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오덕과 하이타니 겐지로는 닮은 점이 많다. 한국과 일본에서 빼놓을 수 없는, 진정한 교육자이자 문학가로 추앙받는 큰 나무라는 점이 같다.
동시대를 산 두 사람은 참교육의 표징이다. 어린이와 문학을 빼놓고선 얘기할 수 없는 것도 마찬가지다. 어린이들의 생활 글을 높이 평가하고 확산시킨 것도 공통점의 하나다. 아이들을 가르친다기보다 함께 배운다는 교육철학도 흡사하다.
하이타니 겐지로의 첫 장편소설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양철북)는 참스승이라면 어떠해야 하는지, 진정한 교육이란 무엇인지를 눈시울이 뜨겁고 콧날이 찡하게 보여준다.
‘교사의 바이블’이라고 해도 결코 과하지 않다. 17년간 초등학교 교사로 일했던 작가의 체험과 따사로운 교육철학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명작이어서다.
이 작품은 아이들을 마음으로 이해하는 아름다운 선생님들과 그들의 노력으로 마음을 열어가는 아이들의 따뜻하고 풋풋한 이야기다.
쓰레기 소각장이 있는 동네의 초등학교를 무대로 갓 대학을 졸업한 신참내기 여교사가 직면하는 사건들과의 만남을 통해 소외된 어린이들과 함께 성장해가는 모습이 갸륵하다. 지엽적이지만 교활하고 끔찍한 일제의 만행과 조선인(한국인)에 대한 존경심을 담은 대목에서도 작가의 휴머니즘이 가감 없이 우러난다.
1974년 첫 출간된 이후 한 세대가 훨씬 지났지만 수많은 모방작을 낳으며 세계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리라.
일본에서 이 책이 처음 나왔을 당시 한 교육대학 여학생은 이런 리포트를 제출했다고 한다.
‘나는 이 책이 싫다. 이 책을 쓴 작가가 밉다. 나는 그런 식으로는 살아갈 자신이 없다. 그런데도 나는 선생님이 되고 싶어 했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도저히 못할 것 같다.’
그럴 만큼 이 체험적 소설은 우리 모두의 교육 이상향을 그리고 있다.
이오덕 교육문고 시리즈 첫 권으로 나온 신간 <민주교육으로 가는 길>(고인돌)은 ‘이오덕 교육철학의 뿌리’가 무엇인지를 요약해 보여준다.
그는 겨레교육을 다시 세우는 일에서 가장 중요한 세 가지 알맹이로 도덕교육, 노동교육, 표현교육을 든다. 도덕교육은 겨레교육을 일으켜 세우는 기둥이고, 삶과 표현을 통한 교육은 민주·민족·인간의 참교육을 실천하는데 가장 효과가 있는 교육 방법이기 때문이다.
“어른들이 아무리 좋다고 생각하는 관념이나 도덕이나 이론도 그것을 덮어놓고 따르게 해서는 안 됩니다. 모든 생각과 이론은 감각을 바탕으로 아이들이 스스로 이루어 나가도록 해야 합니다. 모든 사상이 여기서 출발해야 합니다.”
어린이를 ‘지적 노동자’라고 칭했던 하이타니와 상통하는 부분이다.
이오덕은 교육자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교육자에 계급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 교육자는 다만 교육자일 뿐이다. 평생을 오직 아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삶을 즐겁게 여기고 보람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면 교육자가 될 자격이 없다.”
이오덕과 하이타니 겐지로를 생각하다 보니, 친구가 될 수 없다면 진정한 스승이 아니라고 했던 중국 양명학자 이탁오의 말이 스쳐간다. 오늘은 스승의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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