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9-03-27 17:45:53수정 : 2009-03-27 17:45:55

세계 경제상황의 변화는 거의 어김없이 경제질서의 권력 판도 재편을 불러온다. 1차 석유파동으로 세계 경제가 비틀거리자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선진국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달러 태환 규정 철폐에 이어 전 세계적 금융 불안정을 논의하기 위해 미국, 영국, 프랑스, 서독 4개국 재무장관이 1973년 첫 회의를 열었다. 미국의 발의가 있었음은 물론이다. 곧 4개국 정상이 참석하는 회의로 격상됐다. 75년 일본과 이탈리아가 참석하면서 G6이 됐다. 다음해 푸에르토리코에서 열린 모임에는 미국의 강력한 추천으로 캐나다가 승차해 마침내 한 시대를 구가하는 G7을 구성했다.

냉전 종식 후 97년 러시아가 역시 미국의 제안으로 이 모임에 합류하면서 G8로 확대됐다. 한때 G7 국가에다 네덜란드, 벨기에, 스웨덴이 더해져 G1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가 열릴 때도 있었다. 그 사이 신흥국가들의 성장으로 G8을 G13으로 확대개편하자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됐다. 2005년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G8 정상회의에 중국, 인도, 브라질, 멕시코,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신흥 5개국이 초청된 것이 계기다. G13에서 멕시코를 제외한 G12도 있었고, 멕시코, 아르헨티나, 터키를 포함해 G15로 불리기도 했다.

G8은 지난해 미국발 세계 금융위기를 고비로 중심역을 잃었다. 이들에게는 “세상이 불타고 있는 판에 로마 살롱에 모여앉아 바이올린이나 켜고 있다”는 언론의 비아냥거림도 덧씌워졌다. 이들의 특징은 세계경제를 입맛대로 요리해 온 비민주적 그룹이라는 점이다. G8이 어떤 결정을 마음대로 내려도 좋다고 위임한 국제법이나 협약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부쩍 비중이 커진 G20은 97년 아시아 외환위기를 계기로 태어났다. G13에다 한국, 호주, 터키, 인도네시아, 사우디아라비아, 아르헨티나 등 6개국과 유럽연합(EU)이 추가된 것이다. 한때 G22, G33 모임도 열렸지만 G20으로 통일됐다.

브라질을 방문한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는 엊그제 “G8의 시대는 끝났다. G20이 새로운 세계경제 질서를 만드는 구심점이 돼야 한다”고 선언했다. 세계 13위의 경제력을 지니고도 오랫동안 소외돼 왔던 한국에는 기회이자 역량을 시험받는 무대이기도 하다. 이미 내년 의장국을 맡아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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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학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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