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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 통합, 환상방황을 경계하라 59세의 등반가가 알프스에서 폭설로 길을 잃었다. 13일 만에 가까스로 구조된 그는 산을 내려오기 위해 매일 12시간씩 걸었다고 했다. 그러나 나중에 알고 보니 그는 고작 반경 6km 안에서 빙빙 돌았을 뿐이었다. 눈을 가리고 걸으면 누구도 한 방향으로 똑바로 걷지 못 한다. 20m정도 걸으면 목표방향과 4m정도의 차이가 생기며, 100m 정도를 가게 되면 큰 원을 그리며 돌고 있는 게 드러난다. 이런 현상을 환상방황(環狀彷徨), 또는 윤형방황(輪形彷徨)이라고 부른다. 등산가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독일어 ‘링반데룽’(Ring Wanderung)이 바로 이것이다. 환상방황은 황순원의 단편소설 ‘링반데룽’에서도 매우 상징적으로 그려졌다. 환상방황은 과학적 실험으로도 입증됐다.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의 잔 소우만.. 더보기
세상을 바꾼 책 이야기(1)--<디지털이다(Being Digital)>-니콜라스 네그로폰테 학교에서 상을 받은 딸이 엄마한테 문자를 보내 자랑했다. “엄마ㅋㅋ나오늘상받았어ㅋㅋㅋ” 엄마한테서 답장은 오지 않았다. 엄마는 문자메시지에 익숙지 않다. 딸이 집으로 돌아오자 엄마가 웃으며 물었다. “상 받은 거 축하해. 근데 ㅋㅋ가 뭐냐?“ “아, 그건 분위기를 전환할 때 쓰는 거야.” 며칠 뒤, 수업중인 딸에게 엄마한테서 문자메시지가 왔다. “할머니 돌아가셨다 ㅋㅋㅋ” 딸은 기절할 뻔했다. 손자가 도토리가 없다며 느닷없이 할머니에게 짜증을 냈다. 그러자 할머니는 재래시장에 가서 진짜 도토리를 사 왔다. 디지털 시대를 풍자하는 우화다. 그것도 한참 전에 나온 얘기다. 아직 뭐가 문제인지 모른다면 당신은 심각한 아날로그 세대다. 젊은 부모들조차도 자녀들의 말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할 만큼 디지털 세대 차이.. 더보기
남유럽 경제위기의 지경학(地經學) 서구 문화의 모체이자 세계를 호령했던 남유럽국가들이 어쩌다 천덕꾸러기 돼지(PIGS) 취급을 받는 지경에 이르렀는지 연민의 정까지 느껴진다. 그리스,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등 지중해권 국가들이 만성재정적자와 감당하기 힘든 국가채무, 높은 실업률로 말미암아 오래전부터 세계경제의 애물단지 수준을 넘어 ‘공공의 적’이 됐다. 2008년 7월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왜 돼지(PIGS)는 날지 못하나’라는 기사에서 새로운 조어를 만들어낸 이후 미국의 투자기관과 언론을 필두로 세계는 이들 나라에 모멸의 딱지를 붙이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태풍의 눈에 자리한 이탈리아와 그리스가 상환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빚더미에 올라앉자 끝내 두 나라 모두 최고지도자가 사퇴하고 말았다. 세계 금융시장이 흔들리고 유로존 국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