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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들러리 위원회 1998-02-17 미국만큼 위원회가 많은 나라도 드물다. 한동안 터무니없이 늘어나 골칫덩이가 될 정도였다. 그러자 위원회를 누구 못지않게 좋아하던 리처드 닉슨 전대통령도 하는 수 없이 크게 손질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어떤 방법으로 위원회 수를 줄일까 고민하던 닉슨은 구체적인 방책을 짜도록 한 참모에게 지시했다. 이 참모가 며칠 뒤 보고해온 방안이란 게 이랬다. 『위원회를 정리하기 위한 위원회를 새로 만드는 게 좋겠습니다』. 위원회를 좋아하는 미국인들의 관행을 빗대 누군가 우스갯소리로 지어낸 것이려니 하겠지만 거짓말같은 사실이다. 위원회라면 일본도 세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만큼 좋아한다. 「위원회 정치」라는 말까지 생겨났으니 그럴 만도 하다.제도나 법안을 만들어보라고 지시하면 미국이나 일본 것을 .. 더보기
[여적] 한국형 FBI 1998-02-14 주요 선진국들은 국내와 해외 분야를 담당하는 정보기관이 거의 나누어져있다. 미국은 해외정보를 중앙정보국(CIA)이 맡고 국내업무는 연방수사국(FBI)이 관장한다. 영국은 MI6과 MI5, 프랑스는 DGSE와 DST, 독일은 BND와 Bfv가 각각 나라 밖과 안을 맡고 있다. 나라는 작지만 정보에 관한 한 어디에도 뒤지지 않는다는 이스라엘도 해외담당 모사드와 국내담당 샤바크로 분리, 운영된다. 한 정보기관이 국내외 분야를 독점하는 나라는 독재체제 아래 놓여있거나 있었던 경우가 대부분이다.세계적인 추세 탓인지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가 이끌 새 정부도 미 FBI를 본떠 국내정보 전담기구를 새로 만드는 방안을 검토중이라는 소식이다. 이렇게 되면 안기부, 기무사, 검찰, 경찰에 흩어져있는 국내정.. 더보기
[여적] 인사 여론 떠보기 1998-02-09 프랭클린 루스벨트가 민주당 대통령후보로 지명됐을 당시 미국의 정치여론을 주도한 언론인은 월터 리프먼과 헨리 루이스 멘켄이었다. 저명한 칼럼니스트였던 두 사람의 필봉이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워싱턴 정가의 희비가 사뭇 엇갈릴 정도였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 두사람은 루스벨트를 마구 깎아내렸다. 멘켄은 당원들이 전당대회에서 「가장 약한 후보」를 애써 골라 지명했다고 신랄하게 꼬집었다. 「여론」이라는 명저와 함께 우리에게도 널리 알려져 있는 리프먼은 한술 더 떴다. 그는 루스벨트가 대통령이란 중책을 맡기엔 주요자질을 단 한가지도 갖추지 못한 「상냥한 보이스카우트 단원」같다고 사정없이 후려쳤다. 그런 루스벨트가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대통령의 한 사람으로 추앙받고 있는 것은 아이러니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