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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바른 역사교과서’의 더블스피크 미국영어교사협회는 해마다 사안의 본질을 흐리는 말을 가장 탁월하게 구사한 사람이나 단체에 ‘더블스피크상’을 준다. 러트거스대학 윌리엄 러츠 교수가 주도해 1974년 제정한 이 상의 첫 수상자는 캄보디아 주재 미 공군 공보담당관이던 데이비드 오퍼 대령이었다. 오퍼 대령의 수상 이유는 “기자 여러분이 계속 ‘폭격’이라고 쓰고 있는데 그건 폭격이 아니라 공중지원”이라고 견강부회한 공로다. 걸출한 역대 수상작의 하나로 미국 국방부가 ‘민간인 사상자’를 ‘부수적인 손실’이라고 둘러댄 것이 손꼽힌다. 미국 민간항공국이 ‘비행기 추락’을 ‘제어를 벗어난 지상으로의 비행’으로, 미 국무부가 세계인권현황보고서에서 ‘살해’를 ‘불법적이거나 자의적인 생명의 박탈’로 기발하게 표현한 말도 빼어난 수상작에 속한다. 로널드 레이.. 더보기
민주주의 열차의 역주행 5년 전 당시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박근혜 전 대표의 민주주의 철학 부재를 촌평할 때는 솔직히 피부에 와 닿지 않았다. 김무성 대표는 “박근혜 전 대표가 출중하고 훌륭하지만 결정적으로 부족한 점이 있다”면서 ‘민주주의에 대한 개념과 사고의 유연성 부족’을 들었다. 김 대표는 이 때문에 “훌륭한 대통령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의욕이 소진해 버렸다”고 고백했다. 그랬지만 나는, 아버지의 명예회복을 갈망하는 독재자의 딸일지언정 시대정신까지 결정적으로 거스르는 정치지도자일까 싶은 생각이 앞섰다. 게다가 ‘친박 좌장’으로 불리던 김무성 대표가 이명박 정부시절 홀로서기를 하는 과정에서 정치적 계산을 한 자락 깔고 한 발언일 것이라는 선입견에 무게가 실렸다. 그처럼 안일한 생각이 심각한 우려로 바뀌고, 김 대표의 말.. 더보기
언론 비판을 즐기는 권력기관들 해마다 연말 정기국회가 열릴 때면 실세 의원들이 거액의 자기 지역구 예산을 끼워 넣는 꼴불견 행태가 어김없이 나타난다. 여기엔 실세 의원들이 화급하지 않은 지역구 예산 잔치를 벌이는 동안 기초생활수급자 같은 밑바닥 서민들에게 꼭 필요한 국가예산 수천억 원이 뭉텅이로 잘려나가는 데 심각성이 도사리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실세 의원들이 언론으로부터 비판 받는 것을 부끄러워하기는커녕 도리어 즐기는 후진성이다. 중앙 언론에서 비판 기사를 쓰면 지역주민들이 ‘고생한 의원 나리’라고 박수를 쳐 주기 때문이다. 부정청탁이나 다름없는 쪽지 예산을 통과시킨 직후 국회 예산결산위원들이 하필이면 중남미와 아프리카의 정치 후진국으로 ‘예산심의 시스템연구’ 외유를 떠난 것은 코미디의 화룡점정(畵龍點睛)이다. 성격은 달라도 이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