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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수상 거부 2003-06-11 독설가로 명성이 자자했던 프랑스 화가 에드가 드가에겐 이런 일화가 따라다닌다. 한 동료 화가가 제자의 '활쏘는 사냥꾼'이라는 그림을 보여주면서 "참 잘 겨누고 있지요"라고 말하자 드가는 "상(賞)을 겨누고 있군 그래"라며 쏘아붙였다. 상 욕심으로 가득 찬 예술가들의 심보를 비꼰 것이다.하지만 영예롭기 그지없는 상조차 서슴없이 물리치는 이들이 심심찮게 심금을 울린다. 재미 화교 여학생이 전국 최우수 고교생에게 주는 대통령상을 거부한 사건이 중국에서 화제를 불러 일으킨 적이 있다. 미국 최고 명문의 하나인 필립고교를 최우등으로 졸업하게 된 왕위안(王淵)은 빌 클린턴 대통령이 수여하는 상을 거부한 것이다. 미국 국적자만 받는 상이어서 미국 국적을 취득할 계획이 있다고 백악관에 통보하면 그만.. 더보기
<경향의 눈>브레이크없는 日 우경화 2003-06-10 서양물건 가운데 일본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게 '총'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 같다. 1543년 9월23일 포르투갈 상인들이 탄 배가 태풍 때문에 가고시마의 다네가시마 섬으로 밀려왔을 때였다. 이 총은 개량종으로 다시 태어나 50년 후 임진왜란의 결정타가 됐다. 당시의 총 2정은 지금도 다네가시마 종합개발센터에 소중하게 보관되어 있다.美묵인 아래 과거청산 미적지근 첫 박래품(舶來品)인 총이 일본 군국주의의 밑거름이 됐다고 한다면 논리의 비약일까. 미국과의 태평양전쟁도 따지고 보면 총칼의 위력을 과신한 일본의 군사적 모험주의가 낳은 셈이다. 1941년 8월 미국 현지의 첩보활동을 마치고 귀국한 한 일본군 대령은 육군 참모총장에게 미국이 일본에 비해 철강 생산능력에서 .. 더보기
[여적] 여왕 50년 2003-06-04 한 영국 교민이 이런 감회를 토로한 적이 있다. "내가 영국에 오랫동안 살면서 한국인임이 가장 자랑스러웠던 일은 몇 년 전 삼성전자가 현지 공장기공식을 할 때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테이프커팅을 하는 장면이었다". 한 때는 '해가 지지 않는 나라'였던 영국의 여왕이 한국 기업의 공장 기공식에 참석할 정도로 우리 국력이 커졌다는 자긍심의 발로(發露)이다. 달리 보면 더없이 치열한 경제전쟁시대를 상징하는 일이자 영국도 어쩔 수 없이 해가 지는 걸 보며 사는 나라가 됐다는 방증인 셈이다.엘리자베스 2세는 대영제국의 영화(榮華)를 구가하던 엘리자베스 1세 때와 견주면 사뭇 대조적이다. 45년에 걸친 엘리자베스 1세의 치세는 스페인의 무적함대를 무찌르는 기개가 넘쳐났고, 인도와도 바꾸지 않겠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