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잘못했는지 모르는 주군과 비루한 충성 잘못보다 더 나쁜 건 시인하지 않는 오만이다. 퇴진압력을 받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의 문제도 내가 뭘 그리 큰 잘못을 저질렀느냐는 태도다. 명예로운 퇴진을 건의한 원로 인사에게 박 대통령이 “내가 뭘 잘못했는데요”라고 반문했다는 전언을 청와대가 부인했지만, 이제 국민은 그런 해명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는다. 거짓말을 너무 자주, 많이 한 탓이다. 엄청난 잘못이 새로이 불거질 때마다 ‘선의’(善意)로 포장해 오리발을 내미는 꼴이어서 더욱 그렇다. 대통령의 생각을 전하는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최순실과 공범이라는 검찰 수사 결과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며 객관적인 증거는 무시한 채 상상과 추측을 거듭해서 지은 사상누각일 뿐”이라며 궤변을 늘어놓았다. 여기에다 “인격 살인”이라는 표현까지 써 어안이 벙벙하게 했.. 더보기 하야하면 국정혼란 온다고? 망치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했다. 일요일 오후 ‘박근혜 대통령이 요즘 잠은 잘 잔다’는 요지의 기사 한 줄을 읽고서다. 며칠 전 청와대로 가 박 대통령을 만난 종교 지도자가 전했다는 당초의 워딩은 이랬다. “박 대통령은 예상과 달리 상당히 밝은 표정과 맑은 눈이었다. 그래서 ‘잠은 잘 주무시나 봅니다’고 인사말을 건넸더니 미소를 지으며 ‘잠이 보약이에요’라고 하더라.” 대통령이 나라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고도 태평성대인 듯 잠을 잘 잔다니 제정신인가 싶었다. 인터넷판만의 작은 기사지만, 파장이 커지자 청와대가 곧 정정보도 요청에 나섰다. 대통령이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는 게다. 워딩이 달랐지만, 종교지도자는 “다른 좋은 약보다 사람한텐 잠이 최고인 것 같아요”라는 박 대통령의 말을 “잘 자고 있다는 뜻.. 더보기 진실은 끝내 순실을 이긴다 태블릿 PC 하나가 역사의 물줄기를 바꿔 놓았다. 꼭 일주일 전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에서 ‘임기 내 개헌’ 카드를 꺼내들자 나라를 걱정하던 국민에겐 당혹감이 홍수처럼 몰려왔다. 야당들도 일순 허를 찔린 표정이 역력했다. ‘최순실 국정농단사건’은 이렇게 개헌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 사라지는가 싶었다. 진실은 끝내 묻히고 정의는 권력에 멱살이 잡혀 흐지부지되고 마는 게 아닌가, 가슴이 철렁했던 국민은 나뿐만 아니었으리라. 친박계 사람들은 쾌재를 불렀다. ‘요건 몰랐지’ 하는 모습이었다. 오죽하면 비박계인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조차 “이 정권 출범한 이후 오늘이 제일 기쁜 날”이라고 했을까. 박 대통령과 청와대는 개헌도 자신들이 주도하겠다며 의기양양했다. 그들의 내심 환호작약은 10시간을 넘기지 못했.. 더보기 이전 1 ··· 70 71 72 73 74 75 76 ··· 288 다음