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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斷想)-책읽는경향

뮤지코필리아/올리버 색스·알마

  지은이의 이름만 보고 책을 선택해도 실패하지 않을 확률이 높은 사람 가운데 하나가 올리버 색스다. 신경과 의사이자 작가인 색스의 글은 공감의 인간미가 넘친다. 그의 책 대부분은 인간의 뇌와 정신에 대한 이야기들을 글맛과 감흥을 함께 포장해 선물한다. <뉴욕 타임스>가 문학과 의학을 접목한 그를 ‘의학계의 계관시인’이라고 상찬한 게 명증하고 남는다.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화성의 인류학자>가 그렇듯이〈뮤지코필리아>도 예외가 아니다. ‘뮤지코필리아’는 지은이가 만들어낸 합성어다. ‘음악’(music)과 ‘필리아’(philia)를 결합해 ‘음악사랑’, ‘음악애호’란 뜻이 담겼다.

 탁월한 절대음감을 지녀 2,000곡이나 되는 노래를 30개의 언어로 부를 수 있는 자폐증환자. 마흔 두 살에 번개를 맞고 느닷없이 피아니스트가 되려는 꿈을 키우는 의사. 치매로 모든 기억을 잃었지만 자신이 불렀던 노래의 바리톤 파트만은 모두 기억하는 아카펠라 가수. 지능지수가 60도 안 되면서도 과도한 음악성을 보이는 윌리엄스 증후군 환자들. 음악애호가이기도 한 저자의 40여년에 걸친 놀라운 임상 체험 이야기들이 전편에 흐른다.


 음악으로 치유되고, 음악으로 고통 받으며, 음악으로 하나가 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폐부를 찌른다. 다양한 사례를 종합·분석한 저자는 인간에게는 언어 본능 외에 음악 본능이 있다는 확신을 심어준다. 우리의 뇌가 여전히 미지의 공간이라는 사실도 절감한다. ‘들리는 음악은 아름답지만 들리지 않는 음악은 더욱 아름답다’는 영국 낭만파 시인 존 키츠의 말이 문득 떠오른다. ‘신경정신학의 칼 세이건’이란 별명까지 얻은 지은이가 다른 저작에 비해 유쾌함의 수위는 다소 조절했다는 느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