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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육조 거리 입력 : 2007-12-14 18:19:28 중국 역대 왕조의 수도였던 곳에는 어김없이 주작대로(朱雀大路)가 존재한다. 남쪽으로 난 큰 도로다. 황제는 대로 양옆에 관아를 끼고 남면(南面)해 우주의 질서를 현세에 펼친다고 여겼다. 당나라 때 주작대로의 너비는 무려 155m 정도로 장안(長安)의 중축선이었다. 황궁으로 이어진 주작대로 좌우로 108개의 고루거각(高樓巨閣)이 도열하듯 했다. 발해의 수도 상경용천부(上京龍泉府)에도 장안을 본떠 주작대로를 만들었다. 지금 베이징의 가장 넓은 길 역시 주작대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수도나 주요 도시에는 형태가 다르고 연원도 다양하지만 그 나름의 주작대로가 만들어졌다. 파리의 샹젤리제, 워싱턴의 펜실베이니아 애비뉴, 뉴욕의 브로드웨이, 베를린의 운터 덴 린덴, 빈.. 더보기
[여적] 마지막 수업 입력 : 2007-12-07 18:27:45 세계의 명문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의 마지막 수업은 색다른 전통을 이어온다. 이 시간에는 그럴 듯한 이론이나 비범한 사례 연구 같은 지식은 등장하지 않는다. 책을 펴지도 않는다. 뜨겁기 그지없는 특유의 토론도 없다. 학생들의 질문이 없는 것은 물론이다. 그렇다고 일류대의 자긍심을 역설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지혜로운 스승의 혜안만 제자들의 가슴으로 퍼져나간다. 교수는 명문대 졸업생이라는 자부심보다 ‘내가 진정 원하는 나’로 살아가라는 따뜻한 충고를 한마디씩 던진다. 일정한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동창회에는 아예 나가지 말라는 작은 얘기 같은 것도 들려준다. 나무를 태워서 밭을 일구는 화전민처럼 종업원 해고로 수익을 올리는 경영자는 되지 말라고 주문하는 스승도 있다... 더보기
[책과 삶]안녕이라고 말하는 그 순간까지 진정으로 살아 있어라 입력 : 2007-11-30 15:54:07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이레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나 하늘로 돌아가리라/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기슭에서 놀다가/하늘로 돌아가리라/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20세기 최고의 정신의학자로 불리는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의 책은 대부분 삶을 아름다운 소풍에 비유한 천상병의 시 ‘귀천(歸天)’을 떠올리게 한다. 지난해와 올 초에 걸쳐 국내 서점가를 지배했던 베스트셀러 ‘인생 수업’과 ‘상실 수업’이 우선 그렇다. 그에 앞서 나온 ‘죽음의 순간(인간의 죽음)’ ‘사후생’도 마찬가지다. 자서전 ‘생의 수레바퀴’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언젠가 죽음을 ‘은하수로 춤추러 가는 것..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