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썸네일형 리스트형 정치인과 부끄러움, 영화 ‘동주’ 애잔하게 폐부를 찌르는 영화 ‘동주’를 관류하는 단어는 ‘부끄러움’이다. 일제 강점기 일본 유학을 위해 어쩔 수없이 창씨개명한 윤동주 시인은 후쿠오카 감옥에서 죽음을 맞는 순간까지 부끄러움을 안고 산다. 식민지 지식인은 시로 세상을 바꿀 수 없음을 참담해 한다. 동주는 행동하지 않고 시를 써야 하는 자신에게 부끄러움을 떨쳐버리지 못한다. 행동하는 지식인 고종사촌 송몽규는 동주에게 부끄러움의 대상이다. 하지만 청년 동주를 만난 시인 정지용은 이렇게 말한다. “부끄러움을 아는 건 부끄러운 게 아니야. 부끄러움을 모르는 게 부끄러운 거지.” 그래서 영화는 부끄러움을 일깨워준 영혼의 거울로 승화한다. 사람이 금수(禽獸)와 다른 점의 하나는 부끄러워하는 마음을 지닌 것이라고 맹자가 일찍이 사단설(四端說)에서 가르.. 더보기 탈북 화가들이 꿈꾸는 국경 없는 남북 자유에 대한 열망으로, 또는 굶주림에서 벗어나고자 위험을 무릅쓰고 북한 땅을 떠나 수많은 난관을 뚫고 남한으로 온 2만8000여 명에 달하는 탈북민들 가운데는 화가들도 더러 보인다. 탈북 화가들의 작품에는 떠나온 곳의 잔영(殘影)이 진하게 어른거린다. 팝아티스트 선무 씨는 두 체제 사이에서 이데올로기의 혼란을 겪으면서 자신의 경험과 감정을 화폭에 옮겼다. 그는 남한 생활 14년째를 맞지만, 아직도 적응이 쉽지 않다. ‘눈 감으면 북쪽, 눈 뜨면 남쪽’일 때가 많다. 대표적인 탈북 화가들의 작품 중에는 얼핏 보면 북한 선전물로 오해하기 십상인 것도 적지 않다. 실제로 탈북 화가 ‘선무’(Sun Mu 線無·44) 씨는 그런 오해를 받아 경찰서에 가서 조사를 받은 적이 있다. 2007년 서울 종로구의 한 갤러.. 더보기 영화 ‘귀향’ 열풍과 ‘평화의 소녀상’ 건립 붐 영화를 만든 사람들은 입을 다물지 못한다. 출연한 배우들도 마찬가지다. 한결같이 ‘기적’이라는 표현 밖에 생각나지 않는다고 한다. 일본군 위안부들의 가슴 아픈 이야기를 그린 영화 ‘귀향’이 지난 주말 관객 300만 명을 돌파하자 나온 반응이다.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다. 흥행과는 거리가 먼 스토리여서 18일 만에 이 정도의 관객을 모은 건 기적임에 틀림없다. 참아내기 어려운 민족의 고통을 너무나 생생하게 담고 있어 감독도 한때 개봉을 포기하려 했을 만큼 영화는 참혹하다. 위안부 역할을 맡은 배우들은 정신 건강을 위해 촬영 내내 심리치료를 받아야 했다. 7만5000명에 가까운 개미 후원자들의 뜨거운 정성과 배우·제작진의 재능기부가 없었으면 빛을 보기 힘들었던 ‘작은 영화’여서 더욱 슬픈 감동을 불.. 더보기 테러방지법 없어 테러 못 막는다고? 경비지도사 자격시험은 노후 대비와 취업난 시대를 헤쳐 나가는 인기 종목의 하나다. ‘경비지도사 한권으로 끝내기’ 같은 수험서적은 물론 교육방송(EBS)에서 관련 강좌를 운영할 정도다. 인터넷 강의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일반인들에게 다소 생경한 경비지도사는 신변 보호, 국가중요시설 방호, 시설 안전 업무를 담당하는 경비원을 효율적으로 관리·감독할 수 있는 전문인력이다. 경비지도사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대통령 훈령인 ‘국가대테러활동지침’이 개정될 때마다 인터넷에서 ‘개정문을 올리니 참고하세요’라는 안내문을 곧바로 발견하곤 한다. ‘테러방지법’ 제정을 촉구해 온 황교안 국무총리가 지난 주 열린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국가테러대책회의 의장이 누군지 모른다고 답변했다. 황 총리는 그에 앞서 범정부 차원의 대테러.. 더보기 젊은이를 위한 정치는 어디에도 없는 나라 2005년 미국에서 열여덟 살 고교 3년생이 시장에 당선해 세계적인 뉴스가 됐다. 한국에서라면 투표권(선거권)도 없는 청소년 마이클 세션즈가 51세의 현역 시장 더글러스 잉글스를 2표차로 이겼기 때문에 더욱 화젯거리로 떠올랐다. 인구가 적은 미시간 주 힐스데일 카운티지만, 선거 당시 후보의 나이가 그리 큰 쟁점은 아니었다. 주민들은 오히려 젊은이가 적극적인 일자리 창출을 공약으로 내걸고 열정어린 선거 운동을 펼친 것에 감명 받았다고 한다. 세션즈는 오전에는 학교에서 수업을 듣고 오후에 시장직을 충실하게 수행했다. 이보다 앞서 독일에서는 2002년 열아홉 살 여성 안나 뤼어만이 녹색당 비례대표로 연방 국회의원에 선출돼 ‘세계 최연소 국회의원’ 신기록을 세웠다. 녹색당이 뤼어만을 비례 대표로 공천한 건 단지.. 더보기 B-52 전략폭격기 vs 평화협정 북한이 4차 핵실험을 감행한지 나흘만인 10일, 미국은 예상보다 일찌감치 B-52 전략폭격기의 한반도 출동으로 무력시위에 나섰다. 우리 군이 지난 8일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로 첫 대응조치를 취한데 이은 두 번째 한·미연합 전술 카드다. 이날따라 북한은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논평기사로 마치 18번 애창곡 같은 ‘평화협정 체결’ 촉구로 속내를 드러냈다. 평화협정은 북한의 숙원이자 핵무장의 역설적인 핑계다. 북한으로서는 4차 핵실험이 강도 높은 평화협정 체결 압박 카드인 셈이다. 핵미사일로 무장한 미군 B-52 폭격기는 ‘하늘을 나는 요새’라는 별명을 지녔을 만큼 위협적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히로시마에 투하한 원자폭탄의 13~14배 위력을 지닌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미국의 전략무기 가운데 하나다. .. 더보기 자승자박의 정치 그 옛날 영국 어느 마을의 빵장수에게 아침마다 버터를 공급해 주는 가난한 농부가 있었다. 빵장수는 어느 날 갑자기 납품되는 버터가 정량보다 적은 것 같아 보인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상하게 여긴 빵장수는 며칠 동안 납품되는 버터를 일일이 저울로 달아 보았다. 걱정했던 대로 버터는 한결같이 정량보다 모자랐다. 분통이 터진 빵장수는 버터를 납품하는 농부에게 변상하라는 소송을 냈다. 재판을 진행하던 판사는 농부의 진술을 듣고 깜짝 놀랐다. 버터를 공급하던 농부가 집에 저울이 없었다고 말했기 때문이었다. 판사는 농부에게 어떻게 무게를 달았느냐고 따져 물었다. 농부는 빵장수가 만들어 놓은 1파운드짜리 빵의 무게에 맞추어서 버터를 잘라 납품했다고 답변했다. 빵장수가 줄인 빵의 무게에 맞추어 버터를 만들었으니 함량미달.. 더보기 탈북 청소년 남한사회 정착 돕는 대안학교들 힘겨운 탈북 과정을 거쳐 남한으로 왔으나 제도 교육에 적응하지 못하고 또다시 그들만의 세상 속에서 살아가는 탈북 청소년들, 그들의 사회 부적응은 단지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커다란 숙제이다. 정서적 안정과 사회적응 프로그램을 통해 이들을 다시 세상으로 내보내려는 대안학교들의 노력이 돋보인다. 북한 이탈 청소년들을 위한 남한 유일의 정규 학교인 한겨레중고등학교. 이 학교의 영어 시간은 마치 국어 수업 같다. 학생들이 선생님의 한국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해 몇 번씩 다시 묻는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북한에서 쓰던 말과 남한 말이 서로 달라 수업 내용을 이해하기가 어렵다고 호소한다. 이를테면 남한의 ‘볶음밥’은 북한에서는 ‘기름밥’이다. ‘양계장’은 ‘닭공장’, ‘주차장’은 ‘차마당’,.. 더보기 기본적 자유 논란과 국가 이미지 기말고사를 코앞에 두고 대학가에서 불거진 표현의 자유 논란은 우리 사회의 기본적 자유 지수를 심각하게 곱씹어보게 한다. 그에 앞서 1·2차 ‘민중총궐기 대회’를 계기로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둘러싸고 한바탕 첨예한 갈등이 빚어진 뒤끝이어서 표현의 자유는 한층 중대한 과제로 떠올랐다. 고 김수영 시인의 1960년대 시 ‘김일성 만세’가 2015년 대한민국 대학가에서 대자보로 나붙은 것은 그 자체만으로 상징성이 크다. 문학과 예술은 상징을 담아내는 그릇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언론자유의 출발은 이것을 인정하는 데 있는 데 이것만 인정하면 되는데...’로 시작하는 이 시는 55년 전 당시 표현의 자유와 검열을 비판한 도발적인 작품이다. 11월말 경희대에서 맨 먼저 나붙은 이 대자보는 강제 철거 때문에 오히려 고.. 더보기 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와 한국 민주주의의 숙제 베트남전쟁 비판이 고조됐을 당시 린든 존슨 미국 대통령은 워싱턴 포스트 사설의 위력을 ‘2개 사단의 가치’와 맞먹는다고 비유했다. 워싱턴 포스트 주필 앞에서 한 말이어서 공대(恭待)와 당부의 의미를 담았겠지만, 언론의 힘을 흥미롭게 평가한 것은 분명하다. 전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신문의 하나인 뉴욕 타임스 사설의 영향력은 때론 워싱턴 포스트를 넘어선다. 뉴욕 타임스의 주요 사설은 다른 나라 언론이 인용, 보도할 만큼 파급효과가 지대하다. 그런 뉴욕 타임스가 지난 19일자 신문에 박근혜 대통령의 민주주의 역행을 강도 높게 비판하는 사설을 실어 눈길을 끈다. 이 신문이 1987년 민주화 이후 한국 최고지도자를 이처럼 뼈아프게 비판한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뉴욕 타임스가 우려한 한국 민주주의 상황은 평생.. 더보기 이전 1 ··· 23 24 25 26 27 28 29 ··· 8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