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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버트의 꿈 조선은 피어나리! 호머 헐버트(1863~1949)에게 붙일 수 있는 수식어로 ‘한국인보다 한국을 더 사랑한’이란 말보다 더 적절한 표현은 찾기 어려울 것 같다. 그는 마치 뼛속까지 한국 사랑 유전자를 지닌 듯하다. 아니 전생에 한 맺힌 한민족 역사를 가슴 아파한 한국인이었지 싶다. 그만큼 그의 일생은 한국 사랑을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다. 헐버트는 젊디젊은 23살에 조선을 만나 교육자, 한글학자, 언어학자, 역사학자, 언론인, 아리랑 채보자, 선교사, 황제의 밀사, 독립운동가로서 63년 동안 한민족과 고락을 함께했다. ‘헐버트의 꿈 조선은 피어나리!’(김동진 지음, 참좋은친구)는 헐버트가 한국을 얼마나 사랑했는지를 감동적으로 보여주는 책이다. 헐버트박사기념사업회 김동진 회장이 30년간 한국은 물론 미국, 일본, 영국 곳곳.. 더보기
불평등·불공정 공화국 아카데미상 4관왕 영화 ‘기생충’이 세계인의 공감을 얻은 것은 불평등 메시지를 분명하게 전달하고 있어서다. 반지하와 저택에 사는 두 가족은 빈부격차와 양극화의 생생한 표상이다. 영화의 메시지를 담은 한국 사회의 경제적·사회적 불평등이 점점 깊어지고 있다는 통계가 국회 국정감사에서 나왔다. 국회 기획재정위 소속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3일 한국은행에서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9년 한국의 불평등지수(피케티지수)는 8.6으로 전년보다 0.5나 올랐다. 지난해 같은 기간 선진국에 비해서도 월등히 높다. 스페인 6.6, 일본 6.1, 영국 6.0, 프랑스 5.9, 미국 4.8, 독일 4.4 등이다. 한국의 ‘피케티지수’는 최근 10년간 줄곧 악화했다. 특히 문재인정부 들어 급증했다. 2010년부터 .. 더보기
정치에도 금반언(禁反言) 원칙을! 정치에서 ‘한 입으로 두말하기 없기’ 원칙만 지켜져도 걱정할 일이 획기적으로 줄어들 게다. ‘한 입으로 두말하기 없기’는 법률용어로 ‘금반언(禁反言) 원칙’에 해당한다. 신의성실 원칙의 한 갈래다. 소송에서는 자신이 이미 한 언행을 바꿀 수 없는 금반언 원칙이 엄격하게 적용된다. 국제법에서도 금반언 원칙은 중요한 요소다. 말 바꾸기의 달인들이 모인 정치세계에서는 ‘내로남불’이 금반언 원칙을 쓰레기처럼 만들어놨다. 금반언 원칙의 훼손은 여야가 바뀌는 상황에서 특히 심각하다. 어느 쪽이든 야당 때 하는 말과 여당 때 하는 말이 180도 달라지는 경우다. ‘한 입으로 두말하기’의 문제는 남의 잘못을 지적하고 비판하더라도 지적자가 이미 똑같은 잘못을 저질러 진정성을 의심받게 된다는 점이다. 최근 재정 건전성과 .. 더보기
대나무가 문득 그리운 시절 대나무의 상징어는 ‘직절허심(直節虛心)’이다. 순서를 바꿔 ‘허심직절(虛心直節)’이라고도 한다. 속이 비고 곧아 절개가 있는 나무여서다. 대나무가 소나무와 더불어 송죽지절(松竹之節)의 짝을 이루는 것도 차디찬 겨울을 견디며 푸른 잎을 굳건히 간직하기 때문이다. 속이 빈 것은 헛된 마음을 버려서이고, 부러질지언정 굽히지 않는 건 정절을 지키기 위한 표상이다. 겨우내 잎이 푸른 것은 고결한 기품을 잃지 않겠다는 각오로 읽힌다. 고산 윤선도는 ‘오우가’에서 ‘나무도 아닌 것이 풀도 아닌 것이/ 곧기는 누가 시킨 것이며 속은 어이 비었는가/ 저렇게 사계절 푸르니 그를 좋아하노라’라고 대나무를 상찬했다. 대나무는 땅 밖으로 싹이 나기 전 땅속으로 먼저 자란다. 대나무 씨앗은 1년은커녕 2~3년이 지나도 아무런 소.. 더보기
‘그럼에도 진보의 생명은 도덕이다’ 프랑스 좌파 철학자 베르나르 앙리 레비는 조 국 전 법무부장관이 좋아하는 지식인 가운데 한 사람이다. 레비는 대표작 ‘인간의 얼굴을 한 야만’에서 인간에 대한 사랑과 전체주의 비판을 바탕으로 한 ‘신철학’을 주창한 참여지식인이다. 조 전 장관은 오래 전 한 칼럼에서 레비의 다른 저서 ‘그럼에도 나는 좌파다’의 제목을 빌려 좌파임을 자랑스럽게 여겼다. 조 전 장관은 이 글에서 “설사 누가 나를 ‘좌파 부르주아’라고 부르며 폄훼할지라도, 나는 의식적으로 왼편에 서서 나의 존재에 대한 ‘배신’을 계속하고자 한다”고 다짐했다. 그는 장관 인사청문회에서도 “나는 사회주의자다”라고 했다. ‘우울한 좌파’라는 별명을 지닌 레비는 이 책에서 “오늘날의 좌파는 인권, 자유와 평등, 진보와 성장, 분배와 복지 등 좌파가 .. 더보기
개혁 조급증의 역설 국민에게 생색나는 개혁을 해보고 싶으면 몽골제국 칭기즈칸의 책사 얘기를 먼저 떠올려 보면 좋겠다. 촉나라 유비의 제갈량에 비견된다는 야율초재는 칭기즈칸의 셋째아들인 2대 황제 오고타이가 개혁 방안을 자문하자 명언을 들려준다. “한가지 이로운 일을 시작하는 것은 한가지 해로운 일을 없애는 것만 못하고, 한가지 일을 만들어내는 것은 한가지 일을 줄이는 것만 못합니다.” “아버지가 이룩한 대제국을 개혁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없겠느냐”고 오고타이가 물은 데 대한 답변이었다. 4.15총선에서 민주화 이후 유례없는 180석을 얻은 여권이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신임대표 체제 출범과 때맞춰 성찰할만한 지혜의 하나가 아닐까 싶다. 총선 이후 민주당과 문재인정부는 시간에 쫓기는 듯 개혁을 명분삼아 독주를 거듭해왔다. 국회.. 더보기
새내기 의원들의 빛과 그림자 ‘일하는 국회’를 표방한 21대 국회에 첫발을 들여놓은 초선의원들의 ‘처음’은 명암이 엇갈린다. 몇몇 야당의원들은 낡은 관행을 깨고 산뜻한 바람을 일으켰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이나 열린민주당 소속 초선의원들은 심상정 정의당 대표의 표현처럼 ‘거수기’라거나 정부 방패막이라는 조롱을 들어야 했다. 심 대표는 임대차 3법 처리 과정을 보면서 “초선의원 151명(전체의 과반)이 처음으로 경험한 임시국회 입법과정에서 여당 초선의원들은 생각이 다른 야당과 대화와 타협보다 힘으로 밀어붙이는 것을 배우지 않을까”라고 쓴소리를 냈다. 조정훈 시대전환당 의원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조정훈 의원만큼만’이라는 상찬을 얻을 정도로 ‘지극히 당연한’ 신선미를 풍겼다. 범여권인 더불어시민당 소속으로 당선한 조 의원은 문재인정부의 .. 더보기
G7 플러스, D10, 그리고 한국 ‘악수만 하고 끝나는 G7, G20 정상회의는 그만두고 경제성장과 민주주의를 동시에 이룬 10개 나라 회의체 D10(Democracies10)으로 바꿔라.’ 2013년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과 시사주간지 타임이 잇달아 이런 주장을 들고나왔을 때는 그리 주목받지 못했다. 그때 D10은 미국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캐나다 일본 호주 한국에 유럽연합(EU)을 포함한 것이었다. 한국이 회원국으로 언급됐으나 당시 박근혜정부나 한국 언론은 관심을 두지 않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그해 6월 북아일랜드에서 열린 G7+러시아 정상회의를 앞두고 ‘G8은 잊어라. 이제는 D10시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G8보다 더 단단한 민주주의 동맹체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치·경제적 갈등이 혼재하는 G8이 한계에 봉착했다는 이유.. 더보기
인권·시민운동 ‘아이콘’이 남긴 숙제 인권과 시민운동의 상징이 맞은 비극적인 결말은 지독한 아이러니다. ‘박원순’이라는 이름은 인권과 시민운동을 빼놓고 호명할 수 없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인권변호사로 첫발을 내디뎠다. 암울하고 참담했던 1980년대 인권변호사로서 부천경찰서 권인숙 성고문, 박종철 고문치사 같은 야만적 인권 유린 사건의 피해자 변론을 맡아 민주주의 수호에 앞장섰다. 참여연대·아름다운재단·희망제작소 같은 시민단체를 주도적으로 세워 시민운동의 씨앗을 뿌리고 가꾼 것도 박원순의 몫이었다. 낙천·낙선 운동, 소액주주 운동을 비롯한 혁신적 프로그램은 시민운동의 차원을 높이고 영역을 넓혔다. 3차례 연임한 서울시장으로서도 균형발전 도시재생 복지 등 실질적인 생활 행정으로 승화시켰다. 무엇보다 그는 평생토록 여성 인권 옹호자로 기억돼왔다... 더보기
공룡 여당의 무한질주 욕망 인류가 출현하기 오래 전 공룡은 지구상의 최고 포식자이자 지배자였다. 4.15 총선으로 정치권의 공룡이 된 더불어민주당은 21대 국회 초반부터 무한질주 욕망을 제어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개헌을 빼곤 뭐든지 할 수 있는 무소불위의 힘을 지녀 ‘거칠 것 없다’는 걸 실증하려는 듯하다. 공룡 민주당은 53년 만에 단독 국회 개원을 강행한 데 이어 눈엣가시 같은 검찰총장 몰아내기의 이빨을 드러내 보였다. 윤석열 검찰총장 내치기에는 설 훈 최고위원이 지난 19일 먼저 총대를 멨다. “제가 윤석열이라고 하면 벌써 그만뒀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버티고 있겠느냐”는 설 최고위원의 언설은 민주당 지도부 최초의 노골적인 사퇴요구다. 설 최고위원은 윤 총장 임명 당시에는 “(윤 후보자가) 돈이나 권력에 굴할 사람이 아니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