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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작보다 형들처럼 우리 사회는 늘 파국을 맞은 뒤에야 숙명처럼 뒷수습에 나서는 일이 유별나게 많다. 무슨 일이든 상처가 문드러지고 곪아터져야만 그제야 치유에 나선다. 멀리는 IMF 외환위기가 그랬고, 가까이는 저축은행 퇴출사건, 학교 폭력 문제, 한진중공업 사태, 쌍용자동차 사태, 각종 부정부패 사건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일들이 그렇다. 그럴 때면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명의인 편작(扁鵲)의 일화가 생각나곤 한다. 편작에게는 알려지지 않은 의사인 두 형이 있었다고 한다. 어느 날 위나라 왕이 편작에게 물었다. “그대 형제들 가운데 누가 가장 실력이 뛰어난가?” 편작이 대답했다. “큰 형이 가장 뛰어나고, 그 다음은 둘째 형이며, 제가 가장 하수입니다.” 죽은 사람도 살려낸다는 편작이 삼형제 가운데 가장 떨어진다니 왕은 의.. 더보기
세상을 바꾼 책 이야기(6)--<국부론> 애덤 스미스 지난 1월초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200여 년 전에 세상을 떠난 애덤 스미스가 ‘세계 자본가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실어 시선을 모았다. 세계경제를 이끌어가는 사람들의 모임인 다보스 포럼 연차총회를 눈앞에 앞두고서였다. 실제 글쓴이는 영국 투자그룹 칼라일의 공동 창업자인 데이비드 루벤스타인이었다. “여러 나라가 흔들리고, 시위는 흥분되고, 실업률은 오르고, 적자는 늘어만 가니 자본주의 장점들은 의문을 받고 있구려. 내 지난 수백 년간 지켜본 바 자본주의를 앞으로 수백 년 더 지속시키기 위해, 아니면 적어도 지난해보다 올해 더 잘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생각이 떠올라 펜을 들었소... 자본주의가 완벽한 것이 아니라는 것은 내가 자본주의가 단지 다른 대체물보다 더 낫다고 했을 뿐이라고 한 것에서도.. 더보기
외길 인생(1)-최완수 간송미술관 연구실장 간송미술관(澗松美術館) 한국민족미술연구소 2층 연구실의 시간은 80여 년 전에 정지돼 있는 듯 한 느낌을 준다. 대부분 1930년대에 지어졌던 그대로다. 이탈리아 대리석 계단이 그렇고, 타일 바닥, 커튼 장식도 의구하다. 게다가 낡은 탁자와 서가, 누렇게 변색한 고서가 빼곡히 들어찬 서재는 조선의 선비정신이 꿈틀거리는 듯하다. 다른 젊은 연구원들과 한 방에서 별 다를 게 없는 책상에 앉아 연구하는 최완수(崔完秀) 연구실장의 고아한 모습은 바로 옛 선비의 그것과 다를 바 없다. 방문객에게 직접 녹차를 끓여 따라주는 정성도 마찬가지다. 이 시대의 마지막 선비 그는 학(鶴)같은 사람이다. 희다 못해 옅은 쪽빛을 띤 한복 두루마기 차림의 그를 보면 영락없이 학을 연상하게 된다. 단아하고 기품이 넘치는 학은 고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