사고는 인간이 져야만 할 책임이다』. 이어령씨가 쓴 「통금시대의 문학」 가운데 한 대목이다.인류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크고 작은 전쟁이 꼬리를 물고있다. 나름대로 명분이 있지만 뜻없이 사람만 죽고 다친 것 또한 없지 않다. 1853년 터키와 러시아, 그리고 몇나라가 뒤엉켰던 크림전쟁이 그 본보기다. 전쟁은 2년5개월이나 계속됐지만 의미없는 살상만 되풀이 됐을 뿐이었다. 때문에 뒷날 적십자운동의 계기가 됐다거나, 톨스토이가 종군해 「세바스토폴이.. 더보기
[여적] 정치인의 거짓말 1997-04-16 19세기 중반 미국의 정치권은 뇌물스캔들에 휘말려 있었다. 이른바 크레디트 모빌리어스캔들이었다. 이 무렵 뇌물관행을 지켜보며 일기장속에서나 울분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던 시민여론을 작품활동으로 정리한 사람가운데 하나가 마크 트웨인이었다. 그는 한 상원의원의 비서로 겨울회기동안 일하면서 의회의 부패상과 주역들의 언행을 지켜볼 수 있었다. 그렇게해서 나온 소설이 「도금시대」였다.그가 찰스워너와 함께 쓴 「도금시대」는 크레디트 모빌리어회사가 주식으로 의회를 매수한 사건을 다루고 있다. 이 스캔들로 상처를 입은 의원들이 많았다. 그 가운데서도 뒷날 대통령이 돼 암살당한 제임스 가필드는 죽는 날까지 이 고통에 시달려야 했다. 그를 괴롭힌 돈은 현역의원시절 받은 329달러. 그는 조사위에 불려나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