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대통령의 성공 신드롬 2004-06-02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소추기간에 고집이 남다른 한 선배와 자신있는 내기를 걸었다. "두고 보십시오. 탄핵이 기각된 뒤에는 대통령이 아주 멋진 지도자는 아닐지라도 제법 괜찮게 환골탈태해서 돌아올 게 틀림없습니다. 나라 장래를 위해선 잘된 일인지도 모릅니다."노대통령에 대한 믿음이라곤 손톱만큼도 보여주지 않는 그 선배는 감옥 아닌 감옥생활을 했다고 대통령의 스타일이 바뀐다면 손가락에 장을 지지겠다고 극단 어법까지 썼다. 개과천선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며 막말까지 동원하는 선배에게 술 힘을 빌려 세상을 너무 각박하게 살지 말자는 어쭙잖은 충고를 했던 객기는 지우고 싶은 추억이 됐다. 내 장담은 이제 부질없는 일이 될 확률이 더 높아진 게 아닌가 싶다. 헌법재판소가 일부 유죄를 인정한 대목은 빼.. 더보기 <아침을 열며> 이젠 정부 차례다 2004-05-05 지난 몇달동안 우리는 국회와 정치권을 원없이 타매하고 지탄했다. 구태에 찌들대로 찌든 거대야당들이 이끄는 16대 국회가 '우선멈춤'을 모르고 과속하다 자기 목이 날아가는 광경을 목도했다. 위대한 국민의 분노는 물갈이를 넘어 판갈이로 징치했다. 낡은 정치를 청산하라는 국민의 긴급명령은 여느 때와 사뭇 다른 여야 대표 회담과 다짐을 이끌어내기에 이르렀다. 아직 만족할 만한 단계는 아니지만 사상 초유의 '여야 협약'이란 형식도 만들어냈다.그러는 사이에 우리는 국회보다 월등히 힘센 골리앗 같은 정부를 잠시나마 잊고 지내다시피 했다. 정부야말로 온 국민이 부엉이처럼 눈을 부릅뜨고 감시해야 할 1순위임에도 사실상 자율에만 맡겨 두었다. 행정수반인 대통령이 탄핵소추된 상태여서 얼마간의 동정심도 실.. 더보기 <아침을 열며...> 표절의 정치 2004-03-31 총선을 앞두고 며칠 사이에 펼쳐지고 있는 정치권의 '따라하기'를 보면 언젠가 곁눈질로 읽었던 인상적인 시구가 문득 떠오른다. "하늘을 표절한 땅/낮을 표절한 밤의 송사/우리는 긴긴 어둠을 서로의 살 속에 말아 넣는다./그것들은 저희끼리 얽혀 가다가/우리 온 정신의 성감에서 만난다/끈과 단추는 모두 풀어 헤치고/우리는 서로를 표절한다./다만 기쁘도록/다만 어울리도록/그런 아침과 밤을 만나게 하는 까닭,/그것을 표절하는 남자와 여자,/자연과 인간은 표절투성이다/태초, 하늘이 나를 표절하듯/신이 나를 표절하듯."'표절'이라는 낱말이 일곱번이나 나오는 이규호(李閨豪)의 시 '만나게 하는 까닭'은 은근한 사랑을 그리면서 인간사를 표절의 역사로 묘파하는 절창이다. 기자는 요동치는 탄핵정국 속에서.. 더보기 이전 1 ··· 252 253 254 255 256 257 258 ··· 28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