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9-05-22 17:47:20ㅣ수정 : 2009-05-22 17:47:20
그러자 ‘금융황제’ JP 모건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그는 모건 박물관의 서재에 갑부들을 다시 불러모았다. 자기 이익만 생각하면 공멸한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환기시켰다. 은행들은 모건의 제안대로 기금을 출연하고 의회에 연방준비제도의 필요성을 청원한다. 미 의회의 ‘국가화폐위원회’라는 신설 특별위원회도 모두 모건 일파로 구성됐다. 이들은 헌트클럽이란 곳에서 비밀리에 회동해 중앙은행격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를 헌법에 포함시키기 위한 법안을 기초했다. 모건은 홀로 중앙은행 구실을 해내 ‘배트맨’이나 다름없었다. 음모론자들은 모건이 병 주고 약준 꼴이라고 비판한다. 그가 언론을 통해 경제 혼란을 교묘히 부추기면서 자신과 유대인들의 이익을 챙겼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달 초 미국 내 세계 최고 갑부들이 뉴욕 록펠러대학 총장 사택에서 극비리에 회동한 것으로 뒤늦게 드러나자 일부 미국 언론은 100여년 전 JP모건 회의를 떠올리고 있다. 빌 게이츠, 워런 버핏, 조지 소로스, 테드 터너, 오프라 윈프리, 마이클 블룸버그, 데이비드 록펠러 등 이름만으로도 세계 최고 갑부들의 모임으로 손색이 없음을 알 수 있을 정도다. 차원이 다르지만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비밀결사인 ‘프리메이슨’이나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들이 참석하는 ‘빌더버그 비밀회의’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비밀이 알려지자 자선활동에 관한 회의였다고 해명했지만 음모론이 사그라지지 않는다. 자선활동만을 위해 극비리에 만날 까닭이 있느냐는 주장이다. 도둑귀족인 모건과 달리 대부분 ‘기부왕’들이어서 일단 믿을 수밖에 없긴 하지만 억측을 떨쳐버리기도 쉽지 않은 것 같다. 금융위기의 끝은 반드시 또 다른 자본의 힘을 키워온 역사적 궤적이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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