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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餘滴)

[여적]꽃놀이패 입력 : 2008-12-12 17:47:44ㅣ수정 : 2008-12-12 17:47:58 바둑에서 프로 기사들은 아마추어에 비해 치열하게 싸우지 않는다. 아마추어는 포석도 없이 전투를 벌이는 경우가 흔하지만 프로 바둑은 전투다운 전투 없이 끝나는 때도 적지 않다. 프로 기사는 쾌감보다 승부 자체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바둑을 이기려면 강수보다 조금은 약한 수를 두는 것이 유리하다고 한다. 그래서 이기려고 기를 쓰는 프로 기사들은 조금은 약한 듯한 수를 둔다. 서로 타협하는 듯한 수를 두면 당연히 싸움이 벌어지기 힘들다. 비둘기파는 매파를 응징하기보다 주로 양보한다. 언뜻 보면 비둘기파가 질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양보해서 손해를 보는 집의 수와 무리수를 응징했을 때 이득을 얻는 집의 수가 다르기 때문이다.. 더보기
[여적]오바마 경제팀 입력 : 2008-11-28 18:05:17ㅣ수정 : 2008-11-28 18:05:28 미국 연방정부의 주축은 독립국가 탄생 이후 변함없이 국무, 재무, 법무, 국방부 4대 부처다. 미국 대통령 유고시 승계서열도 상원의장 겸임인 부통령, 하원의장, 상원의장 대행 다음으로 이 4대 부처 장관이 뒤를 잇는다. 초대 조지 워싱턴 행정부는 이들 4개 부처로만 출범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이름이 바뀐 국방부가 그 전까지 전쟁부였다는 점만 다르다. 이들 4개 부는 지금도 핵심부처로 장·차관 외에 부장관을 두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4개 부처는 각기 수사권이 있는 독립 정보기관을 갖고 있을 정도다. 국무부에는 정보조사국(INR), 재무부에는 주류·담배·화기폭발물 관리국(AFT), 법무부엔 연방수사국(FBI), 국.. 더보기
[여적]레인메이커 입력 : 2008-11-21 17:50:19ㅣ수정 : 2008-11-21 17:50:25 백인들이 점령하기 전 북아메리카 원주민 사회에서는 지독한 가뭄이 찾아오면 곡식을 가꾸고 목축을 하며 평화롭게 지내던 부족들은 손에 무기를 든다. 작열하는 태양 아래 바닥을 드러내는 웅덩이와 샘을 서로 차지하기 위해서다. 가뭄에다 싸움으로 이중 고통을 받는 이들의 목소리가 하늘에 닿으면 어디선가 홀연히 단비를 내리게 하는 ‘레인메이커’가 나타난다. 레인메이커는 간절한 기도로 비를 내려 샘에 물을 가득 채운다. 다투던 부족들은 자연스레 무기를 놓고 화해하며 생업으로 돌아간다. 실제로는 비를 내리게 하는 주술사나 기우사(祈雨師)가 레인메이커다. 살인적인 가뭄으로 유명한 남아프리카공화국 북부 칼라하리 사막 지역에는 조금 다.. 더보기
[여적]사냥개 논쟁 입력 : 2008-11-14 18:01:25ㅣ수정 : 2008-11-14 18:01:27 사냥에는 첫째가 개이고 둘째가 다리이며 셋째가 총이라는 말이 있다. 사냥에서 차지하는 개의 역할을 이보다 더 명쾌하게 요약한 것도 없다. 우리 사냥개는 명민하기로 소문이 나 중국의 황제가 선물로 요청한 적이 있을 정도다. 세종실록에 나오는 얘기다. 그럴지니 중국 사신들이 우리 개를 너나 없이 탐낸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태종 때는 세자가 5명의 사신에게 개 한 마리씩 하사했음에도 만족하지 않자 임금이 이튿날 두 마리씩 더 주었다는 기록도 남아 있다. 신라시대에는 금 2000냥에 맞먹을 만큼 대접받은 사냥개가 있었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영리하고 충직한 사냥개가 동서와 고금을 뛰어넘어 곧잘 정치 무대의 주안상에 오르는 .. 더보기
[여적]킹 목사의 꿈 입력 : 2008-11-07 18:03:27ㅣ수정 : 2008-11-07 18:03:30 1950년 일본 미야자키 현 동해안의 무인도 고지마에 일본원숭이가 집단서식하고 있었다. 교토대 영장류연구소 학자들은 이들에게 먹이를 주면서 길들이기에 성공했다. 먹이는 밭에서 자란 흙투성이 고구마였다. 어느 날부터 한 원숭이가 고구마를 강물에 씻어먹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원숭이들이 따라했다. 고구마가 흙이 씹히던 때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맛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무리의 반 수 이상이 씻어 먹기에 이르렀다. 원숭이들은 강물이 마르게 되자 바닷가에 나가 고구마를 씻어 짭짤한 맛까지 즐겼다. 이 같은 집단 행위는 놀랍게도 이곳에서 멀리 떨어진 다카자키 산에 서식하던 원숭이 무리에서도 관찰됐다. 두 곳의.. 더보기
[여적]청와대 도서목록 입력 : 2008-10-31 17:51:46ㅣ수정 : 2008-10-31 17:51:47 철학자이자 교육자로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편집위원장을 지낸 모티머 애들러는 독서의 수준을 4단계로 나눈다. 애들러가 이란 책에서 분류한 4단계는 초급 독서, 점검 독서, 분석 독서, 통합적인 신토피컬 독서 순이다. 초급 독서는 문장과 단어의 뜻을 아는 단계이다. 점검 독서는 어떤 종류의 책이며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가를 파악하는 수준이다. 일정한 시간 안에 할당된 분량을 읽도록 주문한다. 골라 읽기나 예비 독서라고 할 수 있겠다. 분석 독서는 피가 되고 살이 될 때까지 철저히 읽어내는 단계다. ‘깊이읽기’라 해도 좋을 듯하다. 신토피컬 독서는 한 주제로 몇 권의 책을 연관지어 읽는 단계다. 비교 독서법이라고도 하는 신토.. 더보기
[여적]탐욕의 굴레 입력 : 2008-10-24 17:59:06ㅣ수정 : 2008-10-24 17:59:24 부조리의 철학자이자 작가인 알베르 카뮈의 소설 는 인간의 탐욕이 낳은 비극을 살싸하게 그렸다. 여인숙을 운영하는 모녀는 너무나 가난한 나머지 끔찍한 범행을 은밀하게 저지르기 시작한다. 투숙 손님 가운데 부자처럼 보이는 사람이 있으면 음식에 독약을 타 먹여 죽인 뒤 시체를 강물에 버리곤 한다. 금품에 욕심을 품고 있음은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청년이 투숙객으로 들어온다. 이 청년은 어려서 객지에 나가 성공한 후 어머니와 누이를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서 돌아온 것이다. 청년은 어머니와 누이가 어떻게 사는지 보고 싶어 신분을 숨기고 숙박을 신청한다. 투숙객이 오빠인 줄 모르는 누이는 음식에 독약을 타면서 .. 더보기
[여적]증권가의 붉은 넥타이 입력 : 2008-10-17 17:54:24ㅣ수정 : 2008-10-17 17:54:31 넥타이는 오케스트라의 제1 바이올린에 비유되기도 한다. 무대 중앙에 배치돼 사소한 실수라도 금방 드러날 수밖에 없는 제1 바이올린처럼 주목받는 패션이기 때문이다. 작가 오스카 와일드는 “잘 맨 넥타이는 인생에 있어 성실성을 보여주는 최초의 행위”라고까지 했다. 이탈리아 작가 알베르토 마라비아도 “인간은 자신의 이상을 개성으로 표현하고 고유한 자기 존재를 증명하는 단 하나의 장식품을 소유한다. 이것이 바로 넥타이다”라고 예찬한다. 3대 이탈리아 명품 남성복으로 꼽히는 하이엔드 브랜드의 창시자인 스테파노 리치는 “남자가 아무리 제임스 본드 같은 얼굴에다 완벽하게 차려 입었다고 한들, 넥타이가 웃기면 스타일은 회복 불가능.. 더보기
[여적]경영인 히포크라테스 선서 입력 : 2008-10-10 17:55:53ㅣ수정 : 2008-10-10 17:56:04 ‘나는 어떤 책임이 따른다 하더라도 죽음이나 파괴를 조장하거나, 또는 가난이나 무지를 방관하거나 사람을 노예로 만드는 불평등을 조장할 수 있는 수단에 내 발견과 발명품, 내 지식을 사용하지 않겠으며, 인류 평등을 증진하고 그들의 삶을 풍요롭고 자유롭게 하는 데 이를 사용할 것을 선서합니다.’ 프랑스의 한 철학자가 의학도를 위한 ‘히포크라테스 선서’처럼 과학을 전공하려는 학생들에게 ‘과학자를 위한 히포크라테스 선서’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만든 초안이다. 라는 특이한 제목의 책을 펴낸 미국의 사회변화창안연구소도 이와 흡사한 ‘과학자를 위한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만들어 초급 과학자들에게 서명하도록 한 적이 있다. 노벨상 수.. 더보기
[여적]악성 루머 입력 : 2008-10-03 17:58:03ㅣ수정 : 2008-10-03 17:58:18 터무니없는 루머가 낳은 가장 끔찍한 사건은 2005년 8월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서 일어난 일일 것 같다. 수십만명이 티그리스강 근처 사원을 향해 걸어가고 있을 때 느닷없이 자살특공대가 있다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소문은 걷잡을 수 없이 빠른 속도로 퍼져 나갔다. 서로 먼저 현장을 빠져나가려다 수백명이 인파에 짓밟히고 다리에서 떨어졌다. 당시 문제의 자살특공대는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었다. 끝내 1000여명이 떼죽음을 당했다는 황당한 소식이 전해졌던 기억이 아직 새삼스럽다. 루머는 흔히 공동체 안에서 불안이 가중되거나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되고, 전환기에 있을 때 가장 활성화된다고 한다. 상실에 대한 두려움, 편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