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썸네일형 리스트형 민주주의 열차의 역주행 5년 전 당시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박근혜 전 대표의 민주주의 철학 부재를 촌평할 때는 솔직히 피부에 와 닿지 않았다. 김무성 대표는 “박근혜 전 대표가 출중하고 훌륭하지만 결정적으로 부족한 점이 있다”면서 ‘민주주의에 대한 개념과 사고의 유연성 부족’을 들었다. 김 대표는 이 때문에 “훌륭한 대통령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의욕이 소진해 버렸다”고 고백했다. 그랬지만 나는, 아버지의 명예회복을 갈망하는 독재자의 딸일지언정 시대정신까지 결정적으로 거스르는 정치지도자일까 싶은 생각이 앞섰다. 게다가 ‘친박 좌장’으로 불리던 김무성 대표가 이명박 정부시절 홀로서기를 하는 과정에서 정치적 계산을 한 자락 깔고 한 발언일 것이라는 선입견에 무게가 실렸다. 그처럼 안일한 생각이 심각한 우려로 바뀌고, 김 대표의 말.. 더보기 언론 비판을 즐기는 권력기관들 해마다 연말 정기국회가 열릴 때면 실세 의원들이 거액의 자기 지역구 예산을 끼워 넣는 꼴불견 행태가 어김없이 나타난다. 여기엔 실세 의원들이 화급하지 않은 지역구 예산 잔치를 벌이는 동안 기초생활수급자 같은 밑바닥 서민들에게 꼭 필요한 국가예산 수천억 원이 뭉텅이로 잘려나가는 데 심각성이 도사리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실세 의원들이 언론으로부터 비판 받는 것을 부끄러워하기는커녕 도리어 즐기는 후진성이다. 중앙 언론에서 비판 기사를 쓰면 지역주민들이 ‘고생한 의원 나리’라고 박수를 쳐 주기 때문이다. 부정청탁이나 다름없는 쪽지 예산을 통과시킨 직후 국회 예산결산위원들이 하필이면 중남미와 아프리카의 정치 후진국으로 ‘예산심의 시스템연구’ 외유를 떠난 것은 코미디의 화룡점정(畵龍點睛)이다. 성격은 달라도 이와.. 더보기 자유의 마을 대성동 이야기 ‘자유의 마을’이라는 별칭을 지닌 대성동(臺城洞)은 한반도를 가로지르는 비무장지대(DMZ) 안의 유일한 민간인 거주지이다. 행정구역 명칭은 경기도 파주시 군내면 조산리-그러나 이곳은 지구촌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하고 작은 마을이다. 대한민국 영토이지만 유엔군 사령부의 통제를 받는다. 마을 주민의 참정권이나 교육 받을 권리는 대한민국 법률에 따르지만 병역과 납세 의무는 면제된다. 마을 사람들은 외부로 드나들 때 유엔사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기라도 하면 출입이 더 엄격히 통제된다. 휴전 후 60여 년, ‘섬 아닌 섬’에서 고립되어 살아온 이곳 사람들이 마을 리모델링 사업으로 새로운 희망에 부풀어 있다. 7월 23일 대성동 마을에서 ‘통일맞이 첫 마을 대성동 프로젝트’ 관.. 더보기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는 ‘정상의 비정상화’다 세계 민주주의의 전범(典範)이 되고 있는 ‘자유론’을 쓴 존 스튜어트 밀은 국민 교육의 전부나 대부분을 국가가 장악하는 것을 강력하게 반대하면서 교육의 다양성을 주창했다. “전체적 국가 교육은 오직 국민을 틀에 집어넣어 서로 너무나 흡사하게 만들려는 수단에 불과하다. 국가가 국민을 정형화하는 틀은, 결국 국가권력을 장악한 우월한 세력-군주건, 승려 계급이건, 귀족 계급이건, 현재 대중의 다수파이건-이 좋아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교육이 효과와 성공을 거두면 거둘수록 국민의 정신에 대한 압제가 확립되며, 그 압제는 자연의 추세로서 국민의 육체에 대한 압제를 유발한다.” 밀이 민주주의의 토대가 된 ‘자유론’을 출간한 게 1859년이니, 조선 철종 때 통치이념인 성리학과 유교 윤리를 백성들에게 전파하기 위한 .. 더보기 박근혜 오바마 대통령 기자회견 비교 “내 언론팀은 항상 말리지만 더 질문하세요. 나는 기자회견을 좋아하고 매일 여러분과 얘기하기를 원합니다.” 지난 6월30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마친 뒤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하면서 만면에 웃음을 머금은 채 말했다. 그러고 나서 오바마 대통령은 조시 어니스트 대변인을 흘끗 쳐다보며 “미안해, 조시” 하고 특유의 장난기어린 말투와 표정을 드러냈다. “저는 국민과의 소통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래서 지난 2년 동안도 민생 현장이라든가 정책 현장이라든가 이런 데 직접 가서 정말 터놓고 이야기도 듣고 제 생각도 이야기를 하고 그렇게 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올 1월12일 청와대에서 1년 만에 처음 기자회견을 열었을 때 ‘소통이 부족하다’는 질문에 이렇게 답변.. 더보기 집요한 ‘건국절’ 주장, 이제 접어라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건국절’ 논란과 관련해 지난주 주목할 만한 사실이 더 보태졌다. 남북한의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에 달한데다 단발적인 여론조사 결과여서 진보적인 언론조차 거의 다루지 않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뜻 깊은 광복 70주년 경축사에서 ‘건국 67주년’이라고 몰역사적인 발언을한데 이어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까지 건국절 제정을 새삼 언급한 직후에 나온 것이어서 의미가 적지 않다.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가 지난주 발표한 대한민국 건국 시점에 대한 국민인식 조사 결과, 3분의 2에 가까운 64%의 국민이 3·1운동과 임시정부가 수립된 1919년이라고 응답했다. 남한정부가 수립된 1948년이라는 응답은 21%에 불과했다. 1919년 임시정부수립이라는 응답이 모든 지역과 연령층에서 큰 편중 없이 압도적으.. 더보기 포용적 국가라야 도약한다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라는 책은 광복 70주년을 맞은 대한민국이 나아가야할 방향을 확연하게 시사해 준다. 대런 애쓰모글루 MIT 경제학과 교수와 제임스 로빈슨 하버드대 정치학과 교수가 함께 쓴 이 책은 포용적 정치·경제제도를 갖춘 나라만이 국민 전체가 번영의 길을 걸을 수 있다는 걸 흥미로운 사례를 들어 보여준다. ‘노갈레스’라는 도시와 남북한이 대표적인 실례로 꼽힌다. 원래 하나의 도시였던 노갈레스는 남북한처럼 미국 땅과 멕시코 땅으로 갈라졌다. 멕시코 영토였던 노갈레스는 1853년 미국이 멕시코로부터 현재의 애리조나 주와 뉴멕시코 남서부를 사들이면서 미국 땅과 멕시코 땅으로 나눠지고 말았다. 두 도시의 주민은 남북한처럼 조상과 문화가 같다. 하지만 두 도시는 지금 사뭇 달라졌다. 미국 쪽에 속한 애.. 더보기 믿게 해야 믿는다 국가정보원 ‘민간인 불법해킹 의혹’ 사건의 핵심은 신뢰의 문제다. 사건의 본질은 진실게임이지만, 실체를 규명하기 어려운 조건 속에서 경기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론조사 결과, 우리 국민 10명 가운데 6명은 국정원의 불법해킹 의혹 해명을 믿지 않는다고 털어놓았다. 국정원장은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이탈리아 보안업체의 해킹 프로그램 구입 사실을 시인했으나 민간 사찰용이 아닌 북한 공작원 감청용이라고 해명했다. 진실규명 작업은 만만치 않아 보인다. 우선 모든 게 오늘 오후 발표하는 국정원의 자체 조사 결과와 제출자료에 달려 있을 뿐 외부의 검증 수단이 현실적으로 마땅하지 않다. 국회 차원의 진상조사가 오늘부터 시작되고, 검찰 수사도 초읽기에 들어갔지만 애초부터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벌이는 축구 경기와 흡.. 더보기 케티 코티와 네덜란드, 그리고 일본 해마다 6월말과 7월초면 네덜란드에서는 ‘케티 코티’(Keti Koti)라는 말이 어김없이 인터넷 인기검색어에 오른다. 올해도 예외가 아니었다. 7월1일이 네덜란드가 식민지로 지배했던 남미 수리남의 ‘케티 코티 국경일’이어서다. 이날이 되면 수리남은 물론 2009년부터 네덜란드 전역에서 ‘케티 코티 페스티벌’이 다채롭게 펼쳐진다. 이날은 수리남인들의 노예해방일이다. ‘케티’는 ‘사슬’, ‘코티’는 ‘끊다’는 뜻이다. ‘케티 코티’라는 말이 상징하듯 여기에는 식민지 수리남의 슬픈 역사가 서려 있다. 악명 높은 네덜란드 농장주 부인에게 잔혹하게 희생된 흑인 노예여성 ‘알리다’의 일화는 치를 떨게 만든다. 18세기 후반 대형 플랜테이션 경영주 스토커트 프레데릭의 부인이었던 수잔나 뒤플레시는 미모가 빼어난 미혼.. 더보기 세상을 바꾼 책 이야기(44)--<과학적 관리법> 프레드릭 테일러 20세기를 눈앞에 둔 1899년 광활한 북미 대륙 전역에서 철도가 건설되고 있을 때였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 베들레헴제철소에 40대 중반의 남성이 이 회사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전 세계에서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는 실험을 시작했다. 노동자들에게 하루 작업량을 할당한 뒤 이를 초과한 사람에게는 성과급을 주지만, 목표치를 채우지 못하거나 이를 거부한 사람은 해고하는 일이었다. 그는 노동자들이 42킬로그램짜리 철봉을 화차에 실어 나르는 광경을 면밀히 관찰하기 시작했다. 허리가 끊어질 정도로 열심히 일하는 노동자들은 하루 75톤의 선철을 짊어져 날랐다. 이는 이전 작업 수치의 여섯 배에 달하는 것이었다. 이틀간의 관찰 끝에 그는 공정 작업량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노동자 1명당 하루 45톤을 나르는 것이 적절하다.. 더보기 이전 1 ··· 22 23 24 25 26 27 28 ··· 8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