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분류 전체보기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인데’ 프레임 보좌관이 써 준 걸 이해하고 읽는 것조차 제대로 못한다고 손가락질 받는 우리네 국회의원은 지금도 이따금 눈에 띈다. 근대 의회민주주의의 발상지인 영국에서도 비리가 터지자 보좌관이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라고 둘러대는 국회의원들이 불과 몇 년 전까지 있었다. 2009년 권위지 ‘데일리 텔레그래프’가 하원의원들의 부당한 생활경비 청구내역을 폭로하자 시민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영국은 런던 지역구가 아닌 하원의원이 런던 주거 수당과 식비, 가구 구입비 등을 ‘합리적인 수준에서’ 청구할 수 있도록 제도화했다. 이를 악용해 50여 명의 의원이 청구 대상 주소지를 바꿔가며 복수의 주택에 대해 수당을 청구하는 일이 벌어졌다. 본인이 거주하지 않고 세를 놓아 임대 수익을 챙기면서 주거 수당을 청구한 사례도 들통 났다. 그.. 더보기
선정주의는 필요악이 아니다 ‘언론의 선정적 보도행태는 태생적 숙명인가’ 하는 회의감이 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선정주의’(Sensationalism), ‘황색 저널리즘’(Yellow Journalism)의 역사가 19세기 미국으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실제로는 세계 최초의 신문으로 공인받는 17세기 초의 독일 ‘아비조’(Aviso)에서도 그 싹을 발견할 수 있다니 말이다. 미국에서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언론상의 제정자가 본격적인 선정주의의 원조라는 사실은 역설적이다. 퓰리처상을 만든 조지프 퓰리처는 “재미없는 신문은 죄악이다”란 말을 입에 달고 다녔다. 그런 퓰리처가 신문으로 장사를 할 수 있다는 발상을 처음으로 해내고, 신문 재벌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와 흥미본위의 선정보도 경쟁을 벌여 오늘날의 언론 상업주의를 정착시켰다. 퓰.. 더보기
후안무치한 조작공화국 악명 높은 프랑스 ‘드레퓌스 사건’에서 더욱 악랄한 대목은 증거날조 사실이 들통 나자 ‘애국적 조작’이라고 강변하는 순간이다. 유대인 알프레드 드레퓌스 대위가 간첩·반역죄로 종신형을 선고받도록 증거를 조작한 수사책임자 위베르 앙리 중령은 진실을 털어놓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저는 오로지 조국을 위해 그 일(조작)을 했습니다.” 우익보수단체 악시옹 프랑세즈 대표였던 시인 샤를 모라스는 증거서류 날조가 판명되자 “애국적 위조”라고 찬양했다. 기시감이 드는 박근혜 정권의 조작 행위는 양파처럼 까도 까도 끊일 줄 모르고 속살이 드러난다. 박근혜 정부의 국가정보원은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의 증거조작이 탄로났지만, 반성의 낯빛을 찾아볼 수 없었다. 관련자의 변명도 드레퓌스 사건과 판박이다. 국정원 협력자는.. 더보기
영화 ‘남한산성’에 담긴 국가안보 메시지 영화 ‘남한산성’에서 가장 처연한 장면은 인조가 청나라 태종에게 항복하면서 굴욕적인 삼배구고두례(三拜九叩頭禮)를 올리는 순간보다 막다른 상황에 처해서도 신하들을 거느리고 명나라 수도 북경을 향해 절을 올리는 ‘망궐례’(望闕禮)가 아닌가 싶다. 명나라 누구 하나 그 모습을 보고 있지 않음에도 그랬다. 영화에는 나오지 않지만, 망궐례 격식을 둘러싸고 신료들이 난상토론을 벌인 뒤 임금과 소현세자 부자가 예악에 맞춰 춤을 추었다는 기록도 있다고 한다. 황제 생일과 설날 같은 때 행하는 망궐례는 뼛속 깊은 모화(慕華)사상과 사대주의를 표징한다. 임진왜란으로 망할 뻔한 나라를 명나라가 구원군을 보내 살려준 ‘재조지은’(再造之恩)을 잊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듬뿍 담겼다. 청나라가 침략한 병자호란 때는 명나라가 조선을 .. 더보기
강대국이 그은 국경선의 비애 세계지도를 보면 대부분의 국경선이 곡선이지만 아프리카는 자로 잰 듯한 직선으로 된 곳이 유독 많다. 국경선이이야말로 산과 강 같은 자연 요인, 종족, 전쟁, 문화의 상호작용으로 말미암아 곡선이 될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아프리카의 많은 나라가 직선 국경을 지닌 까닭은 강대국의 농간 때문이다. 아프리카 국경선을 그은 이들은 아프리카라곤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는 유럽 관료들이었다. 유럽 강대국들은 19세기 말 아프리카의 영유권을 다투었다. 이로 인해 전면전이 일어나지 않을까 염려한 관련국들은 1884년 베를린에 모여 아프리카 땅을 피자 자르듯 나눠 가졌다. ‘베를린 의정서’가 그 결과물이다. 베를린 회의에는 영국, 프랑스, 독일을 비롯한 유럽 열세 나라, 미국과 오스만튀르크 등 모두 15개국이 참석했다... 더보기
트럼프에게 경고장 보낸 허리케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설할 때 가장 많이 쓰는 문구는 “나를 믿어주세요(Believe me!)”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100일 동안 스물여섯번이나 이 말을 썼다는 언어학 교수의 집계와 분석이 나왔을 정도다. 트럼프는 대선 과정에서도 궁지에 몰릴 때마다 “날 믿어주세요”를 연발했다. ‘믿어 달라’는 말은 거짓말하는 사람의 특징 가운데 하나다. 오죽하면 권위를 가장 인정받는 뉴욕 타임스가 ‘트럼프가 입만 열면 거짓말한다’며 그의 거짓말 목록을 공개했을까 싶다. 뉴욕 타임스는 트럼프가 취임 첫날부터 154일 동안 거짓말을 한 날이 무려 114일이라는 증거를 내놓았다. 트럼프가 거짓말을 하지 않은 날은 주특기인 트위터 글쓰기를 하지 않거나, 본인 소유의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휴가를 보내며 골프를 친 .. 더보기
명견만리와 과학기술 인식 천동설을 가르쳤던 하나님과 지동설을 믿게 할 수밖에 없는 하나님은 다른 분일까? 지동설을 주창한 과학자 니콜라우스 코페르니쿠스와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등장하기 전까지 교회가 천동설을 믿은 근거는 신이 인간을 중심으로 우주를 창조했다는 하나님 말씀을 기록한 성서였다. 우주를 창조했다고 확신하는 종교는 창조주의 무오류를 전제로 한다. 신은 오류가 없어야 하는데 왜 이런 우주의 모순이 일어났는지 설명하지 않는다. 1992년 10월31일 로마교황청이 1633년의 갈릴레이 종교재판에 대해 과오를 인정했을 뿐이다. 가치중립적인 과학과 신념에 바탕을 둔 종교의 충돌은 진화론과 창조론에서 절정에 달한다. 양보할 수 없는 존립 근거가 달린 문제여서다. 진화론의 탄생은 인류를 뒤흔든 혁명이었다. 찰스 다윈의 진화론은 과학 .. 더보기
‘북한의 솔제니친’을 바라보는 두 개의 시선 최근 ‘북한의 솔제니친’이란 별명으로 불리는 ‘반디’라는 필명을 가진 북한작가의 소설집 이 프랑스와 영어권 국가에서 호평을 이어간다. 그이 말고도 탈북한 시인 장진성, 소설가 김유경의 작품집이 그들만의 비극적인 체제의 실상과 체험에서 비롯된 생생한 리얼리즘으로 해외에 소개되어 관심을 받고 있다. 그러나 해외의 뜨거운 반응과 달리 정작 남한에서는 이들 작품에 주목하는 이가 별로 없다. 무엇이 우리의 시선을 한쪽으로 돌려놓은 것일까. 서방세계가 알고 있는 북한 문학은 대부분 3대를 이어온 김일성 일가의 독재체제를 찬양하고 우상화하는 도구에 불과하다. 실제로 북한 문학은 여전히 최고지도자의 통치이념에 따라 창작의 큰 그림이 그려지곤 한다. 새해 첫날 발표되는 지도자의 신년사가 해마다 문학의 방향과 작품 내용의.. 더보기
절박한 국가인력구조 재편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짐 로저스 홀딩스 회장은 한국 젊은이들의 꿈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투자를 하려면 해당 기업뿐만 아니라 그 나라의 미래를 예측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방한한 그가 그래서 찾은 곳이 한국에서 청년 인구밀도가 가장 높다는 노량진이었다. 노량진 고시촌에서 한국 청년들의 생생한 육성을 들은 로저스는 깜짝 놀랐다. 젊은이들이 바라는 직업 1위가 공무원이어서다. 그가 내린 결론은 도전정신이 사라진 한국에서 더 이상 투자 매력을 찾을 수 없다는 사실이다. 오토바이와 자동차로 두 차례 세계 일주를 한 로저스는 한국처럼 젊은이들이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는 나라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고 한다. 실제로 통계청이 2016년 발표한 경제활동인구조사 결과, 청년층 취업시험 준비생 가운데 40%가 공.. 더보기
혁신과 의리, 그 찬란한 모순 ‘정의(正義)의 반대말은 의리’라는 한국적 정서가 정치판에서는 한결 도드라진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정치는 의리로 하는 것’이라고 기회 있을 때마다 유권자들에게 주입하려 애쓴다. 홍 대표는 지난 주말 “선장의 총애를 받아 일등 항해사에 오른 사람들이 배가 난파할 지경에 이르자 선상반란을 주도하면서 선장 등 뒤에 칼을 꽂고 자기들끼리 구명정을 타고 배를 탈출했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표를 던진 당시 새누리당 의원들을 겨냥해 날린 화살이다. 그는 특히 “TK(대구·경북)민심은 살인범을 용서해도 배신자들은 끝까지 용서하지 않는다”며 지난 대선 때 했던 발언을 거듭했다. “의리가 없으면 인간도 아니다”는 박근혜 전 대통령 말의 다른 버전이란 느낌을 준다. 사실 이 언명..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