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9-04-17 18:02:25수정 : 2009-04-17 18:02:27

‘무관심을 파는 커피숍.’ 미국에서 스타벅스가 성공한 가장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로 ‘무관심’을 꼽는 흥미로운 분석이 있다. 커피를 건네준 뒤에는 고객을 완벽하게 무관심 속에 방치해 두는 전략이 손님을 끄는 요인의 하나라는 것이다. 물론 처음 고객을 맞이하고 주문대로 내줄 때까지는 최상의 친절과 정중함으로 대한다. 사람들은 시선을 적절하게 차단해주는 넓은 공간에서 책을 읽든, 글을 쓰든, 사색을 하든 혼자서도 여유롭게 즐길 수 있어서 스타벅스를 좋아한다. ‘친절한 무관심’을 산다고나 할까.

이런 경우를 제외하면 무관심만큼 무서운 것도 드물다. 상대방을 아프게 하는 가장 예의 바르고도 잔인한 방법이 무관심이라는 말에서 엿볼 수 있다. J.토퍼스는 “칼로 낸 상처보다 말로 낸 상처가 더 아프고, 말로 낸 상처보다 무관심의 상처가 더 아프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무관심은 치유될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게 그 이유다. 노벨평화상 수상자 엘리 위젤은 “무관심으로 인해 인간은 실제로 죽기 전에 이미 죽어버린다”고 극언했다. 무관심보다 더 나쁜 것은 관심을 갖는 척하는 것이란 속언도 음미할 만하다.

그래서일까.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무관심에 발끈했다고 한다. 오바마 정부가 이란에 쏟는 정도의 관심을 북한에 보여주지 않고 있다며 ‘노기’를 드러냈다는 것이다.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는 3년 전 북한 미사일 발사 때 “김정일 위원장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국제사회의 무관심”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오바마도 익히 드러난 북한의 전술전략을 읽고 있을 게 자명하다. 북한이 로켓발사 이후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압박에 초강수로 맞서는 것도 관심을 높여가기 위한 ‘위기조성 전술’로 받아들여진다.

집착하는 북한과 무관심한 척하는 미국. 서로의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외교 게임이 여름 장마처럼 지루하고 짜증나기 짝이 없을 듯하다. 정신분석학의 창시자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집착도 무관심도 모두 병이라고 했다.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 미국에 대한 집착이 오래된 고질병이라면 오바마의 무관심도 병이라고 해야 할까. 환심을 사려면 그 사람을 끌려고 하기보다 먼저 그 사람에게 순수한 관심을 두는 것이 낫다는 말이 이 경우에도 유용하지 않을까 싶다.

'여적(餘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적]기(氣) 카드  (0) 2009.05.15
[여적]흰 코끼리  (0) 2009.05.08
[여적]집착과 무관심  (0) 2009.04.17
[여적]패밀리즘  (2) 2009.04.10
[여적]프랑스의 백기투항  (1) 2009.04.03
[여적]‘G8시대의 종언’  (0) 2009.03.27

Posted by 김학순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