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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여중고생 흡연 1997-08-27 담배회사 사장의 손자가 금연운동을 벌인다면 믿어지지 않을 게다. 개발도상국에 대한 담배판촉 때문에 세계적으로 악명높은 미국에서 실제로 이런 해프닝이 벌어졌다. 미국에 담배를 유행시킨 주역이자 담배회사 「레이놀즈」로 억만장자가 된 리처드 레이놀즈의 손자 패트릭이 바로 그다. 그는 담배기업 손자답게 19살때부터 담배를 피웠다. 여자친구들에게 멋있게 보이려는 게 직접적인 동기였다.그러다 35살때 담배를 끊어 버렸다. 금연과 때를 같이해 그는 수백만달러에 달하는 레이놀즈 주식을 깡그리 팔아치우고 담배광고금지법 제정을 주창하고 나섰다. 그의 금연운동 이유는 이렇다. 『사람들은 나 자신을 먹여 살린 회사의 손을 물어뜯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나를 먹여 살린 손인 담배산업이 실은 수백만명을 죽이.. 더보기
<정동칼럼> 진퇴의 미학 1997-06-21 정치인은 이따금 배우에 비견되곤 한다. 양쪽 모두 연기를 필요로 하는 데다 인기를 먹고 사는 공통점을 지닌 속성 때문일 게다. 퇴장이 멋져야 명배우로 갈채를 얻듯 정치인도 끝맺음이 산뜻해야 평가받는다는 것은 상식에 속한지 오래다. 우리네 선인들은 안분과 더불어 「시중」을 공직 윤리와 처신의 기준으로 삼아 왔다. 시중은 나가야 할 때 나가고 물러가야 할 때 물러감을 일컫는다. 사실 나가는 것보다 물러날 때를 가리는 게 사뭇 어렵다. 오죽했으면 시경에까지 「시작을 잘못하는 사람은 없어도 끝맺음을 잘하는 사람은 드물다」고 경종을 울려 놨을까. 수천년 전부터 내려오는 이 법언을 익히 들어오면서도 막상 자신에게 현실로 닥치면 여간해서 결단을 내리기 어려운 모양이다. 정치란 마약과 같아 한번 발.. 더보기
[여적] 폴 포트의 투항 1997-06-20 캄보디아를 얘기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영화 「킬링 필드」를 맨먼저 떠올린다. 크메르 루주에 의해 적화된 1975년, 수천명의 시체들이 널브러진 살육장을 목도하고 붙잡혔다가 탈출에 성공한 주인공 디스 프란. 먼저 빠져나간 동료 뉴욕 타임스지 기자 시드니 센버그와 그가 재회의 기쁨으로 힘차게 포옹하는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흘러나오는 존 레넌의 「생각하세요」는 정말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 준다. 「킬링 필드」는 그곳에서 3년간 억류됐다가 탈출한 디스 프란이 쓴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든데다 그의 역을 맡은 행 느고르도 캄보디아 억류생활끝에 탈출한 경험이 있어 영화의 생동감을 더해준다.「킬링 필드」의 악명높은 실제 주인공은 크메르 루주의 지도자 폴 포트인 것이나 다름없다. 월남 패망직..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