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9-04-10 17:38:38수정 : 2009-04-10 17:38:41

영화 <괴물>에 관객들이 열광했던 요인 가운데 하나가 ‘가족’이다. 보는 이의 심장박동수를 급격히 높여주는 것은 가슴 속에 싸함이 밀려오는 ‘패밀리즘’의 강렬한 메시지였다. ‘가족을 지켜줄 사람은 가족 외에는 아무도 없다. 그래서 가족을 지키기 위한 싸움에 내가 직접 뛰어들 수밖에 없다.’

경제위기 국면이나 위험사회일수록 가족에 대한 의존도는 한층 커진다. 힘든 시대일수록 가족만이 희망이기 때문이리라. 그래선지 삼성경제연구소는 올해 초 신가족주의 문화가 새로운 트렌드로 등장할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다. 여가생활의 중심이 개인에서 가족으로 변하는 불황기 패밀리즘이 유행하는 것을 보면 전망은 빗나가지 않았다.

패밀리즘은 가족 구성원의 독립성을 인정하지 않고 일가 자체를 이상적 공동체로 삼는 삶의 원리지만 넓은 의미에서는 그 원리를 가족 이외의 사회관계에까지 확대 적용하려는 경향을 포괄한다. 북한에서 널리 사용되는 ‘가족주의’는 몇몇 사람끼리 비원칙적으로 정실 관계를 맺고 서로 싸고돌면서 조직보다 자기 이익을 앞세우는 사고방식이라는 의미로 쓰인다.

사회학자들은 한국적 부패의 가장 큰 원인으로 패밀리즘을 든다. 고영복 교수 같은 이는 특히 공직자 부패현상을 패밀리즘에서 찾는다. “우리 공무원들이 온갖 교육을 받지만 국가에 대한 충성심과 가족에 대한 애착심을 비교해 보면 놀라울 정도로 국가에 대한 충성심이 약하다. 좋은 예가 부정부패다. 부정부패는 가족이 잘 사는 것을 도모한다. 이는 국가에 대한 범죄이다. 가족도 가장의 부정부패를 나무라지 않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리더십도 독소를 서둘러 잘라내기보다 측근을 중시하고 감싸는 패밀리즘 행태를 보였다는 지적이 많았다. 특히 소수 콤플렉스가 강해 오랜 친구나 동창, 후배, 측근을 선호하는 패밀리즘이 쉽게 작동했다. 현 정권 실세들에게 “서로 대통령 패밀리까지는 건드리지 않도록 하자. 우리 쪽 패밀리에는 박연차도 포함시켜 달라”고 했다던 노 전 대통령 측의 시도는 패밀리즘의 전형이다. 믿었던 패밀리 때문에 줄줄이 검찰 수사를 받는 광경은 참으로 역설적이긴 하다. 참여 정부의 패밀리즘을 손가락질하는 사람들도 또 다른 패밀리즘으로 뭉치고 있지 않은지 되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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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학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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