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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餘滴)

[여적] 가죽 수갑

2003-06-13
미국 샌프란시스코만 앞에 있는 자그마한 섬 알카트라즈는 전략적으로 더없이 뛰어난 요새였다. 이곳은 캘리포니아의 황금 수송 요충지이기도 했다. 알카트라즈는 미국의 악명높은 죄수들을 수감했던 곳이면서 인권침해로도 최악을 자랑했던 형무소로 명성이 자자하다. 금주법과 대공황으로 범죄가 기승을 부리자 미 연방수사국(FBI)은 '범죄와의 전쟁'에 나선다. 당시 알카트라즈 감옥에 투옥된 죄수들은 이름만 들어도 고개가 끄덕여질 정도로 쟁쟁한 인물들이다. 알 카포네, 존 딜링거, 앨빈 크리피 카푸스, 베이비 페이스 넬슨, 보니 파커, 클라이드 바로 등등.이곳은 탈옥성공 확률 0%를 자랑한다. 간수의 살해, 죄수들의 비인간적 취급, 자살, 자해 등의 감방 비화가 공개되면서 1962년 폐쇄될 때까지 29년 동안 34명의 죄수가 탈옥을 시도했으나 모두 체포되거나 사살됐다. 잠시 탈옥에 성공했던 3명은 익사하고 말았다.

그때나 지금이나 탈옥수(脫獄囚)들에게는 평시에도 수갑이나 포승 같은 계구(戒具)가 뒤따르기 일쑤다. 1983년 서울지방법원 구치감에서 수갑을 풀고 탈주했다가 붙잡힌 대도(大盜) 조세형은 청송감호소에서도 악명높은 7사 3층의 한평짜리 콘크리트방에서 지내야 했다. 그는 훗날 "3년 동안 수갑을 찬 채 개처럼 밥을 핥아 먹고 똥오줌도 거기에서 누어야 했다"고 지긋지긋하게 회고했다.

또다른 희대의 탈옥수 신창원은 지난 98년 검문경찰관을 때려 누이고 달아날 때 "청송교도소 수감 중 수갑을 찬 채 6시간 동안 몽둥이 찜질을 당해 탈옥을 결심했다"는 메모를 차안에 남긴 적이 있다.

재판을 받던 도중 교도관을 흉기로 찌르고 달아났다가 검거된 탈주범이 무려 466일간 가죽수갑에 묶인 채 교도소 생활을 한 사실이 드러나 인권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인권위원회까지 나서 현행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헌법재판소에 의견서를 내기로 했다. 교도관을 찔렀던 괘씸죄가 추가된 것이 아니냐는 추측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죄야 밉지만 죄수에게도 최소한의 인권은 보장돼야 하는 시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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