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박근혜 시대 청산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약소민족 망명정부의 비애를 김광균 시인처럼 처연하게 은유한 이는 일찍이 없었다. 김광균은 ‘추일서정’(秋日抒情)에서 낙엽을 폴란드 망명정부의 지폐에 비견했지만, 패망한 나라의 화폐가 쓸모없이 나뒹구는 신세임을 비감하게 보여준다. 영토와 국민은 강대국에게 앗기고 허울뿐인 주권만 지닌 망명정부의 애상은 떠올리기만 해도 지끈거린다. 폴란드는 2차 세계대전 때 나치 독일에 점령당하자 1939년 프랑스 파리에 망명정부를 세운다. 프랑스마저 독일에 항복한 뒤 폴란드 망명정부는 영국 런던으로 옮겨간다. 이 망명정부는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폴란드 본토에 소련의 꼭두각시 정부가 수립되자 1990년까지 존속했다. 노동운동가 레흐 바웬사를 중심으로 한, 정통성 있는 민주정부가 들어선 뒤에야 폴란드 망명정부는 막을 내렸다.. 더보기
일본 교과서에 실린 위안부 합의의 비극 “위대한 나라는 역사를 감추지 않는다. 항상 오점을 직시하고 그것을 바로잡는다.” 누가 한 말 같은가? 진보 역사학자, 아니면 좌파 정치지도자? 놀랍게도 힘의 논리를 바탕으로 삼은 신보수주의자(네오콘)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명언이다. 부시는 지난해 9월 워싱턴 내셔널 몰에 문을 연 흑인역사문화박물관 개관식에 최초의 흑인 대통령 버락 오바마와 나란히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 박물관은 진실을 위한 우리의 헌신을 보여준다”는 한 마디도 덧붙였다. 흑인역사박물관은 노예 제도와 흑인 차별의 진면목을 숨김없이 보여주는 미국의 치부나 다름없다. 부시의 말은 역사 왜곡에 혈안이 된 일본 정부에 그대로 전해주면 안성맞춤이다. 사실, 국정 역사교과서를 만들어 친일·독재의 실상을 윤색하고 아버지 박정희를 미.. 더보기
민주주의의 위대한 승리와 적폐청산 탄핵심판의 대통령 파면 결정은 누가 뭐래도 민주주의의 위대한 승리다. 헌법재판소의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결정문은 대한민국의 주권이 국민에 있다는 헌법정신을 재확인했다. 아무리 막강한 권력도 법 위에 설 수 없다는 준엄한 선언이다. 탄핵무효를 외치는 극소수 불복자들의 언사와 승자도 패자도 없다는 일각의 물타기식 평가는 비극적인 헌정사에 대한 조사(弔詞)일 뿐이다.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내린 파면 결정은 대통령의 법 위반 정도가 논란의 여지가 없을 만큼 중대한 탄핵 사유에 해당함을 명증한다. 박사모와 진박들이 우격다짐으로 주장하는 ‘죄 없는 대통령을 쫓아내기 위한 종북 빨갱이들의 음모’는 더욱 아님을 헌법재판소가 보여줬다. “보수와 진보라는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헌법질서를 수호하는 문제로 정치적 폐습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