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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餘滴)

[여적]갑부들의 비밀회동 입력 : 2009-05-22 17:47:20ㅣ수정 : 2009-05-22 17:47:20 1907년 네덜란드 이민자들이 설립한 거대 신탁회사 니커보커 트러스트가 구리 회사를 인수한 뒤 구리 가격을 한껏 부풀리다 거품이 꺼지면서 파산하고 말았다. 수십개의 은행과 8000여개의 기업이 덩달아 도산하면서 혼란은 극에 이르렀다. 뉴욕증권거래소의 주식 거래까지 중단되자 궁지에 몰린 은행가와 갑부들이 모여 비상대책회의를 열었다. 참석자들은 ‘우리만이라도 은행에서 더 이상 돈을 빼지 말자’고 결의한다. 하지만 회의가 끝나자마자 인출사태가 벌어졌다. 그러자 ‘금융황제’ JP 모건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그는 모건 박물관의 서재에 갑부들을 다시 불러모았다. 자기 이익만 생각하면 공멸한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환기시켰다... 더보기
[여적]기(氣) 카드 입력 : 2009-05-15 17:46:37ㅣ수정 : 2009-05-15 17:46:38 구소련의 최고 전기 기술자였던 세미온 키를리안은 1939년 고주파 고전압의 전기를 물체에 가했을 때 이상한 흔적이 사진에 찍히는 것을 우연히 발견했다. 이를 단순한 고압방전으로 보기 어려웠던 것은 사람을 대상으로 할 경우 생각이나 건강상태에 따라 다른 모습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기(氣)를 찍는 ‘키를리안 사진’은 이렇게 시작됐다. 그 뒤 한 과학자가 키를리안에게 같은 식물의 잎 두 장을 가져와 ‘키를리안 사진’을 찍어달라고 요청했다. 촬영 결과 한 장은 선명하고 밝은 빛을 보이는 데 반해 다른 한 장은 군데군데 희미한 빛만 나타났다. 마치 다른 종류의 잎처럼 보였다. 알고 보니 잎 하나는 병에 감염.. 더보기
[여적]흰 코끼리 입력 : 2009-05-08 18:04:39ㅣ수정 : 2009-05-08 18:04:41 불교에서 흰 코끼리를 더없이 귀중한 존재로 여기는 까닭은 석가모니의 어머니인 마야부인이 태몽으로 6개의 상아가 달린 흰 코끼리가 옆구리에 들어오는 꿈을 꾸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흰 코끼리는 어떠한 일도 시키지 않을 만큼 신성시한다. 불교국가인 태국에서는 흰 코끼리가 국가의 수호신으로까지 대접받는다. 흰 코끼리는 역설적이게도 ‘처치 곤란한 물건’을 의미하기도 한다. 애물단지나 계륵 같은 존재로 변하는 경우다. 인도에는 흰 코끼리와 관련된 그럴 듯한 이야기가 전해진다. 고대 인도의 국왕은 불편한 관계에 놓인 신하에게 흰 코끼리 한 마리를 선물한다. 흰 코끼리를 하사받은 신하는 가문의 영광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 더보기
[여적]집착과 무관심 입력 : 2009-04-17 18:02:25ㅣ수정 : 2009-04-17 18:02:27 ‘무관심을 파는 커피숍.’ 미국에서 스타벅스가 성공한 가장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로 ‘무관심’을 꼽는 흥미로운 분석이 있다. 커피를 건네준 뒤에는 고객을 완벽하게 무관심 속에 방치해 두는 전략이 손님을 끄는 요인의 하나라는 것이다. 물론 처음 고객을 맞이하고 주문대로 내줄 때까지는 최상의 친절과 정중함으로 대한다. 사람들은 시선을 적절하게 차단해주는 넓은 공간에서 책을 읽든, 글을 쓰든, 사색을 하든 혼자서도 여유롭게 즐길 수 있어서 스타벅스를 좋아한다. ‘친절한 무관심’을 산다고나 할까. 이런 경우를 제외하면 무관심만큼 무서운 것도 드물다. 상대방을 아프게 하는 가장 예의 바르고도 잔인한 방법이 무관심이라는 말에.. 더보기
[여적]패밀리즘 입력 : 2009-04-10 17:38:38ㅣ수정 : 2009-04-10 17:38:41 영화 에 관객들이 열광했던 요인 가운데 하나가 ‘가족’이다. 보는 이의 심장박동수를 급격히 높여주는 것은 가슴 속에 싸함이 밀려오는 ‘패밀리즘’의 강렬한 메시지였다. ‘가족을 지켜줄 사람은 가족 외에는 아무도 없다. 그래서 가족을 지키기 위한 싸움에 내가 직접 뛰어들 수밖에 없다.’ 경제위기 국면이나 위험사회일수록 가족에 대한 의존도는 한층 커진다. 힘든 시대일수록 가족만이 희망이기 때문이리라. 그래선지 삼성경제연구소는 올해 초 신가족주의 문화가 새로운 트렌드로 등장할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다. 여가생활의 중심이 개인에서 가족으로 변하는 불황기 패밀리즘이 유행하는 것을 보면 전망은 빗나가지 않았다. 패밀리즘은 가족 .. 더보기
[여적]프랑스의 백기투항 입력 : 2009-04-03 17:53:54ㅣ수정 : 2009-04-03 17:53:56 중국인이 좋아하는 색깔의 서열은 황색, 자주색, 빨간색, 녹색, 파란색, 검은색, 흰색 순이다. 수·당나라 때에는 신분에 따라 이 순서대로 옷 색깔을 달리했다. 중국인들은 검은색과 함께 흰색을 가장 기피하는 편이다. 결혼 축의금이나 촌지를 흰 봉투에 넣어주면 한 번에 모든 관계가 끝장날 정도다. 대만 국민당 정권을 ‘백색정권’이라 부르고, 사상이 나쁜 사람을 ‘백전’(白顚·이마에 흰 점이 있는 말이라는 뜻)이라고 타매한다. 흰색을 싫어하는 것은 고대 전쟁터에서 사람을 죽이고 나서 흰색을 덮는 관행에다 투항의 의미로 백기를 든 관례 때문이다. 한나라 때부터 항복의 뜻으로 백기를 사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서양에서는 중국.. 더보기
[여적]‘G8시대의 종언’ 입력 : 2009-03-27 17:45:53ㅣ수정 : 2009-03-27 17:45:55 세계 경제상황의 변화는 거의 어김없이 경제질서의 권력 판도 재편을 불러온다. 1차 석유파동으로 세계 경제가 비틀거리자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선진국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달러 태환 규정 철폐에 이어 전 세계적 금융 불안정을 논의하기 위해 미국, 영국, 프랑스, 서독 4개국 재무장관이 1973년 첫 회의를 열었다. 미국의 발의가 있었음은 물론이다. 곧 4개국 정상이 참석하는 회의로 격상됐다. 75년 일본과 이탈리아가 참석하면서 G6이 됐다. 다음해 푸에르토리코에서 열린 모임에는 미국의 강력한 추천으로 캐나다가 승차해 마침내 한 시대를 구가하는 G7을 구성했다. 냉전 종식 후 97년 러시아가 역시 미국의 제안으로 이 .. 더보기
[여적]인권시계 입력 : 2009-03-20 18:02:07ㅣ수정 : 2009-03-20 18:02:10 유엔은 2006년 6월19일 기존의 인권위원회 대신 지위를 격상시킨 인권이사회를 출범시켰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스위스의 대표적인 시계 브랜드 ‘스와치’는 ‘유엔 인권시계’를 선보였다. 문자판(다이얼)과 스트랩에 유엔의 상징색인 연한 하늘색을 사용하고 손목 부분에는 평화를 상징하는 비둘기와 유엔 마크를 새겼다. 이 시계에는 19일의 인권이사회 첫 회의 개최를 기념해 문자판에 다른 숫자 없이 ‘19’만 써넣었다. ‘19’는 ‘모든 사람은 의사표현의 자유를 누릴 권리가 있다’는 세계인권선언 19조를 상징하는 것이기도 하다. 1년 뒤 스와치는 두 번째 ‘유엔 인권시계’를 만들었다. 이번에는 ‘셰이크 더 월드 넘버2(Sha.. 더보기
[여적]‘사랑의 쌀독’ 입력 : 2009-03-13 17:48:33ㅣ수정 : 2009-03-13 17:48:35 한쪽에서는 비만을 염려하며 살빼기에 여념이 없는 반면 다른 한편에선 경제위기로 끼니마저 걱정하는 양극화가 날로 더해가니 세상이 살천스럽다. 선인들은 쌀독 바닥 긁을 때가 가장 겁난다고 했다. ‘쌀독에 거미줄 친다’는 속담이 나올 때쯤이면 애옥살이는 갈 때까지 다 간 것이다. 쌀독이 차 있으면 생각만 해도 배가 부르다고 했던 선조들이다. 박희선 시인의 ‘빈 쌀독’은 애타는 심사가 측은하다 못해 차라리 은은하다. “오래된 빈집 마당에/금이 간 쌀독 하나가 하늘을 향하여 운다…가난한 굴뚝의 저녁때가 되면/키 작은 안주인은/깊은 쌀독에다 상반신을 묻고/바가지로 바닥을 긁었다…어느 해 겨울에는/하느님께서 쌀독을 들여다보시고/.. 더보기
[여적]장관의 복장 입력 : 2009-03-06 17:55:43ㅣ수정 : 2009-03-06 17:57:23 옷차림에 관한 우화 한 토막. 어떤 나라의 현자(賢者)가 누더기를 입고 읍내를 걸어가고 있었다. 그의 친구가 이를 발견하고 은근히 나무랐다. “옷이 그게 뭔가. 자네는 창피하지도 않나?” 그러자 현자가 말했다. “무슨 소리, 여기는 나를 아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으니 괜찮다네.” 다음날이었다. 현자는 자기 마을에서 역시 누더기를 입고 활보하고 있었다. 이를 본 친구가 참지 못하고 또 한 마디 해댔다. “뭐야, 자네 마을에서도 그런 옷차림으로 다니나?” 현자가 이번에는 이렇게 말했다. “여긴 누구든 나를 다 아니까 괜찮다네.” 옷차림은 대개 그 사람의 성격, 습관, 개성, 사회적 위상, 경제 상황을 웅변한다. 흔히들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